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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서 화려하게 데뷔한 윤은혜.
연기자로서 화려하게 데뷔한 윤은혜. ⓒ iMBC
요즘 대중문화계를 살펴보면, 연예인들의 '영역 파괴' 현상이 두드러진다. 종래 가수나 탤런트, 개그맨 같은 전통적인 분류로 연예인들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오늘날 수많은 개그맨들이나 가수출신 배우들이 TV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제2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가수출신 탁재훈이나 문정혁(에릭), 정지훈(비), 박정아, MC몽, 윤은혜 같은 연예인들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개그맨 출신 임하룡은 지난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도 이영자, 김국진, 고명환, 안선영, 김영철 같은 개그맨 출신 배우들이 브라운관의 감초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는 최근 TV 예능프로에는, 개그맨이나 가수 대신 '방송인'이라는 두루뭉술한 기준의 새로운 분류가 생겨났다.

최근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현영이나 박경림, 노홍철, 하하 같은 연예인들은 톡톡 튀는 입담과 개성을 앞세워 주목받았지만, 어느 특정한 분류로 확실하게 묶기가 곤란하다. 이들은 정통 개그맨도 가수도 연기자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든 분야를 고루 아우르는 '만능 엔터테이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영역 파괴현상은 멀티 플레이어형 연예인들을 선호하는 최근 방송·영화계의 시대적 트렌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대중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색다른 볼거리를 얻고, 연예인들은 스스로의 주가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중인 노홍철과 하하.
MBC <무한도전>에 출연중인 노홍철과 하하. ⓒ iMBC 캡쳐
정해진 대본이나 아이템에 충실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상황에 따른 순발력이나 자신의 경험을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입담이 더 중시되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풍토에서 '방송인'들의 득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퍼포먼스에 능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가수들'이 본업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더 주가를 높이는 것도, 방송이 요구하는 오락프로의 기준에 더 알맞기 때문이다.

또 가수나 개그맨 출신 연예인들의 연기자 전업은 단순한 영역 확대뿐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해가 뜨면 새로운 스타들이 쏟아지는 대중가요계에서 아이돌 스타출신 가수들의 수명은 짧다. 토크쇼나 버라어이티 오락프로그램의 득세에 밀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능력을 발휘할 입지가 줄어든 개그맨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연기자로서의 전업은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나이와 배역에 따라 자유로운 이미지 변신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단편적인 이미지와 캐릭터로 주목받았던 연예인들도, 잘만 되면 오히려 자신의 주가를 훨씬 높일 수 있고 연예인으로서의 수명을 지속할 수 있기에, 연예활동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연기자로서의 진출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여러 가지 영역에 손을 댄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 안 된 일부 연예인들이 스타성이나 지명도만 믿고 하루아침에 대형 드라마의 타이틀 롤을 따내거나, 가창력이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섣부른 가수겸업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다.

전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지와 스타성에 기대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연예인들에게 대중의 눈높이는 까다롭다. 박정아나 이효리가 드라마 데뷔작에서 연기력 부족과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로 비난의 표적이 되었던 것이나, <궁>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자 변신에 성공한 윤은혜조차도 방영 초기만 해도 어색한 연기로 안티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던 사례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멀티 플레이어'는 대중문화계의 추세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단편적인 재능이나 방송을 통해 단련된 순발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할 수 있고, 사전에 충분히 준비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는 전제하에, 스타성과 재능을 겸비한 연예인들의 영역 파괴는 방송·영화를 아우르는 국내 대중문화의 상업적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영역이든 간에,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 포지션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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