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다단계 맞나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산 것 모두 반품하려고 하는데 회사에서 안 해준대요."
다단계업체 피해자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접수된 상담사례만해도 5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전화로 자신의 피해사례를 호소하고 있다.
반품상담이 43.3% 차지
"어떻게 물건을 반품할지 몰라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 상담건의 40% 이상이 반품하는 방법을 묻는 겁니다."
지난 3일 찾아간 운동본부 오상록 간사의 말이다. 2005년 상담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담 건수 729건 중 청약철회(반품)에 대한 상담이 316건으로 무려 43.3%에 이른다. 그러나 다단계판매를 그만두고, 제품청약을 철회하려고 해도 절차나 과정을 몰라 고스란히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청약철회를 거절당했다며 운동본부에 상담을 의뢰했다. 그는 청약철회를 하기 위해 다단계업체인 T사를 방문했지만 이 회사는 제품 포장지가 없다는 이유로 최초 구매가의 35%만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이 회사는 청약철회를 거절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이에 오 간사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제17조 제2항(다단계판매원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라도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을 근거로 청약철회를 해준 적이 있다. 이 경우 최초 구입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는 구입액의 90∼95%를 환불받게 된다.
또한 다단계업체인지 아닌지를 문의하는 전화도 꽤 많다. 오 간사는 "교육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업체에 대해 알고 가는 사람은 100명에 5명도 안 된다"며 "홈페이지 좀 가보겠다고 하면 엉뚱한 회사 홈페이지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년 운동본부에 접수된 202건의 청년층 피해사례를 보면 다단계회사라는 걸 알고 사업장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까운 친구의 소개를 받아 가볍게 생각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솜방망이 처벌 악용, 업체 정보공개 안해
다단계업체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점도 큰 문제점이다. 법으로는 다단계 판매원에게 관련수첩을 교부하거나 다단계 판매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수당 지급현황에 관해 고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다단계업체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동본부의 상담내용을 보면 판매원수첩을 교부받은 사람은 40.5%로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다단계업체 정보공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법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시정명령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편 운동본부는 지난 2000년 1월 다단계 피해를 입은 친구, 가족 등이 있는 누리꾼들이 만든 온라인카페에서 시작했다. 운동본부는 ▲다단계 피해 예방활동 ▲정확한 정보제공 ▲다단계의 상황과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4월 사무실을 연 이래 현재 2명의 활동가가 상근하고 있다. 조만간 다단계 피해 방지를 위한 운동본부를 '다단계피해감시센터'로 전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