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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여치 한 마리가 연구실 시멘트 바닥에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어떻게 여치가 5층에 있는 연구실까지 찾아들었을까요?

며칠 전 신어산 은하사를 찾았다가 풀섶에 쉬고 있는 여치를 손으로 살짝 잡았다가 놓아준 적이 있습니다. 녀석은 나의 손을 예리한 이빨로 물었습니다. 무척 아프더군요.

▲ 귀뚜라미를 닮은 여치
ⓒ 강재규
은하사에서 붙들었다가 놓아주었던 그 여치와 색깔과 모양이 똑 같았습니다. 보통 여치는 녹색을 띠고 있는데 이 녀석은 갈색빛을 띠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날개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 성장한 여치인데 특성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 겁에 질려 벽을 기어오르는 여치
ⓒ 강재규
책상 서랍 속에 있는 카메라를 잽싸게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 불빛에 놀랐는지 엉금엉금 벽으로 기어올랐습니다. 잠시 후 다시 녀석이 있던 자리로 가서 확인을 했으나 카메라를 정리하는 사이 어디론지 사라져버렸습니다.

무미건조한 연구실 안에서는 녀석이 하루도 버티기 힘들 텐데 하는 생각에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제 발로 찾아 들었으니 스스로 자신이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숲 속 자연으로 돌아가겠지요. 애써 자위를 해봅니다.

어릴 적 이맘때면 등하교길에서는 여치의 노랫소리를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싸리나무 숲속이나 풀섶에서 개울물 소리, 매미소리, 여치 노래 소리가 한데 어울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멋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연주했습니다.

추억의 여치집

여치 노랫소리 따라 촌동은 살금살금 다가가 숲속을 살핍니다. 여치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잽싼 손놀림으로 여치를 낚아챘지요. 붙든 여치를 집으로 가져가 밀집으로 멋진 여치집을 만들어 걸어두었었지요. 여치의 먹이로는 연한 상추를 넣어주곤 했습니다. 여치가 목마를까봐 상추에 물을 뿌려주기도 했지요.

멋진 탑을 닮은 여치집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여치입니다. 메마른 나의 마음을 적셔주고 나의 어린 옛 추억을 되살려 주려고 콘크리트 건물 5층까지 힘겹게 찾아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여치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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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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