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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공연을 끝낸 뒤 연습 중인 배우들.
한 차례 공연을 끝낸 뒤 연습 중인 배우들. ⓒ 배만호
내게 있어 연극은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었다. 처음엔 분명 그랬다. 보고 싶기는 한데 혼자 갈 수는 없고, 둘이 가려니 연극표를 살 돈이 없다. 거금을 들여서 함께 보러가자고 할만한 친구도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망설이다 처음 본 연극이 <햄릿>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많은 갈등과 방황에 빠져 있을 때에 본 햄릿, 연극 속 대사는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햄릿의 대사 한마디가 곧바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혼자 연극을 봤다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이나 주눅드는 것도 없었다. 머릿속에는 햄릿의 대사가 자구만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 시간이 흘렀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만 보던 내 눈을 확 뜨게 만든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다시 연극이었다.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었던 지난 생각들이 연극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알게 된지는 오래지 않았지만 좋은 친구가 함께 연극을 보자는 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지난 일요일(9일)에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으로 다시 연극을 보러 가게 됐다. <오장군의 발톱>이 그것이다.

전쟁은 어느 누구에게도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쟁을 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한다.

오장군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오로지 땅만 팔 줄 아는 시골 농사꾼이 농기구 대신 총을 들게 된다. 하지만 총을 제대로 잘 쏘지 못한다. 농사꾼에게 총질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며 흙을 밟고 있어야 할 농민들이 아스팔트로 나간다. 하지만 농민들이 뭘 알겠는가. 오로지 농사만 짓고 살았는데.

오장군은 자신이 왜 죽는지 몰랐지만, 잠시나마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그리고 꽃분이와 엄마를 생각하며 죽는다. 꿈을 꾸면 만나는 어머니를 이제는 꿈에서조차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오장군이 남긴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 혹시나 해서 남기는 유품에 발톱까지 남겼다고 해서 '오장군의 발톱'이라는 제목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발톱이 뜻하는 것은 뭘까? 전쟁이 오장군의 발톱보다 나을까? 아니 오장군의 발톱에 끼인 때만도 못한 것이 전쟁일 것이다.

갑자기 북한의 미사일이 생각난다. 미사일을 쏘았다고 해서 공격을 하려고 하는 일본이 있다. 미사일을 공중에서 터뜨린다고 하는 미국도 있다. 하지만 으르릉 거리며 총을 맞대고 있는 우리들은 전혀 무신경이다.

전쟁을 싫어해서일까? 아니 어쩌면 켜에서 더 화를 내니깐 화를 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장군의 발톱>은 1974년에 문예진흥원의 제1차 창작 지원작가로 지명된 작가가 쓴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유신체제하의 극악했던 정치상황 탓으로 사전 공연금지를 당했다.

1988년에야 초연(극단 미추)될 수 있었고, 이후부터는 한국의 대표적 연극의 하나로 꼽히면서 여러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고 있다.

이 연극을 보고 전쟁의 비열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연극을 보고 나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고양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좋은 연극을 볼 수 있게 해 준 박보현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남지역 5개 도시를 순회 공연합니다.
마산 공연 : 7월 12일(수). 오후 7시 30분. 마산MBC홀
창원 공연 : 7월 15일(토). 오후 4시, 7시 30분. 성산아트홀 소극장
김해 공연 : 7월 18일(화).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문화의 전당 소극장
거제 공연 : 7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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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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