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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관방 장관.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가 지난 주부터 일본 전역의 서점에 깔렸다. 오는 9월 20일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의 집권구상이 담긴 책인 만큼 신간 코너의 가장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의 제5장(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대 아시아 외교의 기본구상을 밝히고 있다. 결론은 "보편적 가치관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미국 4개국이 전략적 연대를 취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일본과 호주, 인도를 '아시아-대양주 민주국가 G3'라 칭하고 여기에 미국을 더한 '3+1' 구도를 제의했다. '아시아 민주국가 연대'에서 한국은 제외시킨 것이다.

한국·중국이 한 묶음

그는 우선 대 중국관계에 대해 "경제 면에서 양국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호혜관계"라고 전제하고 "정치문제 때문에 이런 호혜관계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정경분리의 원칙'을 주장했다.

물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을 의식한 것. 그는 "나라가 다르면 역사와 문화도 다른 법"이라며 "양국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를 전체적인 관계로 파급시켜선 안 된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논리를 답습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은 한국도 같다"면서 한국을 중국과 한 묶음으로 취급했다. 한일관계에 대해 '낙관주의'라고 하면서도 "과거에 대해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미래지향으로 나아가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한국 측의 과거사 문제제기 등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한국,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풀 의사가 없음이 이 책에서 읽혀진다. 그렇다면 왜 인도, 호주인가. 그는 인도를 '친일적 민주국가', 호주는 '올해 각료급 전략대화를 성공시킨 파트너'라고 칭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일본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이런 보편적 가치관에 입각해 있지 않은 나라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익 정치인의 진면목

이 책에는 '우익 정치인' 아베의 소신이 곳곳에 솔직하게 표현돼 있다. 2차대전 후 A급 전범 용의로 기소됐다가 풀려나 후에 총리가 됐던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언급하면서 "할아버지가 '보수반동의 권력화'라거나 '정계의 흑막'으로 불렸던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 반발로 '보수'라는 말에 오히려 친근감을 갖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수주의'에 대해 "현재와 미래는 물론,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백년, 천년, 일본의 긴 역사 속에서 생성된 전통이 왜 지켜져왔는가에 대해 항상 현명한 인식을 가져나가는 것"이 '보수의 정신'이라는 것.

그는 'A급 전범'의 자손답게 야스쿠니 신사 문제의 본질인 A급 전범 합사에 대해서도 시종 옹호로 일관했다. 나아가 A급 전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궤변을 펴고 있다.

"A급 전범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 A급 전범이란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평화에 대한 죄'와 '인도에 대한 죄'라는, 전쟁이 끝난 후 만들어진 개념에 의해 심판된 사람들을 말한다. 국제법상 사후법에 의한 재판은 무효라는 논의도 있지만 그건 별도로 하고, 지도적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A급이라고 편의적으로 불려졌을 뿐 죄의 경중과는 관계가 없다."


그의 궤변은 이어진다.

"A급 전범 판결을 받았어도 나중에 사면돼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있다. 그 중 하나인 시게미쓰 마모루는 일본이 유엔에 가맹했을 당시 외무대신으로 1급 훈장이 서훈됐다. 유엔에서 시게미쓰는 왜 규탄되지 않았은가. 왜 일본정부는 1급 훈장을 박탈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국내법에서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국민의 총의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차기 총리로 확실시

아베 장관이 실제 총리가 됐을 경우 역사 문제와 야스쿠니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중-일 관계가 얼마나 요동칠 지를 짐작케 한다. 이런 인식이라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악화된 현재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야스쿠니문제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의 쟁점이 될 조짐이 보이자 ▲이 문제를 선거쟁점화하지 않고 ▲참배 여부를 밝히지 않으며 ▲8월 15일 참배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장관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독주하고 있다. 유력한 경쟁후보였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출마를 포기한데다 다른 후보들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어, 차기 총리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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