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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의 예고편 장면 일부(위쪽)와 대구 시내의 한 극장에 걸린 어떤 영화의 간판. 이런 그림을 버젓이 대로변에 걸어두는 영화관들의 행태로 보아 12세 관람가 상영관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담긴 관람등급 18세 이상가 예고편을 트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듯 보인다.(아래쪽).
ⓒ 정학윤
우리도 보고 싶었고, 아이들 등쌀까지 더해서 영화 <괴물>을 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해둔 대구의 M영화관은 스크린도 크고 주차장 시설이 잘돼 있다. 뿐만 아니라 넓은 마당엔 정원수와 작은 물길도 있는 등 조형물로 잘 치장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영화 <괴물>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 중 우리들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12세 이상 관람 가' 영화에 '18세 이상 관람 가' 예고편이라니

들뜬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영화상영을 위해 불이 꺼지고 M극장에서 차기에 상영하게 될 영화의 예고편 방영이 시작됐다.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예고편을 보는 것은 영화관을 찾는 또다른 맛이다. 짧은 장면의 영상으로 이어진 스피디한 편집과 나직이 깔리는 성우의 음성, 강렬한 느낌의 배경 음악 등을 보고 듣고 있으면 꼭 봐야 할 영화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차기 방영 예고 프로를 보면서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중 헐리우드 영화의 예고편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조금 민망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8세 이상'이었다(알려졌다시피 영화 <괴물>의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아마 예고편에 등장하는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장면 등도 관람 등급 지정에 고려되었을 것이다.

'12세 이상 관람등급' 영화에 '18세 이상 관람등급'의 영화 예고편이 상영된다고 해서 큰 시비할 것이 있으랴마는 18세 이상 관람등급으로 결정하게 된 장면이 삽입되어서 상영된다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디오 출시작도 마찬가지

사실 그간 기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것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이런 '불일치'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예고편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비디오로 출시되는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비디오 테이프 겉면에는 관람등급별로 붉은 띠, 청색 띠가 표시되어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이를 별도로 분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또 관람등급을 지켜서 대여하도록 법적으로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차기 비디오 출시작 예고편은 관람가에 따른 대여등급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들어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나이를 겪으며 자란 기성세대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아이들이 그런 몇 장면에 노출된다고 해서 그 나이에서 당연히 가지고 있는 호기심이 극단으로 치닫고 당장에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르거나 현실과 책이 다르고, 일관성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 같아서 속이 상하는 것이다.

누가 '괴물'인가

▲ 영화 괴물의 포스터.
ⓒ 청어람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이 물었다.

"아빠 괴물이 상징하는 것이 뭐에요?"

"음… 아빠가 보기에 그것은 말이지, 한국과 미국의 비정상적인 관계, 힘의 논리로 구축된 국제관계, 국민의 힘으로 이루어낸 어떤 정부가 패하고 힘없이 물러나야 하는 현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화된 사회, 약간 비약이긴 하지만 남과 북의 문제 등 우리나라의 건강하지 못한 사회현상이나 왜곡된 역사, 옳지 못한 현실이 집약돼 상징하고 있어.

그런데 언론은 괴물을 이루는 일부에서 빠져 있더라. 정말 유치한 신문들이 많은데 말이야. 그것도 괴물인데."

괴물을 설명하면서 영화 예고편이 나올 때, 뭔가를 의식했는지 눈을 딴 데로 돌리던 아이들에게 덧붙여서 해주고 싶은 말이 더 있었다.

'12세 관람가' 상영관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된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예고편를 함부로 틀어대는 겉과 속이 다른 무감각한 사회와 그것에 봉사하는 어른들 역시도 괴물을 이루는 일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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