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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천정배 법무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가 임박한 것 같다. 천정배 장관 스스로 언론 노출도를 높이고 있고, 당 안에서도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천정배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면서 언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의 속내에 맞춰지고 있다. 조기 복귀를 결정한 이유와 이후 대권 행보를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분석은 엇갈린다. <한국일보>는 20일, 천정배-정동영 두 사람이 지난 13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눈 사실을 전하면서 그가 김근태 의장 견제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동영계 입장에서도 김한길 원내대표나 강봉균 정책위의장만으로 김근태 의장계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천정배 장관에게 손을 내밀 것이란 전망도 곁들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19일 "내가 당으로 복귀하면 김근태 의장과 경쟁구도가 될 것처럼 일부 해석하는 것은 오버"라는 천정배 장관의 말을 전하면서 그가 당으로 복귀해도 당분간 개인적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분석이 맞는 걸까? 선뜻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당 복귀 앞둔 천정배 장관의 속내는?

<한국일보>가 읽은 당내 상황, 즉 역학구도는 틀리지 않다. 천정배 장관의 당 복귀는 대권 행보 개시를 뜻한다. 하지만 그의 당내 기반은 탄탄하지 않다. 그가 과거에 원내대표로 '잘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른바 천-신-정 협력 체제에 기댄 덕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계와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천정배 장관이 정동영계와 협력하려면 공동전선을 창출해야 한다. 바로 김근태 의장이다.

그렇다고 <경향신문> 기자가 전한 천정배 장관의 말을 흘려버릴 수도 없다. 강도가 세다. 천정배 장관은 "일단 의장에게 전권을 주고 당을 잘 수습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당과 원내의 투톱이 문제"라며 "(김근태 의장이 주도하는)서민경제추진위에서 계획을 세워도 (정동영계가 장악한)정책위에서 다른 의견을 내세우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는 당내 상황에, <경향신문>은 본인의 말에 기대 다른 전망을 내놨다. 근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오히려 거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두 신문이 내세운 근거를 조합하면 어떨까? 그럼 이런 진단이 나온다. 천정배 장관이 처한 상황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거나, 본인의 공언을 지킬 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 말이다.

무슨 뜻일까? 그 해답은 천정배 장관의 말 속에 녹아 있다. 그는 김근태 의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두 가지 단어를 동원했다. '일단'과 '수습'이다. 김근태 의장의 역할은 당 수습이니까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동영계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선으로 후퇴했다. 그런 정동영계가 김근태 의장을 대놓고 흔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천정배 장관이다. 총대를 멜 리 만무하다.

이렇게 보면 천정배 장관의 '말 따로 상황 따로'는 시한부 성격을 띤다. 당 수습기간에는 김근태 의장과 '공존'하고 정동영계와 '협력'하는 이중행보를 보일 것이다.

그럼 공개적으로 당 수습기간 종료를 선언할 시점은 언제일까? 일각에서는 7·26재보선 직후를 꼽는다. 열린우리당이 7·26재보선마저 참패할 경우 김근태 의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적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하는 순간 7·26재보선 패배는 기정사실이 됐다. 등을 돌린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각 방을 쓰는 지경에까지 이른 민심을 두 달 만에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김근태 의장의 임기 만료 시점인 내년 2월을 내다보는 것도 무리다. 대선후보 경선이 임박할 때까지 김근태 의장이 전권을 행사하게 놔두면 당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

격전장이 될 가을 정기국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5일 비상대책회위원회와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삼성SDS출신인 남궁석 전장관이 참여하게돼 삼성, 현대, 엘지 3대 대기업 출신이 모두 모였다`며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5일 비상대책회위원회와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삼성SDS출신인 남궁석 전장관이 참여하게돼 삼성, 현대, 엘지 3대 대기업 출신이 모두 모였다`며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가장 현실적인 전망은 가을 정기국회를 내다보는 것이다. 천정배 장관이 서민경제추진위와 정책위의 불협화음을 언급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민경제추진위는 김근태 의장이 '민생 올인'을 선언하면서 꾸린 조직이다. 민생 회복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서민경제추진위를 통해 가다듬은 '김근태 구상'은 가을 정기국회에서 대강을 드러낼 것이고 입법을 시도할 것이다. 내년 2월이면 의장직을 내놔야 하는 김근태 의장으로선 가을 정기국회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바로 이때가 결절점이다. '김근태 구상'의 적정성과 '김근태 입법안'의 추진력을 놓고 격론이 오갈 것인데 이 격론에 발을 담그는 건 자연스럽다. 이때쯤이면 당 복귀 후 당분간 개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적응 과정'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때를 놓치면 속도 상실의 우를 범한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완전한 국민참여경선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국민 인지도를 높여야 하고 그 선결 과제는 노출도 극대화다.

노출도 극대화의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는 것이다. 물론 명분 있는 싸움이어야 한다. 가을 정기국회 때 '김근태 구상'과 겨루는 건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권력 싸움이 아니라 비전 싸움으로 묘사되면서 차기 지도자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더구나 정동영계와의 협력 체제 아래서 벌이는 싸움이라면 비전세력을 대표하는 지도자란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정동영계가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정동영 전 의장은 지방선거 참패로 재기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려있다. 한창 잘 나갈 때도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한자리수를 넘지 못한 그였는데 지방선거 참패로 약세는 더 심화됐다. 당원들만 데리고 대선후보를 뽑는다면 모를까 국민참여경선제로 가면 기약을 못한다.

반면에 천정배 장관 본인은 신흥주자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제3후보론의 앞순위에 놓이는 후보다. '김근태 구상'과의 겨루기에서 새 비전을 제시한다면 앞순위가 0순위로 구체화 될 수도 있다.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세는 확장되고 차후를 기약할 수 있다. 이게 김근태-정동영과 다른 점이다.

천정배가 내놓을 콘텐츠는?

갈 길은 정해졌다. 문제는 괴나리봇짐에 뭘 담을까 하는 점이다. 콘텐츠가 문제다.

천정배 장관은 <경향신문> 기자에게 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질적으로 판이하다"고 말했다. "(5년 전에는)노무현 후보를 세우면 개혁세력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민의 단초는 잡은 것 같은데 그 다음 말이 없다. <경향신문> 기자는 천정배 장관이 "'개혁세력이란 말을 꺼내기도 그렇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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