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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전을 알리는 알림막.
제전을 알리는 알림막. ⓒ 권오성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의 특별전.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의 특별전. ⓒ 권오성
다양한 전통 탈과 솟대들로 꾸민 축제장.
다양한 전통 탈과 솟대들로 꾸민 축제장. ⓒ 권오성
그래도 시간이 넉넉해서 개막식이 열리는 저녁 7시까지 작은 축제장을 수차례 돌아본다. 마당극을 한데 모아 놓은 공연예술축제답게, 꾸며 놓은 공연장과 주변의 탈 장식이 여느 축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올해로 6회째 맞는 '목포 전국우수마당극제전'은 국내의 우수한 마당극 작품들을 초청하여 여는 전국적 규모의 행사다. 축제가 바라는 핵심적인 주제는 ▲마당극 문화의 대중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공연예술 ▲지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 ▲소통과 상생의 공동체 문화 등이라고 한다.

개막식을 알리는 길놀이.
개막식을 알리는 길놀이. ⓒ 권오성
무대와 관람석의 경계가 거의 없다.
무대와 관람석의 경계가 거의 없다. ⓒ 권오성
개막식, '오감도' 그리고 '노다지'

길놀이를 시작으로 개막식이 진행된다. 호주 출신의 한 예술가가 홍차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하자 이에 맞춰 우리 전통 탈춤이 펼쳐진다. 개막을 알리는 축제위원장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시루떡을 시민들과 나눈다.

첫 공연은 퓨전국악그룹인 '오감도'의 연주와 노래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잘 알려진 이 그룹의 친근한 소리에 관객들은 환호와 열광으로 답한다. 한 연주자가 "객석을 내려다보면서 공연을 하다가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더 떨리지만, 공연의 질은 높아질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힌다. 그렇다. 마당극 무대는 관객과 공연자를 나누지 않는다. 진정 관객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만 하지 말고 실행으로도 옮기시라.

한 차례의 앙코르 무대를 마치고 물러나자, 대전에서 활동하는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마당극 '노다지'가 이어진다. '처용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돈에 대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금전 만능주의에 대한 대안은 처용의 너그럽고 여유로운 성품을 갖는 것이라는! 아기자기한 장면이 간혹 폭소를 자아내긴 했지만, 등장인물의 묘사가 틀에 박혀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꽤 신경 써서 만든 듯한 의상이나 소품이 눈길을 끌었고, 무대 옆쪽에서 공연의 효과음과 배경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도 주목할 만했다.

개막식 퍼포먼스.
개막식 퍼포먼스. ⓒ 권오성
퓨전국악그룹 오감도.
퓨전국악그룹 오감도. ⓒ 권오성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노다지'.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노다지'. ⓒ 권오성
'줄타기' '리어카, 뒤집어지다' '그럴리歌 얼라리謠'

다음 공연은 '일본 광대' 오오찌 다이스케의 저글링과 줄타기 무대이다. 우리말을 제법 구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어린 관객들의 눈을 사정없이 현혹한다. 그다지 높진 않지만 그래도 위험해 보이는 외줄 줄타기에 들어서면서 좌중은 환호와 폭소로 이국의 광대짓에 격려를 보낸다.

이어지는 공연은 코포럴씨어터 몸꼴의 '리어카, 뒤집어지다'. 가난의 향수가 짙게 배어나는 리어카를 가지고 다양한 몸짓과 소리가 어우러진다. 때로는 세상 삶의 무게처럼 보이는 가벼운 이삿짐을 실어 나르는 도구로, 때로는 힘든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의 놀이 기구로, 때로는 고단한 삶과 끊임없이 싸우는 가난한 이들의 현장으로. 리어카와 함께 혼심을 다해 표현하는 몸짓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 말이 적어도 그네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용의 색다른 가능성을 맛볼 수 있는 자리다.

마지막 무대는 역시 대전에서 활동한다는 극단 좋다의 마당극 '그럴리歌 얼라리謠'이다. 이미 12시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많은 관객이 자리를 뜬다. 그래도 한 공연이라도 놓치기 싫은 상당수의 관객들은 무대에 더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돈으로 장난치는 나쁜 사람들을 향해 똥침 한방 날리는' 공연이라는 게 극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오찌 다이스케의 줄타기와 저글링.
오오찌 다이스케의 줄타기와 저글링. ⓒ 권오성
극단 좋다의 '그럴리歌 얼라리謠'.
극단 좋다의 '그럴리歌 얼라리謠'. ⓒ 권오성
30여분을 보다가 못내 일어서고야 만다. 공연에 심취해 일요일 공연까지 보고 싶지만, 당장 내일 아침 '거창 국제 연극제'로 가야하는 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쉬우나마 축제가 무사히 잘 치러내길 빌어본다. 돌아서려니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유달산 윗자락이 공연장과 어울리면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그렇게 깊어가는 목포의 밤을 뒤로 하고 축 처진 등을 돌린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7일에서 29일까지 <2006목포전국우수마당극제전> <제18회거창국제연극제> <2006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등을 방문하고 나서 쓴 첫번째 관람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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