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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출입국관리소(CIQ)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줄 서 있는 금강산 관광 버스들 (자료사진).
남쪽 출입국관리소(CIQ)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줄 서 있는 금강산 관광 버스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한기

전국이 태풍 뒤 장마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및 경기도 내 일부 고등학교가 무리하게 수학여행을 떠나 학생들과 학부모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가 닥친 10일 서울의 S여고는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학생들은 10일 오후 5시에 배를 타고 중국으로 떠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계속 내리는 비와 파도 때문에 배에서 2시간을 기다렸으며 집으로 돌아올 때는 안개 때문에 2시간이나 배에서 지내야 했다.

S여고 학부모 곽지영(가명·47)씨는 "태풍이 시작된 때여서 굉장히 불안했다, 아이가 배를 타고 가는 내내 확인전화를 해야만 했다"고 그 당시의 불안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태풍 부는데 배타고 중국, 폭우 오는데 금강산 등반

수원의 K고등학교는 지난 13일 금강산으로 떠났다.

장마철이라서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 학부모들은 '수학여행 일정을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학교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가는 팀을 제외하고는 금강산으로 가는 이 학교 2학년 학생 전원이 13일 오전 9시에 일정대로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이들은 속초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인 14일 금강산으로 떠났다. 수학여행을 갔던 박지선(가명·17)양은 "금강산에 올라갈 때는 그래도 비가 덜 왔는데 내려올 때 비가 많이 와서 위험했다, 선생님들이 급하게 모두 내려가자고 해서 큰 피해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며 바위도 많아 아찔한 상황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정대로라면 15일 오후 6시 학교에 도착하기로 돼있었지만 많이 내리는 비로 지켜지지 못했다. 많은 비로 영동고속도로가 막히자 이들은 다시 속초로 가서 예정에도 없던 하루를 더 보내야만 했다. 결국 이들은 다음날인 16일 저녁 8시쯤이 돼서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강산에 간 아이가 일정대로 돌아오지 못하자 학부모들은 애가 탔다. 학부모 박인창(가명·48)씨는 "아이가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학원도 가지 말게 했다"며 "그런데 장마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니 말릴수도 없고…, 배웅을 하면서도 너무 걱정이 너무 됐다"며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온정각에서 본 금강산. 앞쪽은 캠핑장으로 활용될 텐트촌이다(자료사진).
온정각에서 본 금강산. 앞쪽은 캠핑장으로 활용될 텐트촌이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한기
"학원도 못 가게 했는데, 수학여행이니 말릴 수도 없고"

하지만 수원의 K고등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사일정도 미리 잡혀 있는 것이다, 갑자기 일정을 바꿀 경우, 환불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들과 합의를 거쳐 일정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전 문제를 고려해 학부모 대표단이 속초까지 동행했다"며 "어디까지나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고 학생들이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일정대로 진행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용인의 T고등학교와 서울의 D고등학교도 13일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영동고속도로가 막히자, 임시로 마련된 숙소에서 힘든 밤을 지새고 일정보다 하루 늦게 집에 도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현대아산 측은 "최소 환불규정에 따르면 환불은 예약날짜 10일 전까지만 된다, 방북 승인문제 등 예외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 측은 "요즘 같은 날씨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에 대해 예외적으로 100% 환불해주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수학여행에 관해서도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관련된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환불 규정 등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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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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