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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식의 연해주 동포 어린이와 러시아 어린이들
환영식의 연해주 동포 어린이와 러시아 어린이들 ⓒ 정명현
"즈드라사 투브이쩨. 라뜨 바스 비제찌(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피부색깔이며 생김새는 한국인었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고 음식 취향도 전혀 다른 고려인 동포 어린이, 붉은 피부에 뚜렷한 얼굴윤곽 등 생김새부터 모든 게 한국 어린이와 전혀 다른 러시아 어린이.

러시아 연해주(프리몰스키 크라이)에 강제 이주돼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동포의 자손인 빨치산스크시(市) 29번 학교 어린이 25명과 인솔자(교감 꼬세레나 발렌지나, 한블라지미르 빨치산스크시 고려인연합회장, 교사, 고려인 통역자) 등 30명이 16일 밤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이번 러시아 연해주 빨치산스크시(市) 29번학교 어린이들의 방문은 남양주시 도곡초등학교(교장 김창순)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약 150년 전 러시아 연해주에 강제 이주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동포 자손과 연해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러시아 어린이(우리나라 초.중학생)들이다.

배를 탄지 16시간 만에 속초항에 도착한 연해주 어린이들
배를 탄지 16시간 만에 속초항에 도착한 연해주 어린이들 ⓒ 정명현
이들은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거쳐 4박5일 일정으로 할아버지.할머니의 고국이자 낯선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 도착, 방문 첫 날인 16일 밤 도곡초등학교에서 도곡초와 간단한 결연식을 갖고 도곡초 어린이들 집으로 나뉘어 한국생활과 문화체험에 들어갔다.

연해주 어린이들이 한국에 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긴 여정이 필요했다. 우선 연해주 러시아 주재 한국영사관과 교육원 등이 연해주 어린이들의 출국에 필요한 절차를 위해 1달 이상 도와주어야 했으며, 한국 왕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보다 몇 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배를 이용해 와야 했다.

이들은 16일 새벽 2시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에서 배를 타고 출발, 16시간의 대장정을 거쳐 속초에 도착해 경기도 남양주시 도곡초에서 험난한 장마를 뚫고 마중 나온 도곡초 일행(김창순 교장, 이명승 운영위원장 등)과 첫 만남을 가졌다.

환영식의 연해주 어린이와 도곡초 어린이들
환영식의 연해주 어린이와 도곡초 어린이들 ⓒ 정명현
하지만 이들의 긴 여정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평소같으면 속초에서 도곡초교까지 4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지만 때마침 우리나라 전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도곡초가 위치해 있는 경기도와 강원도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이 산사태와 도로유실로 통행이 제한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도로는 우회도로를 찾아 몰린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이 과정을 헤치고 와야 했기에 평소보다 2배 가까이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은 물론 평소 좀처럼 교통체증을 경험해 보지 못한 연해주 어린이들의 얼굴은 버스 내내 오는 동안 답답하고 지루한 표정이 역력했다.

비로서 도곡초에 무사히 도착한 연해주 어린이들은 차에서 내려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긴 여정의 어려움도 힘든 것도 잊고 환영나온 도곡초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도곡초 어린이가 연해주 어린이에게 이름표를 걸어 주고 있다.
도곡초 어린이가 연해주 어린이에게 이름표를 걸어 주고 있다. ⓒ 정명현
도곡초에서 많은 학생과 학무모들이 참가한 가운데 가진 연해주 29번학교와 도곡초 간 환영식을 겸한 결연식에서 김창순 교장은 "연해주 어린이와 일행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4박5일 동안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양 어린이들과 우정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밝혔다. 이에 29번학교 꼬세레나 발렌지나 교감은 "초정해준 도곡초에 감사하다"며 "이런 교류가 계속되기를 바란"고 답하고, 김창순 교장에게 러시아 기념품을 선물로 전달했다.

또 연해주 어린이와 5일 동안 생활하게 된 장성원(6학년5반) 어린이는 "많이 기다렸는데 만나가 되어 반갑다"며 "고려인 동포 어린이와 생활하게 돼서 더욱 기쁘다"고 환영했으며, 김인나 고려인 동포 어린이는 "오게 돼서 기쁘다"며 "모두가 깨끗하고 이쁜 것 같다"고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밝혔다.

또한 연해주 어린이를 맞이하게 된 한 학부모는 "뭘 해주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면서 "연해주 어린이들이 체류하는 동안 편하고 즐겁고 추억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고려인 동포 4세 김인나 어린이
고려인 동포 4세 김인나 어린이 ⓒ 정명현
이들 연해주 어린이들은 도곡초 어린이 집에서 한국생활 체험 첫 날을 보내게 되며, 둘쨋날인 17일부터는 도곡 어린들과의 생활을 통해 본격적인 한국생활 체험과 문화교류를 하게 된다. 또한 도곡초 어린이들과 학교수업을 받으면서 한국어린이들의 수업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방문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도곡초에서 환송식을 가진 후 속초항으로 이동, 배편으로 연해주로 출발한다.

이번 연해주 고려인 동포 및 러이사 어린이 초청 방문은 지난해 5월부터 도곡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자회와 성금 모금 활동을 통해 모은 성금을 연해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고려인동포들을 돕기 위해 전달하면서 상호교류가 이뤄진 게 계기가 돼 성사된 것으로, 지난 달 도곡초 학생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김창순 교장 등이 연해주를 직접 방문하면서 초청 형식으로 한국 방문이 이뤄졌다.

특히 이번 방문은 소득수준이 낮은 연해주 동포들로써는 방문절차의 어려움과 소요비용 부족 등으로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경우로 러시아 주재 한국영사관과 교육원 등이 적극 돕게 되면서 1달 전부터 한국 방문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해주에 있는 많은 고려인 동포 어린이들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여건을 발급받지 못하는 등 생활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에 대한 한국 측의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 연해주에는 1863년부터 함경도 주민들이 이주해 살기 시작하면서 1980년도 말에는 100가구 이상의 고려인 동포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1937년 소련 스탈린이 일제의 첩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우리 동포들을 강제이주시키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남양주타임즈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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