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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도로가 외길인 탓에 도로가 무너지기만 하면 영락없이 이렇게 된답니다
울릉도는 도로가 외길인 탓에 도로가 무너지기만 하면 영락없이 이렇게 된답니다 ⓒ 배상용
오늘(18일)도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이라면 모두 그러하듯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그만 그치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 덕분에(?) 관광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그저 비를 바라보며 푸념만 늘어 놓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풍랑주의보 상황이 아닌 탓에 여객선은 입항했지만, 전국의 비 피해상황과 울릉도의 비 소식에 나름대로 약삭빠른(?) 관광객들은 예약취소를 해버렸고, 울릉도에 도착한 관광객들도 관광에 나서질 않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관광객을 안 받자니 먹고 살 일이 걱정이고, 관광객을 받고보니 제대로 된 관광이 되지 않는 탓에 미안스럽기만 하고. 이게 세상 사는 이치인가 봅니다.

새벽부터 벌써 10시간째 삽과의 전쟁입니다
새벽부터 벌써 10시간째 삽과의 전쟁입니다 ⓒ 배상용
지금 이 순간도 도동과 저동 사이의 젯만디에서는 새벽부터 공무원들과 공사하는 인부들이 흘러내린 토사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0분이 멀다하고 차들은 밀리고, 차창 밖에서 내다본 주민들의 모습에선 웃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빨리 다녀야 돈을 버는 택시기사에서부터 아빠 옆에서 칭얼대는 꼬마들, 이런저런 물건들을 운반하는 기사들까지 모두 마음은 한가지겠지요.

"젠장, 빨리 안 치우고 뭐 하노. 그래도 한번씩은 차들을 빼줘야 할거 아이가."

언젠가 어느 시인의 '다른 사람'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 하면 손해본다는 생각, 다른 사람은 하지 않는데 나 혼자 하면 모자라는 사람.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세상이 되고 흔히들 얘기하는 님비현상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다른사람 이겠지요'.

그래도 너무나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큰 피해가 없어서 말입니다
그래도 너무나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큰 피해가 없어서 말입니다 ⓒ 배상용
엄청난 비가 온다면 아무리 단단하게 공사를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겠지요. 사람의 힘이란 게 자연의 힘에 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그 굵던 비가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우리보다 더 큰 수해를 입어 고생하는 지역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곳 울릉도는 짜증낼 만한 정신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지요. 서로 웃으며 힘든 일이 닥치면 또 힘을 모아 이겨나가야지요. 어떻게든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의회 의원,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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