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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속에 마산의 한 상가 앞에서 4명의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모여 운동을 하고 있다.
비가 내리는 속에 마산의 한 상가 앞에서 4명의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모여 운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선거고 뭐고 비나 좀 안 왔으면 하네요. 정치인들이 만날 싸우니까 하늘이 화가 나서 저리 퍼붓는 거 아니요. 싸움하는 사람 왜 뽑아줘요. 투표 안할 끼요."

7·26 마산갑(옛 합포구) 국회의원 재선거를 며칠 앞둔 20일 오후 신마산시장통에 아줌마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지난 10일 태풍(에위니아)이 지나가면서 열흘 넘게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니 모두 짜증이다. 7·26 재선거 이야기를 꺼냈더니 바로 비와 연결시켜 버렸다.

마산 앞바다에서 건져 올렸을 생선을 앞에 놓고 있는 아줌마한테 물었다. 몇 살이냐고 했더니 "와 중매해 줄라꼬"라며 64살이란다. 실제로도 그렇게 보였지만 "50대로 보인다"며 말을 붙였다. 주변에서 재선거 이야기를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좀 하는 편"이라는 대답이다.

"투표할 꺼냐"고 물었더니 한단다. "4명 후보 명함도 보고 엊그제 텔레비전 토론회도 다 봤다"고 대답했다. "누구 찍을 꺼냐"고 물었더니 "그거 말하면 안되지"라며 생선을 뒤집어 놓는다.

옆에서 채소를 파는 아줌마는 "지금 생각 같아서는 투표 안 하고 싶다, 비가 하도 많이 온다 아이가, 선거고 뭐고 없다, 비 안 오게 하는 사람 있으면 찍어 줄란다"고 말했다.

2년 마다 선거 치르는 마산갑

이곳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합치면 연일 내린 비만큼 잦은 선거를 하고 있다. 2000년부터 2년마다 한 번 꼴로 국회의원 선거다.

2000년 16대 때 당선된 김호일 전 의원이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뒤 2년 뒤 선거를 실시해 김정부 전 의원이 당선되었다. 김정부 전 의원은 2004년 총선에 당선되었는데,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어 이번에 다시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시장통을 나오면서 만난 30대 주부는 "잘못됐죠, 반칙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자꾸 투표해야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데, 자꾸 그러니까 이번에는 투표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나라당이 잘못해서 계속 선거를 하는데,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죠, 그게 더 화가 나네요, 다른 당도 다 똑같죠 뭐"라고 말했다.

인근 한 대형상가 앞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춤을 추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비옷을 입어 후보 이름과 번호가 잘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4명의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한 줄로 서 있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상가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그날 출근해야 하는데, 투표할 지 모르겠다"면서 "마산갑만 선거를 해서 그런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주는 것 같고 해서 의외로 선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 앞에서 2명의 30대 주부가 물건을 잔뜩 사서 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투표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안 할 생각이고 그날 상황 봐야 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마산갑 유권자들은 잦은 국회의원 선거까지 치르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열린우리당 1명, 한나라당 1명, 무소속 2명 출마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김성진 후보,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 무소속 김호일 후보, 무소속 정상철 후보.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김성진 후보,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 무소속 김호일 후보, 무소속 정상철 후보. ⓒ 자료사진

이번 재선거 후보는 4명이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성진 후보는 "마산경제부터 살리겠습니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2002년 선거 때 민주당으로 나섰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 마산 내서에 있는 청과물시장을 어시장 쪽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머지 3명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성향이다. 16대 의원을 지낸 한나라당 이주영 후보는 '창원을'에서 지역구를 옮겼다. 그는 16대 때는 창원이 고향이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마산이 고향이라 했다.

다른 후보들이 마산 사람이 아니라고 하자, 그는 마산의 상징물인 아구에서 착안한 '아구아재'라는 별명을 내걸어 마산 출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마산을 바꿀 아구아재 정권을 바꿀 아구아재"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김호일·정상철 후보는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나섰다. 14대부터 16대까지 지낸 3선의 김 후보는 아예 "당선 즉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정권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마산시의원을 지내고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이 잘못되었다며 비난하고 나선 정 후보는 "깨끗한 정치, 시원한 경제"를 구호로 내걸었다.

