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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한 한 시민이 중재를 시도해 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답답한 한 시민이 중재를 시도해 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 배만호
관광버스 30여 대에 나누어 타고 온 노조원들은 언론과 사회, 그리고 정부에 대해 심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국 기자들 인터뷰를 거절하였으며, 기자증이 없는 나를 의심하기도 했다.

내 신분과 하는 일 등을 밝히고 나서야 겨우 한 노조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 메모 수첩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어 주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믿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건설노조원들은 지난 4월부터 건설업체와 임금인상에 대하여 교섭을 벌여 왔다. 하지만 발주처인 포스코에서 돈을 풀지 않아 임금인상이 어렵다며, 포스코와 문제해결을 위해 포항에 가는데 경찰이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한 노조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다른 시민들의 불편에 대하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도 대한민국 시민이다. 경찰이 우리는 막고 있으면서 고속도로에 있는 다른 시민들에게만 길을 내 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금을 가장 투명하게 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세금으로 경찰이 우리를 막는 것이다."

- 월소득은 얼마 정도 되나요?
"월소득이라고 따지기가 좀 어렵다. 약 270만원 정도 받지만 일년에 일할 수 있는 날이 12개월 가운데 8개월 정도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 평균으로 하자면 200만원도 되지 않을 것이다. 30년 넘게 일한 사람의 하루 일당이 9만7천원이다. 30년을 한 직종에서 일했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의 베테랑인데, 하물며 이제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 요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농산물 수입 개방 등으로 힘들어하는 농민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조금은 낫지 않은가요?
"농민들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농민들은 최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 빈민과 같은 신세가 농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농민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농민과 우리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 다들 연세가 많으신 분들 같은데요.
"이곳에 온 사람들 평균 나이가 약 50세 가량 될 것이다. 이른바 3D 업종이다 보니 젊은 층이 없다."

어렵게 한 노조원을 설득하여 인터뷰하는 동안에 다른 노조원들의 격한 말들이 들렸다. 한 노조원은 메모지를 달라고 해서 태워 버리기도 했다. 제대로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나무젓가락 같은 것이여. 한번 쓰고 나면 버리는…."
"차라리 휴게소에서 잡지. 배고파 죽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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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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