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뮤지컬은 사실 중형극장에서 공연할 때 그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날 것이다. 물론 기획사나 투자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다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큰 극장을 잡고 싶을 테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라는 프리미엄을 얻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 뮤지컬이든 중형 뮤지컬이든 각 공연의 진가는 그 공연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극장에서 공연 되었을 때 드러나는 것 아닐까. 그렇게 깔끔한 무대를 만들어 놓고도 대형뮤지컬에 비해 무대가 초라해 보인다는 말을 안 들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사실 <맘마미아>가 대형뮤지컬은 아니지 않은가.
2004년도에 처음 <맘마미아> 공연을 보았을 때, 나는 큰 감동을 받지는 않았지만, 무대 하나는 정말 잘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무대야말로, 맘마미아의 장점이 아닐까 하고. 그런 무대가 빛을 발하려면 어느 정도 적정 크기의 공연장에서 공연해야 할 텐데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는 사실 <맘마미아>란 작품에 비하면 너무 크다. 공연 문화의 발전보다는 어떻게든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맘마미아>를 너무 왜소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나 또한 <맘마미아>가 깔끔하게 잘 만든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었다는 관점은 다 다를 테지만 내게 <맘마미아>는 단지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가슴에 남는 장면이 있다. 뒤통수 치는 결말은 맘마미아의 그 모든 시끌벅적한 내용들을 모두 상쇄시키며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만들어 주었다.
멋진 결혼식을 하겠다고 그래서 아버지를 찾겠다고 일을 벌였던 소피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대신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 것은 정말 멋진 반전이었다. 둥글고 휘황찬란한 달을 배경으로 두 손을 마주잡고 길을 떠나는 소피와 스카이의 뒷모습은 <맘마미아> 최고의 장면이었다.
또한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라 당황하는 소피에게 ‘너는 너일 뿐이야, 너의 아버지가 누구이든 넌 달라지지 않아, 너는 언제나 소피 너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스카이의 대사는 아직도 가슴에 남아 계속 곱씹어 보게 된다.
우리는 맘마미아를 보면서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실망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좋은 노래에 감동을 받기도 했을 테고, 배우들의 가창력에 혹은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맘마미아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너무나 과대 포장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