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의 전설적인 영웅인 '마나스'를 기리는 국제적인 대축제가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나른주의 해발 3500m위에 있는 '송쿨' 호수 주변에서 열렸다.
마나스의 고장인 '달라스'지방에서 연례 행사로 치르어 온 이 행사를 금년에는 '송콜에 마나스가 살고있다'라는 주제로 나른주의 송콜호수 초원지대에서 개최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이 행사를 주관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국가적인 관광행사로 키우려는 듯 했다.
광활한 스텝이 지평선너머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대초원이야말로 과거 유목생활의 터전이었던 곳이다. 키르기스스탄 유목민들은 유르타라 부르는 텐트식 집에 기거하며 양과 말 등을 키웠다.
병풍처럼 둘러싼 천산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만년설에 고도3500m에도 호수가 생기고 오아시스가 생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호수들과 그곳으로 흘러들어 오는 강의 풍부한 수량 덕분이었다.
과거에 대상들이 지친 몸을 쉬어가던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실크로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곳으로 화려한 옛 명성을 다시 찾으려는 듯이 키르키스스탄 정부는 이 행사를 국가적으로 벌이고 있다.
나른주에 있는 해발3500m위에 자리잡은 '송콜' 호수를 기점으로 500여 개의 유르타가 즐비하게 설치된 주변 행사장에는 관광객들의 차량행렬로 붐빈다. 이로 인한 먼지와 사방에서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마나스치들의 노래 소리 투성이지만 '손님은 신의 선물'이라는 이 나라 전통에 걸맞게 융숭한 대접이 몇 시간을 달려 온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각각의 촌락행사장에서 테마별로 마련된 전통의 마나스치(마나스 음송자)를 뽑는 열띤 경연대회가 열렸다. 또 전통수공예만들기, 전통의식, 미인선발대회, 전통음식 등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으며 또 다른 초원의 건너편에서는 사나이들의 전통 말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다민족 국가답게 축제마당에는 각 나라 민족들의 고유한 전통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전통음악과 전통무용을 보여주고 있다.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키르기스스탄 전통의복을 입은 합창단의 춤과 노래가 구슬프게 초원을 메아리친다. 곱게 차려입은 키르기스스탄 전통복장인 '고이녹'과 '겜지르'를 걸치고 '엘레체크'를 머리에 쓴 할머니들의 정갈스러움이 더 돋보인다.
미인선발대회가 열리는 축제마당을 찾았다. 모두 14명의 미인들이 참가했는데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춤과 노래솜씨들을 뽐내면서 대회 측이 마련한 전통수예 솜씨 겨루기를 하였다. 이는 주최측에서 미리 준비한 문양을 하나씩 뽑아 바느질을 하여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받는데 가위는 사용금지란다.
35살의 두 아이를 가진 애기 엄마도 나왔다. 주위에서 예쁘다고 하여 나왔는데 자신 있다며 당당하다. '가위'를 사용하면 안 되는 전통 수공예 솜씨 겨루기에서 두 사람이 가위를 사용하다가 실격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등으로 뽑히면 상금은 300달러정도이다.
전통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거의가 손으로 만든 카페트에서부터 칼팍 등 전통의 장식품들이 모두 나와있다. 말안장에서부터 가죽으로 만든 물통 등등 양가죽으로 만든 핸드백과 휴대폰 케이스 등도 선보였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이슈는 마나스치들의 선발이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나스치를 뽑는 대회장의 열기는 대단하다.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의 소중한 자산가치가 있는 마나스치들은 이곳에서는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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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머의 '일리아드' 보다 16배 더 긴 구전 대서사시 '마나스' | | | | 중앙아시아 알타이족의 구전문학인 마나스 대서사시는 알타이족이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사료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구전 서사시 ‘마나스'가 있다.
알타이족 가운데 오스만 투르크계 돌궐 색목인 사이에서 1700년 이상 구전돼온 '마나스'는 현존하는 최장의 서사시로 알려진 호머의 '일리아드'보다 16배나 더 긴 세계 최장의 서사시라고 말한다.
마나스는 길이가 25만 수로 A4 용지 분량으로 6000페이지가 넘는다고 하니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무당들은 이 노래들과 굿의 절차를 어떻게 다 익히고, 관중들과 호흡하며 신을 놀렸을까?
몇 줄의 노래가 아니라 5만 줄의 노래인 것이다. 천자문, 만자문이 아니라 십만자문이다! 어떻게 수십만 자의 노래를 다 외웠을까? 궁금하지 아니한가. 중앙 아시아의 문학은 아킨(akyn)이라고 불리는 순회 극단이 행하는 노래, 시, 이야기의 형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또한 마나스(Manas)라고 불리는 영웅중의 영웅에 관해 구전되어 내려오는 전설에 대해 훨씬 복잡한 게 만들어 냈으며 이것은 오딧세이보다 20배나 긴 내용이다.
소련 학자들이 중앙 아시아 다양한 민족에 대해 별개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으로 마나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키르기스스탄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다루고 있다. 구전 전통이 많이 사라졌지만 마나스는 여전히 키르기스스탄인들에게 그들의 꿈을 이루어줄 인물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