여름 땡볕처럼 선거 열기가 막판으로 가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중앙정치인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근태 의장이 이미 다녀갔고, 한나라당에서는 김영선 전 대표가 이미 다녀갔다.

24일에도 중앙정치인들이 마산에서 격돌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마산을 방문해 마산경제 회복을 공약으로 내건 김성진 후보한테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지원유세를 펼 예정이며, 다음날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내려와 이주영 후보의 지원활동을 벌인다.

한편 무소속 정상철 후보는 "중앙정치인들은 마산으로 올 게 아니라 수해복구현장으로 가라"고 촉구했다. 정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선거막판에 자신의 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되자 선관위에 수사를 촉구했으며 그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호일 후보는 3선 의정 경험과 '마산 토박이'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유세 등을 통해 "이번 재선거에 당선시켜 한나라당으로 되돌려 보내 내년 정권 교체와 마산발전을 앞당겨야 한다"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7.16 마산갑 재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마산시내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이 선거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7.16 마산갑 재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마산시내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이 선거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아버진 또 한나라당 찍을 거죠?"

22일 저녁 '마산의 명물' 어시장을 찾았다. 여느 때 같으면 생선으로 그득한 수족관처럼 사람들이 붐볐지만, 잦은 비 탓인지 불경기 탓인지 사람들이 드물었다.

마산 앞바다의 짠 갯내음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여도 될 정도로 바다와 가까이 들어선 장어거리. 불판 위에 몸을 비비는 장어를 바라보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무리들이 있었다.

자기들은 이웃사촌란다. 4명은 한 동네에 사는데 그 중 1명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모였다고 한다. 흰머리카락이 반 정도 있는 50대가 "그래 뭐 물어 보려고" 하며 묻는다. "투표 하실 꺼냐"고 했더니 모두 투표한단다. 그런데 정치성은 조금씩 달랐다.

50대는 "여기는 모두 한나라당일 걸"이라면서 "이주영 후보가 창원에 있다가 온 게 흠이기는 하지만, 아무 데서 오면 어때, 원래 출생은 마산인갑더라고"라 한다. 장어를 뒤집고 있던 40대는 "한나라당 많이 찍어 주었잖아요, 따지고 보면 이번 재선거도 한나라당 때문 아니요, 재선거로 인한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안 그렇소"라고 맞섰다.

또 다른 40대는 "마산에 준혁신도시(공공기관 개별이전)가 들어서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김태호 지사(한나라당)가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되는 게 마산으로 볼 때 유리하지 않겠소"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던 다른 50대는 장어가 먹음직스럽게 익자 "다 익었다, 자 이제 먹자, 술맛 떨어지니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라며 소주잔을 부딪친다.

"매주 수요일 회 먹으면 할인해 준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어시장 입구. 두 명이 우산을 들고 시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같이 걸어가면서 말을 건넸더니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란다. 아버지는 "선거 하는 지도 모르겠던데"라며 "누구 찍을 건지 말하면 안 되지, 지금까지 찍어온 데 찍을라 생각하는데"라고 말했다.

아들이 "아버진 또 한나라당 찍을 거죠?"라며 "한나라당이 두 번이나 부정선거를 했잖아요, 바쁜데 또 선거하게 만들었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요즘 선거 이야기는 잘 안해요, 얼마나 투표할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기자를 손님인양 반갑게 맞는 한 횟집 아줌마는 "우리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저 멀리 있는 청과물시장(마산 내서읍)을 어시장 옆으로 갖고 온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장사하는데 도움이 안 되겠나"라고 말하기도.

5·31 이후 영남권 민심 변화에 이목 집중

이날 저녁 어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비가 많이 오는데 선거는 무슨"이라거나 "바쁜데 투표하러 갈 시간 없다", "누가 되든 똑같은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산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김태호)가 72.28%, 열린우리당 후보(김두관)가 18.56%를 얻었고, 마산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황철곤)가 72.62%, 열린우리당 후보(양운진)가 15.58%를 각각 얻었다.

7·26 재선거는 전국 4곳에서 실시하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는 마산이 유일하다. 이번 재선거는 5·31 지방선거를 치른 지 두 달여 만에 실시한다. 마산갑의 선거 결과는 두 달 동안 영남권의 민심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 마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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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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