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11일 오후, 구례교육청에서는 전교조와 교육청과의 '정책협의회'가 열렸다. 지난 3일 기존 간담회 수준에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협의체인 정책협의회를 결성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에 따른 '정식' 정책협의회였다.
기존 간담회의 경우 약속한 것들은 공신력이 없어 실재로 진행되지 않고 말로만 그치고 있어 교사들은 공신력이 있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학내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전교조 구례지회(지회장 김상일)는 앞서 1인 시위를 진행하였고, 구례교육청(교육장 진동열)도 정책협의회의 필요성을 공유하여 정책협의회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교조 구례지회는 그 동안 간담회를 통해서 건의되었던 것과 몇 가지 추가 사항을 교육청에 보내 검토하여 정책협의회의 자리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정책협의회 하면 뭐하나, 협의를 해야지..."
사실 11일 회의는 1차 회의가 아닌 2차 회의였다. 1차 회의는 지난 7일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1차 회의에서 구례교육청 측이 전라남도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 "단체협약 이행에 관한 사항은 지역교육청에서 건의할 시 도교육청에서 처리 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에 대해 상이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구례 전교조와 교육청은 4시간여 동안 "있다"와 "없다"라는 공방만 하다가, 결국 구례교육청에서 "도교육청에 공문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겠다"며 회의를 지연시켜 단 하나의 안건도 결정하지 못한 채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날 전교조 구례지회 정책협의회 대표들은 구례교육청에 공문해석을 공문으로 진행하여 그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였으나, 구례교육청은 2차 회의에서 단 한 장의 공문서도 없이 "전화로 물어봤다"라고 말했다.
권용운 전교조 구례지회 사무국장은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될 것을 4시간 동안 회의를 지연시킨 것은 회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열린 2차 정책협의회 역시 1차 회의와 양상이 비슷했다. 실질적인 안건에 대한 결정과 협의가 아닌 안건에 대한 검토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각 협상의 대표들은 이미 정책협의회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교육청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것을 협의하는 것이 순서였으나, 구례교육청은 협의회 자료에 대한 교육청 입장이나 정책을 정리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날 회의에서 권용운 전교조 구례지회 사무국장과 이현영 구례교육청 장학사가 정책협의회 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교육청은 "안건에 대한 협상이 아닌 '검토'"라고 말해 실질적인 협상을 하기로 했던 것과 달라졌고, 결국 2차 회의도 실질적인 안건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지연되고 말았다.
교육청 담당자는 "문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상일 구례전교조 지회장은 "이제 일주일 후면 방학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정책협의회를 지연시켜 방학 이후로 미루려는 것"이라며 "방학도 하지 않는 교육청에서 왜 자꾸 방학만 기다리는지 모르겠다"고 교육청을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 참거래농민장터(open.farmmate.com)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