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은 덜하지만 한때 집을 둘러싼 담장을 만들 때 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과 밖이 잘 보이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차갑고 삭막해 보이는 그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있는 일터 담장도 쇠로 돼 있습니다. 쉽고 간단하다는 이유로 쇠를 이용하여 건물을 지었지요.
어딘가에서 바람에 날려 온 박주가리 씨앗 하나가 힘들게 뿌리를 내리고 자랐습니다. 박주가리가 자라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저는 새순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기만 바라며 길잡이를 해 주었지요. 그렇게 자란 박주가리가 장마철에 꽃을 피우며 벌과 나비를 불러 들였습니다.
작은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여물어지면 까만색 씨앗에 커다란 솜털을 매단 채 바람에 날려 갑니다. 바람에 날려가는 그 인생이 사람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정 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박주가리의 삶.
산에, 산에 자라는 꽃들이 우리가 바라보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 뭔가 할 말이 있어 자라는 것일 테지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세상 모든 것들이 소중합니다. 그 소중함을 깨우치지 못하는 인간이 어리석을 따름이지요.
박주가리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하찮은 잡초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을 비추어 보는 거울로 보이기도 하겠지요.
| | 새가 된 꽃, 박주가리 | | | |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 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 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