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제야 한달... 지난 7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제 마른 땅으로 건너온 느낌이다."

취임 한 달을 맞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평가다. 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 전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당 수습에 역점을 둬왔던 김 의장은 9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김근태 체제 한 달에 대해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착 단계에 있다"고 자평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 직후의 공황 상태를 정비하고 ▲당·정·청 갈등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정책의 합의를 이뤄냈고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를 통해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는 것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김 의장의 "마음과 마음을 함께 하자"는 호소는 현실에서 그닥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대위원들 간에 통제되지 않은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의장직속 기구인 서민경제회복위원회와 원내대표의 지휘를 받는 정책위원회 간의 '정책 혼선'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결과 '개혁호' 김근태 체제는 구체적인 실적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정체성이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지금도 우왕좌왕

부동산 정책은 아직까지 혼란을 던져 주고 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가 기업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채수찬 부의장도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와 재건축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명백하게 여권에서 합의된 것은 부동산 투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완화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집값이 6억원 이하 3억원 이상인 중산층·서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면 기술적인 정책 조정은 하겠지만 이외에는 개인의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DY(정동영)계로 통하는 채수찬 의원은 "분양 원가를 공개한다고 집값을 잡을 수 있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김 의장은 "25.7평 이하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는 분양원가를 공개해 주거비용의 상승이나 부동산 투기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며 소신을 꺾지 않았다.

정책기조, 소신은 있는데 내용은 아직

김근태 패러다임은 과연... 지난 6월 28일 오전 열린우리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근태 의장과 오해진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같은 정책 혼선은 당 정책위원회와 서민경제회복위원회의 갈등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김 의장은 중산층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제도·정책을 내놓겠다며 서민경제회복위원회를 뒀다. 사실상 '김근태 경제 패러다임'이 담길 기구다. 그의 측근들은 "미국식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라고 설명한다.

김 의장은 취임하면서 '추가 성장론'을 꺼내놓았다.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신자유주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해소의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상'에서 '구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책과 관련, 강봉균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내놓고 있는 반면 김 의장은 "건설경기 활성화는 부동산 투기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이다.

김 의장은 이날도 "'제3의 길'을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등치시키면 안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지양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신경제 100일 작전'으로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고 그 부담을 국민이 안았다. 김대중 정부 때도 카드의 과도한 소비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전반적 위기로 왔다. 앞뒤 가리지 않고 내수 소비를 증가하는 데 '올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와 소신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내 소위 '실용파'쪽에서 주장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수도권 규제 완화와 같은 '우향우'는 아니라면서도 대안이 없다.

정치방학, 김근태호는 더 바쁘다

김 의장은 이날 "'벌써 한 달이구나'라는 느낌보다 '한달밖에 안되었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며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 어려움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 매일매일 안간힘을 썼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정치방학'이라는 7·8월, 김근태 체제는 좀더 바빠졌다. 당직자 인선도 마무리해 일할 수 있는 진용을 짰다. 사무총장에 원혜영, 전략기획위원장에 이목희, 수석부총장에 우원식, 홍보위원장에 김형주, 전자정당위원장에 백원우 등 친GT(김근태) 성향과 40대 의원을 전면 배치했다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서민경제회복위원회에도 좀더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다. 우상호 대변인은 "앞으로는 의제의 우선 순위와 활동방향을 정하기 위해 주제별 토론에 들어간다"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경제 주체, 전문가들과 토론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전기·수도·가스·교통 등 공공요금 안정과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등의 대책, 영세자영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 혜택, 이자제한법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 회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취임후 처음으로 열린 지난 6월 13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상황이 어려워 서로 네탓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고 있지만, 단합해야 한다"고 `단합론`을 재차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책위, 그리고 서민경제회복위

하지만 김근태 의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서민경제회복위원회에 대해 원내대표 쪽에선 "어떻게 당에 정책위가 두 개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김 의장쪽에선 서민경제회복위원회는 사실상 "정책 비대위"라며 반박하는 분위기다.

정동영 의장이 물러난 뒤 꾸려진 비대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소외'된 김 의장으로서는 서민경제회복위원회라는 별도 기구로 자신의 정책 노선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였다.

앞으로 위원회에서 제안된 정책은 비대위 의결을 거쳐 정책위로 넘겨진 뒤 법안으로 발의되는 절차로 거치게 된다. 김 의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정책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김 의장은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일 거냐'는 질문에 "리더십보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