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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올 때마다 함께 밀려오는 것이 농사걱정입니다. 농사짓는 부모와 형제를 둔 사람들은 이런 날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피해 없이 그저 무사히 태풍이 밀려가기만을 학수고대하게 됩니다.
태풍에 피해를 입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 덜합니다. 하지만 농촌 출신이나 가족 중에 태풍에 피해를 입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안심하고도, 기상예보를 들어보는 등 태풍이 지나 갈 때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지난 봄, 가뭄이 지속될 때도 시골출신들은 고향에서 타 들어갈 논바닥과 메마른 밭에서 죽어 가는 작물들을 떠올리지만, 어떤 사람들은 요즘 날씨 좋다면 놀러 가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자연재해를 당해도 처지에 따라 생각이 180도 다른 것입니다. 피해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두려움과 막막함을 이해하기 어렵죠.
저희 집도 몇 해 전 태풍으로 벼가 침수되어 11월까지 벼를 베지 못하다가 눈이 오던 날 벼를 수확한 적이 있습니다. 수확이라고 해봐야 전년도의 반절도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만한 것이 다행"이라며 쓸쓸하게 웃던 아버지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태풍이 오는 날은 마음이 불안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 거기 비 많이 오죠. 농사는 괜찮아요? 여기는 비가 많이 오는데요."
"여기는 지금은 바람이 많이 부는데 아직은 모르것다. 좀 있어봐야지."
"어디 나가지 마시고 집에 계세요."
"그래 알았다. 너도 조심하고."
아버지와 통화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걱정이 됩니다.
태풍 에위니아가 쌀 수입개방에, 한미 FTA까지 겹친 농민들에게 시련을 주지 말고 얌전하게 떠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강한 바람이 창문을 때리고, 비바람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거래장터(open.farmmate.com)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