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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오후 노인들이 진주 교방무 회원들에게 강습용 기본무를 배우고 있다는 현장을 찾았다. 9명의 노인들이 무대 위에서 한창 열심이었다.
지난 7월 26일 오후 노인들이 진주 교방무 회원들에게 강습용 기본무를 배우고 있다는 현장을 찾았다. 9명의 노인들이 무대 위에서 한창 열심이었다. ⓒ 권영란
실내에 '창부타령'이 울려나오자 무대 위 9명의 노인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손 끝, 발 끝에 한껏 맵시를 부리지만, 장단을 놓치기도 하고 발이 엇갈리기도 하고 몸을 돌리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 틀리기조차 한다. 몸은 뻣뻣하여 움직임이 마음 같지 않은 듯하다.

"창부타령은 온 몸에 색기를 띄야 해요."

강사가 소리치자 9명의 노인들은 얼굴과 시선에서 교태스러운 미소를 찾아보려고 내내 미소를 띈다.

지난 7월 26일 오후 노인들이 진주 교방무 회원들에게 강습용 기본무를 배우고 있다는 현장을 찾았다. 9명의 노인들이 무대 위에서 한창 열심이었다.

이들은 지난 7월 28일에 진주복지회관에서 열릴 진주지역노인학예발표회에서 '아리랑'과 '창부타령'으로 춤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연습하다, 발표회를 며칠 앞두고부터는 매일 2∼3시간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다들 대단하지요. 원래 우리 춤이 어려워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열의들이 보통이어야 말이죠. 예전 노인네들이 아니지. 지금은 호시절이야."

교방무 회원들과 함께 가르쳐온 진주교방무 정혜윤 선생의 귀뜸이다.

40∼50대 장년층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직장일을 하고 있는 자신과 비교해 요즘 노인들이 부럽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보릿고개' 시절을 겪으며, 오로지 생계와 자녀교육만을 생의 목표로 여기던 세대다. 한번도 자신의 생을 살아보지 못한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노년 세대가 이제 서서히 자기만의 인생을 돌아보고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것들 뒷바라지하며 뒤 처져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진주 지역에서는 복지시설이나 문화프로그램 강좌 어디에서든 활동적인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날 연습 현장에서 만난 이들 9명의 노인들은 상대동 노인복지시설인 청락원 무용반 80∼90명 중에 뽑힌 분들이다. 연습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노인들을 붙잡고 말을 걸었더니 제각각 한마디 씩 한다.

"우린 스포츠 댄스부터 못하는 게 없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든지 배우고 어울리는 게 건강에 최고 약이지."
"자식들 다 키워 놨겠다 뭐가 무서워서 꼼짝않고 있겠어. 몸 성할 때 즐기며 살아야지."

이들 중에는 농사일을 하는 이도 있고, 자식과 함께 사는 게 부담스럽다며 혼자 나와 사는 이도 있었다. 이날 연습장에서 만난 이들은 노인이라 믿기 어려운 노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7월 28일 윤막심(70) 할머니를 비롯한 이들 9명의 공연은 노인학예발표회에서 가장 큰 갈채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 권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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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진주신문'(http://www.jinjunews.com) 818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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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작가. - 변방의 마을과 사람, 공간 등 지역을 기록하며, 지역자치와 문화주권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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