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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댄스시어터 2005년 작 <바츠니아주닉>의 한 장면.
포즈댄스시어터 2005년 작 <바츠니아주닉>의 한 장면. ⓒ 김기
26일과 2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아시아 유일의 컨템포러리 재즈댄스단체인 포즈댄스시어터의 10주년 기념을 담은 6회 국제댄스미팅포즈 '항해'가 열렸다. 매년 유료관객이 80%를 넘기는 포즈댄스시어터의 인기는 거센 장맛비의 위세에도 꺾이지 않아 연일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 성황을 이뤘다.

포즈댄스시어터 단장이자 상임안무가인 우현영의 신작 <시즌스(seasons)>와 2005년 작으로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바츠니아주닉(설련화)>가 선보였으며, 셀린 디온이 가장 먼저 찾는 안무가 웨스 벨딩의 <특별한 만남>이 참가했다.

2006년 신작 <시즌스>의 한 장면
2006년 신작 <시즌스>의 한 장면 ⓒ 김기
재즈댄스란 발레나 모던댄스 등과는 조금 달리 대중적 기반에서 출발한 춤이다. 일반대중의 입장에서 단지 구경만 하는 춤이 아니라 작정하면 얼마든지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무대 공연작품만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대중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뮤지컬 등에서 보여지는 춤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왕과 나> 등 이른 시기의 뮤지컬들로 재즈댄스는 쇼 비지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모던재즈, 코믹재즈, 아프로재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재즈댄스의 가장 큰 미덕은 모든 장르의 춤을 빠르게 흡수하는데 있다. 트위스트가 유행이면 트위스트를, 디스코나 힙합이 유행하면 그 또한 무대예술로 승화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포즈댄스시어터가 추구하는 컨템포러리 재즈는 모던재즈에서 진일보한 양식으로 발레를 근간으로 하여 다른 장르를 수용하고 있다. 우현영 단장이 발레부터 시작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대중이 발레에 대한 기대가 큰 까닭도 크게 작용하였다. 실제 포즈댄스시어터는 자체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그 안에도 발레가 정규과목으로 들어가 있다.

포즈댄스시어터가 우리나라 무용계에서 발군의 특성을 보이는 것은 대중성이다. 공연 때마다 유료관객 80%대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 사정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다. 세계적 무용수를 비싼 개런티로 불러 대대적인 홍보를 할 때 비로서 가능한 수치이다. 또 그렇게 해도 잘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포즈댄스시어터는 대중에게 인정받는 단체이다.

<바츠니아주닉> 도입부. 바츠니아주닉은 설련화로 얼음을 뚫고 피는 꽃인 설련화이다. 설련화=여성. 그처럼 강한 여자가 안무가 우현영의 여자이다.
<바츠니아주닉> 도입부. 바츠니아주닉은 설련화로 얼음을 뚫고 피는 꽃인 설련화이다. 설련화=여성. 그처럼 강한 여자가 안무가 우현영의 여자이다. ⓒ 김기
우현영 단장은 "직업무용수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자신도 충분히 출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기대감을 주는 것이 힘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무용이론가인 이지원씨는 "우현영은 보는 사람을 가슴 속으로부터의 희열을 끌어내는 방법을 아는 안무가"라고 말했다.

이지원의 말을 좀 더 옮긴다. "대중예술에 대한 폄하가 존재하는 속에서도 대중성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춤에 대한 지성적 논리를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몸에 대한 치밀한 표현을 가능케 한다. 또 음악에 대한 해석력이 뛰어나 우단장의 안무는 음악과 춤이 하나가 되게 한다. 그 모든 요소들이 종합되어 관객들에게 우현영의 춤은 한번 보고 다시 보고 싶게 하는 것 같다."

포즈댄스시어터는 안무가 우현영과 상임연출 김준규 두 축이 중심이 되어 끌어간다. 두 사람의 호흡과 신뢰는 대단히 높아서 연습과 공연 때의 역할분담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간다. 거기에다가 훈련이 잘 된 좋은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그 모든 준비된 것들을 화려하게 완성시킨다.

<바츠니아주닉>이현정, 이지혜의 연기가 멋진 장면
<바츠니아주닉>이현정, 이지혜의 연기가 멋진 장면 ⓒ 김기
포즈댄스시어터는 공연예술의 지나친 작가 본위를 해체하고 객석으로 무게를 옮겼다. 우리나라 기초예술계는 이구동성으로 대중화를 외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외침을 뒷받침할 대중적 실천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딜레마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즈댄스시어터의 대중지향은 시선을 끈다.

포즈댄스의 춤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안무가이다. 안무가 우현영은 국내외의 인정을 받고있다. 99년부터는 이태리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에 초청되어 특별공연 및 강의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무용수들이 모여서 워크숍 및 공연을 통해 각국의 무용 흐름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춤은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예술이면서 자음 혹은 모음만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구체적인 표현 즉, 사람의 몸을 도구로 사용하면서도 그 내포하는 의미는 가장 형이상학적인 이중언어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바츠니아주닉> 후반의 경쾌한 장면. 각각의 무용수는 12지신상처럼 전투적 동작부터 관능적 여성의 모습까지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바츠니아주닉> 후반의 경쾌한 장면. 각각의 무용수는 12지신상처럼 전투적 동작부터 관능적 여성의 모습까지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 김기
그렇게 난해하고 복잡한 춤의 언어적 메커니즘 속에서 포즈댄스 우현영이 채용하는 것은 비언어에서 언어로의 진화이다. 또 춤에 있어 일상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단히 문명적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을 담고 있다. 우현영의 춤 속에는 우리 일상과는 다른 여자가 등장한다. 관능도 있고, 모성과 애련도 다 있지만 그 모든 요소들을 지탱하는 통일된 표정은 강한 여자로서의 모습이다.

2002년의 <더 라스트 맨>에서 2005년의 <바츠니아주닉>까지 그것의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우현영에게 마지막 남자는 여자일 지도 모른다.

춤꾼의 무대는 한여름의 매미를 보는 것 같다. 아니 거의 닮아있다. 한여름 폭염조차 장악해버리는 매미의 아우성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죽음을 위한 레퀴엠인 것처럼 포즈댄스시어터의 춤은 마치 이 춤을 추고나면 죽고 말 것처럼 숨 가쁘게 몰아친다.

이지혜, 이현정, 김소윤, 박주현, 홍은경, 이복경, 조아라, 구은경 8명 춤의 여전사들은 그렇게 온몸을 불사른다. 그러나 보는 입장에서는 돈 아깝지 않은 감동이 된다. 그래서 포즈댄스시어터의 춤을 추면 온몸에 솟는 전율에 자주 오싹하게 된다.

셀린 디온의 안무에 일차적으로 요청을 받는다는 웨스 벨딩의 안무. <특별한 만남>
셀린 디온의 안무에 일차적으로 요청을 받는다는 웨스 벨딩의 안무. <특별한 만남> ⓒ 김기
포즈댄스시어터 주역들. 가운데가 안무가 우현영, 왼쪽 청일점이 연출 김준규
포즈댄스시어터 주역들. 가운데가 안무가 우현영, 왼쪽 청일점이 연출 김준규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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