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국회의원 19명을 비롯 1459명은 외국투기자본에 의해 오리온전기가 사기매각된 사건에 정부관계자가 직·간접으로 개입된 위법행위를 감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7월 6일자로 이를 각하했다.
감사원의 각하 이유는 ▲오리온전기 매각은 대구지방법원이 주도했고 ▲회사정리절차 종결 결정(재판)으로 확정됐으며 ▲국무조정실 및 외교통상부(경제통상대사)의 매각에 대한 개입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소송(손해배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4일 감사원을 항의방문하고 두 가지 이유로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첫째, 애초 감사요청은 매각 청산의 옳고 그름을 검토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개입과 직무해태 여부에 대해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민사소송을 핑계로 요청을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둘째, '수사·재판 및 집행에 관한 사항'을 근거로 각하했다고 하나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사람은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인 박모씨 한 사람뿐이므로 다른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는 당연히 실시되어야 한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깨진 고용보장 합의
오리온 전기는 투기자본인 매틀린패터슨(MP)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4개월만에 홍콩계 펀드인 오션링크에 공장을 분할 매각했다. 이를 결정하는 주주총회는 단 3분만에 끝났다. 오리온 전기 노동자 1300여명은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장을 떠났다.
당시 최대 채권자였던 서울보증보험은 매각금액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매각을 반대했으나 국무조정실이 나서서 대책회의를 열고 일괄매각을 결정토록 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 날 감사원 항의방문에서 담당공무원들은 안타깝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했다.
투기자본과 결탁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노동자 민중의 억울함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게이트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감사를 한 만큼 오리온전기에 대해서도 당연히 감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감사원을 찾아올 때는 변 사또가 아니라 이몽룡같은 암행어사 역할을 기대하고 오는 법이다.
그러나 이문옥 감사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권력의 실세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이번 기각 결정에서도 "'국민감사청구·부패행위신고 처리에 대한 규칙' 제 11조 제1항 제4호에 규정에 따라 각하한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당연히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명백하게 드러난 불법이나 부패행위만을 감사한다면 감사원의 존재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힘없는 노동자들은 법원에 호소하지만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일반화된 현실에서 해결될 리도 없다. 이몽룡이나 변 사또가 한 통속이 되어버린 현실이 한탄스럽다.
오리온 전기, 1300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건은 소송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사를 할 수 없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오리온전기의 경우는 현재 단순히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형사소송이 진행중인 투기자본 론스타건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한 바 있는 감사원으로서는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말이 1300명이지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를 비롯하여 관련 업체 노동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구미지역경제를 포함하면 단순히 한 공장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하여 오늘까지 오리온전기 노동자들의 258일 동안의 외침을 외면하는 감사원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나 정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