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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은 용추계곡에 비해 깊고 고요하다.
피아골은 용추계곡에 비해 깊고 고요하다. ⓒ 김연옥
얼마 전 지리산 불일폭포를 보고 온 뒤로 나는 자꾸 시원한 계곡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끌시끌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저 깨끗한 물가에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 8일 친구들과 떠난 문경 용추계곡(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아침 8시에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11시 넘어 그곳에 도착했다.

바닥에 깔린 돌멩이까지 환히 보이는 맑은 용추계곡. 놀러 나온 학생들의 모습도 즐거워 보인다.
바닥에 깔린 돌멩이까지 환히 보이는 맑은 용추계곡. 놀러 나온 학생들의 모습도 즐거워 보인다. ⓒ 김연옥
하얀 바위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물소리에 내 마음도 유쾌해졌다. 바닥에 깔려 있는 잔 돌멩이까지 환히 다 보이는 용추계곡의 맑은 물을 보니 몹시 반가웠다. 해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러 나온 많은 사람들에 시달려 왔을 텐데도 구슬이 굴러가듯 흐르는 고운 자태에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암수 한 쌍의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용추계곡.
암수 한 쌍의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용추계곡. ⓒ 김연옥
문경8경의 하나인 아름다운 용추계곡. 아마 그 절정은 화강암인 거대한 바위를 타고 쉬지 않고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일 것이다. 경치가 빼어난 곳에는 신비한 전설이 늘 따르기 마련이다. 2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용추폭포에도 암수 두 마리의 용이 같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듣기에도 행복한 이야기이다.

용추 위쪽에서 바라본 풍경.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즐겁다.
용추 위쪽에서 바라본 풍경.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즐겁다. ⓒ 김연옥
무엇보다 나는 보기 드문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신비로운 소(沼)를 보고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겠지만 달콤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는 하트 모양의 용추(龍湫)는 참으로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날이 아무리 가물어도 그곳에는 물이 마르지 않았다 하니 암수 한 쌍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무관하지 않는 듯하여 나는 그저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의 오묘한 신비가 느껴지는 용추계곡. 여러 해 전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이 방영될 때 고려의 건국을 예견한 신라 말 승려인 도선선사가 왕건에게 <도선비기(道詵秘記)>를 전수하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시끌시끌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깨끗한 계곡에서 쉬고 싶었다.
시끌시끌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깨끗한 계곡에서 쉬고 싶었다. ⓒ 김연옥

한가로운 풍경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대야산 산행을 끝내고 쉬고 있는 등산객들도 보인다.
한가로운 풍경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대야산 산행을 끝내고 쉬고 있는 등산객들도 보인다. ⓒ 김연옥
우리는 용추계곡에서 계속 피아골로 올라갔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에 걸쳐 있는 대야산(930.7m) 산행을 끝내고 내려온 등산객들이 시원한 물에 손을 씻으며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가로운 풍경처럼 그들의 모습이 내게 편안하게 와 닿았다.

고요한 피아골의 풍경.
고요한 피아골의 풍경. ⓒ 김연옥
피아골은 용추계곡에 비해 깊고 고요하다. 나는 축축한 물기 머금은 호젓한 숲길을 걸어갔다.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돌아 끈끈한 여름을 잊게 했다. 또 숲속의 소리에 고요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행복했다. 숲속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요란한 풀벌레 소리에도 마음이 경쾌해졌다.

ⓒ 김연옥

용추계곡은 참 아름다웠다.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신비한 용추에 내 마음을 빼앗겼다.
용추계곡은 참 아름다웠다.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인 신비한 용추에 내 마음을 빼앗겼다. ⓒ 김연옥
손으로 떠 마시고 싶을 만큼 맑디맑은 계곡의 물을 바라보며 내 무거운 마음을 조금조금 내려놓았다. 더덕 막걸리도 몇 잔 들이켰다. 알코올 성분이 온몸으로 짜르르 퍼져 나가는 느낌이 괜찮았다.

내 피곤한 마음을 달래고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고 차창 밖에는 서서히 어둠이 깔렸다. 거리를 밝히는 불빛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이제 내 마음의 등도 환히 켜야 할 시간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마성면→가은읍→용추계곡

☞ [기사공모]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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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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