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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의 교육위원 활동을 끝내고 교단으로 복직하기 위해 준비중인 고진형 전라남도교육위원.
ⓒ 김두헌
고진형 전라남도교육위원이 오는 31일 치러질 전라남도교육위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 위원은 출마하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주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명분 없는 선거판'을 떠나 교단복직을 준비 중이다.

그가 말한 명분이란 '지방교육자치 출범이후 사상최초의 전교조 출신 전라남도교육위원회 의장을 역임하며 올바른 교육자치와 공교육 정상화 등 전교조의 위상정립을 위한 자신의 역할이 나름대로 마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5일, 내리 3선을 하며 11년여 동안 교육위원 활동을 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 위원은 "반성, 또 반성"이라고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육개혁과 대안제시, 정책개발 등을 통해 경직된 교육행정시스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 전남도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 위원은 교육위원으로 재임하며 "농산어촌교육 특별법 제정 등 전남교육의 어려운 여건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에 여러 차례 걸쳐 건의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고 위원은 "상당히 큰 진통이 예견됐던 전라남도 고교평준화 문제가 단점을 극복해내고 장점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어 뒤돌아보면 참, 보람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난시절을 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지역에서는 아직도 고교평준화 문제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고교평준화를 바라보는 보수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평준화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성적을 평준화하자는 뜻이 아니라 교육여건이나 교육 기회를 공교육 기관인 중등학교에 국가정책이 그런 것을 조장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런 교육 여건을 평준화하자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준화는 마치 경쟁을 배제하고 배척하는 것처럼, 이렇게 오해될 수가 있는데, 입시 경쟁 체제에선 경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경쟁을 하되, 공정한 경쟁, 불공정 경쟁에서 공정한 경쟁으로 가야 됩니다. 공교육 기관이 서열화 돼서, 학교가 명문학교에서부터 서열화 되면 사실상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뛰어넘을 수가 없죠. 입학과 동시에 등급이 다 결정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학교 서열을 폐지하고,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출발선상에서부터 말입니다. 그 점이 평준화 정책의 취지였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쟁의 근원은 고등학교 교육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나 수월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통합성과 평등성의 가치 역시 중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 위원은 "이념적 좌표의 스펙트럼이 최근 몇 년 간 아주 다양해진 것도 우리사회가 진보해 가고 있는 한 증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교평준화 문제뿐만 아니라 공사립, 인문고와 실업고,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해소도 용광로처럼 끓고 있는 시민사회의 여론에 부응하는 진전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진형 위원은 특히 지난 2002년 9월, 전교조 출신으로는 전국최초로 전라남도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전교조 1, 2, 4, 6, 7대 전남도지부장을 역임한 고 위원은 이 같은 활동 때문에 파면·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으며 지난 2000년 치러진 전남도교육감 보궐선거에 전교조 조직후보로 출마해 1차 투표결과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아 결선투표에서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아주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교육위원회 의장역할을 수행하면서는 교육위원회 설립 본질에 맞게 올바른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공교육 정상화, 도농격차 해소 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또 지난 2000년 조직후보로 전라남도교육감선거에 출마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고 위원은 그러나 "새로운 행정체계나 조직문화를 변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또 조그마한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10여년 동안 교육행정경험을 해보니 우리 교육공무원들, 주어진 업무는 훌륭히 잘 해냅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창조, 파괴적 창조에는 여전히 겁을 먹는 것 같더군요. 행정체계, 행정 시스템의 경직성을 유연화, 연성화 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고 위원은 또 전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전교조 조직후보들에 대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일부 보수언론이나 학부모들이 전교조를 자기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폄하하고 있긴 합니다만 전교조는 그 서슬 퍼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도 교육개혁에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또 교육자치 출범이후 각 시도교육위원회에 진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점, 국민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교육위원 출마를 준비 중인 조직후보들께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열심히 활동해 모든 조직후보들이 반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랍니다."

고 위원은 또 "비판만을 위한 비판은 논외로 치더라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면서도 "최근 교권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그걸 일으켜 세우려는 주체와 객체간의 갭이 국민들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복직을 준비 중인 고 위원은 "18년 만에 복직을 하려고 하니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그러나 "학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18년 전 경찰에 연행되어가면서 당시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었는데 너무 먼 길을 돌고 돌아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의 소명감을 갖고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 위원의 복직여부는 전라남도교육감 재량에 의해 결정되며 이르면 오는 9월 1일,정기인사 이전에 복직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 인터넷 사이트 '희망교육 21'(www.ihop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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