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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번개같다."

'신모라창조어머니모임'(이하 창조)을 지켜본 한 시민단체 간사의 말이다. 주민회관, 청소년회관 등에 모여서 회의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고 각자의 공간에서 이웃과 만나 사업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모이는 이유가 있다. 창조는 사무실이 없다. 그래도 창조에는 다양한 회원들이 참여해 도심 속의 공동체를 일궈나가고 있다. 여성시의원, 중학교 상담교사, 사서 도우미, 환경시인, 녹색가게·무료급식소·경로 식당의 자원봉사자….

사무실은 없다, 사람은 많다

창조가 발족한 건 97년 2월. 발족 1년 전부터 독서모임을 만들면서 '동네 아줌마들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뒤로 10년째, 흔히 소비와 수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아줌마들이 '좋은 마을 만들기'라는 소박한 이름을 걸고 주부지역운동을 펼쳐 오고 있다.

부산시의 외곽지역 사상구는 늦은 분구와 기존의 사상공단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문화·교육·녹지 환경·복지 등 모든 면에서 낙후된 지역이었다.

창조는 이 지역에 신도시(신모라)가 건설돼 3만 세대의 가구가 들어설 즈음 발족했다. 10년을 자라온 지금, 매월 둘째 월요일에 있는 월례회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임원모임, 그리고 분과모임은 항상 북적거린다.

창조의 근간인 각 분과(어린이·교육 분과·여성·문화 분과, 청소년·사업 분과)는 친목계처럼 친밀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분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신의 희망과 취향·관심사에 맞게 분과를 나누고, 각 분과별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회원들에게 자기 사업을 맡깁니다."

올해 회장으로 재선된 윤순천 회장은 분과모임의 활성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 자신도 초창기에는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창조의 맏언니로서 늘 회원들을 챙기고 평범한 여성들이 지역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행사를 하든 전화 3통이 기본

여성·문화분과에서 담당하는 창조어머니교실은 봄·가을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한번은 주부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사회교육, 또한번은 다양한 취미 교양 강좌이다. 올해 가을에는 20기를 준비 중이다.

창조의 강좌는 다른 기관에서 잘 다루지 않는 민주시민교육, 여성의 능력·리더십 교육 등으로 꾸며져 있다. 창조어머니교실을 거쳐간 회원들은 다양한 분과모임과 소모임들을 만들어 새로운 교육이나 활동을 벌이면서 자신의 역량을 기른다.

7기 창조어머니교실을 통해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지금은 청소년 쉼터 간사로 일하는 정희숙씨는 "창조가 자기 성장의 큰 토대가 되었다"면서 "오랜 시간 창조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창조의 또다른 주요 프로그램은 어린이·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이다. 창조어린이학교, 들꽃 기행, 종업식 일일견학, 박물관·유적지 견학, 부산알기 탐사, 청소년 뒷동산 가꾸기 활동, 어린이 환경체험 등이 그것.

또한 창조는 지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사업을 벌여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육교건설과 쌈지공원 만들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교와 쌈지공원의 청소는 창조의 회원과 자녀들, 주민들이 해내고 있다. 계획하고 조직한 활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창조가 지역사업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노하우 한 가지. 그건 바로 행사를 전후한 3통 이상의 전화이다. 사업과 활동에 대한 설명, 모집, 사후평가의 3번 확인전화는 어느 행사에서든 꼭 이루어져 왔다.

소박한 아줌마들, 동네를 바꾼다

창조는 거대담론보다는 회원 개개인의 소박한 요구와 희망에 더 관심이 많은 모임이다. 동네 아줌마들의 소박한 모임인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배우고 실천하고 고민해야 할 지역과제들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이름을 빛내지 않는 창조의 회원들이 바로 바로 풀뿌리 시민운동가이지 않을까. 오늘도 창조의 아줌마들은 113회 월례회와 제9기 회원수련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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