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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가지 하나 성한 것 없도록, 에위니아는 그렇게 숲을 훑었다. 천지에 종말이 오고 암흑의 세계가 뒤덮는 줄 알았다.
미친 듯 불던 바람이 멎고 다시 평화가 찾아든 물찻오름, 언제 그랬냐는 듯 실바람이 살랑이며 숲을 거닐었다. 숲에 가득 내린 빗물은 죽은 가지에 생명의 기운을 넣고 순백의 꽃을 피워내었다. 삶을 마감한 유기물이 피워낸 영혼의 꽃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버섯 위에서 부서진다. 하얀마른가지버섯, 햇살이 버거운 버섯 하나가 툭, 자신의 몸을 허물어트린다. 바라보는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 중 신비롭지 않은 것이 있을 리 없지만, 생명이 없는 나뭇가지가 피워내는 또 하나의 생명에는 넋을 놓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생명의 씨앗은 누가 파종했을까.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부서질까. 호흡을 조절하며 바라만 보는 눈길에도 가슴이 미어진다. 곱다고만 말하고 말기엔, 혼자 보고 지나치기엔, 버섯이 전하는 아름다움이 사뭇 진한 까닭이다.
너울너울 춤을 추듯 버섯의 고운자태는 ‘얇은샤 하이얀 고깔’이 전하는 그 싯구의 느낌에나 비할까.
넋을 놓았다. 차마 손을 대고 만져 볼 수 없게 하는 아름다움이 버섯의 자태에서 뿜어져 나온다. 맞다. 승무라도 너울너울 출 듯싶다.
그래. 살아라. 비록 며칠의 생명을 유지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나온 몫을 다 할 때까지 살아라. 태풍의 상처가 깊은 숲이지만 건강한 숲이니 너를 지킬게다. 태풍의 상처는 그나마 쉬이 복구가 가능한 상처이니.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또 하나의 생명인 버섯. 중금속으로 오염되지 않은 땅. 쓰레기로 썩어가지 않는 땅, 오랜 세월 그들이 살던 그 공간 그대로 그들이 살아가게 해야 하는데 아름다운 물찻오름 가고 오는 길엔 이제 점점 쓰레기가 늘어만 간다.
말없이 사는 고운 생명들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다녀가는 이들이시여...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가 달라.
덧붙이는 글 |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함께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