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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보(오른쪽)와 보수단체(왼쪽)가 시차를 두고 각자 열었다.
24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보(오른쪽)와 보수단체(왼쪽)가 시차를 두고 각자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과 남한의 쌀·비료 지원 중단 그리고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단 통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관계가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다가 남북관계가 대결 시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북포용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혁·진보 진영에서는 정부가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시킨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악화와 한국의 입지 축소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노무현 정부는 "진보·보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정부는 중도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언행불일치'에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행태를 보면, 진보적인 발언은 즐겨 하면서도 정작 정책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진영이 주로 노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고, 진보진영은 인도적 지원 중단 등 주로 '정책'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정치적 논란만 거세지고 있다.

문제 해결 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주문이겠지만,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도 '문제 해결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역시 비생산적인 논란을 야기하는 발언보다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무기화'한 것 자체가 커다란 실책이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나서거나 북한이 비공식 6자회담에 임하면 좋겠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는 대북특사를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최고위층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이 있다. 작년 6·16 행사 때와 흡사하게 8·15 행사에 정부 대표단도 참가해 자연스러운 특사 회담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부 특사로 파견하는 것은 DJ가 현직이 아닐 뿐더러, 그의 역할은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사 회담의 1차 목표는 '남북관계 정상화'

특사 회담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1차적인 목표로서,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은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면회소 건설 재개 등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경의선 시험 운행 및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도 합의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남북장관급회담 및 군사회담 등 중단된 대화를 복원하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는 북한의 핵, 미사일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 남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사 회담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와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면 좋겠지만, 현재의 남북관계 및 북미·북일관계를 고려할 때 이를 기대하기란 힘든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되, 핵·미사일 문제를 다른 남북관계 현안들과 직접 연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상호간에 불신을 해소하고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남북한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핵, 미사일 등 중대한 현안에 대한 정책 변화는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보기는 없지만, 남북한 정상이 만나 민족과 평화 문제를 논의하고 가능한 수준에서의 합의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대북특사를 파견한다면 이러한 문제도 폭넓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2001년 말~2002년 초에도 남북관계는 대단히 좋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남한은 비상경계조치를 취했고, 북한은 이를 문제 삼으면서 남북대화 및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중단시켰다. 또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그 여파는 남북관계에도 미쳤다.

이러한 남북관계를 반전시킨 계기는 2002년 4월 초 임동원 특사의 평양 방문이었다. 당시 임특사는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고위측과 장시간의 협상을 거쳐 남북관계의 정상화 및 경협 확대를 골자로 한 공동보도문을 이끌어냈다. 이후 남북관계는 6월 말에 발생한 서해 교전사태에도 불구하고 '황금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당시의 상황이 적지 않은 차이가 있더라도, 당시의 사례는 대북특사 파견이 남북관계 정상화와 위기 예방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나빠지기 전에, 그리고 한반도 위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기 전에,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과 남북한의 용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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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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