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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과 태극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과 태극기.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조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이어 세번째다. 의정부와 대전 사건을 거치면서 법원과 검찰은 자정을 다짐했다. 윤리강령도 만들었다. 그런데도 또 터졌다.

또 터진 게 문제가 아니다. 이번 법조비리 사건은 이전 것보다 더 악성이라고 한다. 전에는 떡값을 주고받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대가성 금품이 오갔다고 한다.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의 말을 빌리면 청탁한 사건의 90%가 법조브로커 김홍수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됐다고 한다.

묻자. 왜 법조비리는 끊이지 않는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악성으로 심화되는 이유가 뭔가?

이유는 간단하다. 판·검사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목숨이 하나지만 판·검사는 두개다. 일반인은 돈을 먹다 잘리면 사회적으로 매장되지만 판·검사는 부활한다. 법복을 벗어도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할 수 있다.

물론 제한은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파면된 경우에는 제한이 따른다.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동안 변호사 면허가 정지된다. 놓치지 말자. 면허 박탈이 아니라 정지다.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5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면 생계에 지장이 크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내 식구'가 알아서 챙겨준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모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착수하자 재빨리 사표를 냈고 법무부는 즉각 수리해줬다. 이로써 그 검사는 파면이 아니라 의원면직으로 '무난히' 법복을 벗었다.

<한겨레>는 이 사례가 대통령 훈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비위 공직자의 사표 수리를 금지한 훈령을 정면에서 어긴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사표 제출 당시에는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훈령이 정한 사표수리 금지기준은 '혐의 확인'이 아니라 수사·조사·내사 대상 여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 남소연
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군산의 모 금융기관 이사장측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고 57평짜리 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산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3명의 사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수리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3명의 판사 가운데 한명은 400억원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된 이사장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하고 본안소송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내리는 데 직접 참여했다. 대가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사례였는데도 대법원은 수사의뢰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97년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받은 돈이 떡값으로,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과 법원이 정치인에게 흔히 적용하는 '포괄적 뇌물' 혐의조차 두지 않았다.

제대로 보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문제가 아니다. 메기 한 마리만 풀면 미꾸라지는 '소탕'된다. 문제는 메기를 풀어야 할 사람들이 그럴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 의사가 없는 걸까? 단지 동업자 의식 때문 만일까? 이런 건 없을까? '어떻게 딴 사법고시 합격증인데'라는 안타까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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