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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얀마른가지버섯1
하얀마른가지버섯1 ⓒ 고평열
숲에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가지 하나 성한 것 없도록, 에위니아는 그렇게 숲을 훑었다. 천지에 종말이 오고 암흑의 세계가 뒤덮는 줄 알았다.

하얀마른가지버섯2
하얀마른가지버섯2 ⓒ 고평열
미친 듯 불던 바람이 멎고 다시 평화가 찾아든 물찻오름, 언제 그랬냐는 듯 실바람이 살랑이며 숲을 거닐었다. 숲에 가득 내린 빗물은 죽은 가지에 생명의 기운을 넣고 순백의 꽃을 피워내었다. 삶을 마감한 유기물이 피워낸 영혼의 꽃이다.

하얀마른가지버섯3
하얀마른가지버섯3 ⓒ 고평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버섯 위에서 부서진다. 하얀마른가지버섯, 햇살이 버거운 버섯 하나가 툭, 자신의 몸을 허물어트린다. 바라보는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하얀마른가지버섯4
하얀마른가지버섯4 ⓒ 고평열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 중 신비롭지 않은 것이 있을 리 없지만, 생명이 없는 나뭇가지가 피워내는 또 하나의 생명에는 넋을 놓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생명의 씨앗은 누가 파종했을까.

하얀마른가지버섯5
하얀마른가지버섯5 ⓒ 고평열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호흡을 조절하며 바라만 보는 눈길에도 가슴이 미어진다. 곱다고만 말하고 말기엔, 혼자 보고 지나치기엔, 버섯이 전하는 아름다움이 사뭇 진한 까닭이다.

하얀마른가지버섯6
하얀마른가지버섯6 ⓒ 고평열
너울너울 춤을 추듯 버섯의 고운자태는 ‘얇은샤 하이얀 고깔’이 전하는 그 싯구의 느낌에나 비할까.

하얀마른가지버섯7
하얀마른가지버섯7 ⓒ 고평열
넋을 놓았다. 차마 손을 대고 만져 볼 수 없게 하는 아름다움이 버섯의 자태에서 뿜어져 나온다. 맞다. 승무라도 너울너울 출 듯싶다.

하얀마른가지버섯8
하얀마른가지버섯8 ⓒ 고평열
그래. 살아라. 비록 며칠의 생명을 유지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나온 몫을 다 할 때까지 살아라. 태풍의 상처가 깊은 숲이지만 건강한 숲이니 너를 지킬게다. 태풍의 상처는 그나마 쉬이 복구가 가능한 상처이니.

하얀마른가지버섯9
하얀마른가지버섯9 ⓒ 고평열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또 하나의 생명인 버섯. 중금속으로 오염되지 않은 땅. 쓰레기로 썩어가지 않는 땅, 오랜 세월 그들이 살던 그 공간 그대로 그들이 살아가게 해야 하는데 아름다운 물찻오름 가고 오는 길엔 이제 점점 쓰레기가 늘어만 간다.

하얀마른가지버섯10
하얀마른가지버섯10 ⓒ 고평열
말없이 사는 고운 생명들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다녀가는 이들이시여...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가 달라.

덧붙이는 글 |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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