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관계가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표면화 된 건 '장관 인사'지만 그 내면엔 향후 정개개편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택'을 둘러싼 입장차가 깔려 있다.
그 한 축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보폭도 커지고 있다.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당이나 차기 대선주자로서 성과를 내야 하는 김 의장의 처지나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선지 그의 최근 행보는 '막판 승부수'라는 인상마저 준다. 김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단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우선 재계 등과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뉴딜)'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김 의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복안과 매듭 시점에 대해 "(재계, 노동계 등이) 춤 출 멍석을 깔고 마당을 만드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8월말, 9월초쯤 1단계로 매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기간당원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정계개편에 대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정략적인 게 아니"라고 전제한 뒤, "당원들 중심으로 공직 후보가 결정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하게 문턱을 높임으로 해서 격렬한 반작용이 생겼다"며 "(기간당원제가) 우리당의 기반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기준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3의 후보' 영입 문턱도 없애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당내의 (차기 대권에 대한) 잠재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득권 보장을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입당원서만 써도 되는 지지당원('종이당원')이 공직 후보를 뽑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최대 변수는 노 대통령 행보.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도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겠다며 탈당 의사가 없음은 물론, 대권 주자 외부 영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열린우리당호'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 탈당론에 반대 입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김 의장은 "어떤 정치적 변화가 와도 열린우리당 142명과 대통령이 중심적인 본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게 아니라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운을 남기는 답변이다. 김 의장은 '역사의 평가'를 중시하며 '미래'로 가고 있는 노 대통령에 대해 "당이 잘못하는데 대통령만 높이 평가받는 경우는 없다"며 "역사의 평가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건 누구도 보증하지 못한다, 당대의 높은 평가를 통해 역사의 평가를 잘 받았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범여권 통합이라는 당면한 과제에서 노 대통령도 함께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비춰진다.
이는 당·청이 표면상으론 "함께 가야 한다"고 하지만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고수할 뜻을, 김 의장은 민주당 등을 망라한 '통합 신당'을 염두하고 있어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격이다.
'10월 재보선' 책임론? "사퇴 요구 없길 바란다"
정기국회 뒤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은 김 의장 리더십 평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뉴딜'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빅뱅'을 향한 당 안팎 움직임도 활발해질 시기다.
김 의장은 "솔직히 재보선이 이번에 없기를 바란다(웃음)"며 "그때 또 한번 좌절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참패할 경우 닥칠 '책임론'에 대해선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런 일(사퇴 요구가)이 없길 바란다, 내년 1, 2월까지 꾸준하고 확실한 선택을 하고, 국민이 다시 (열린우리당을) 주목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장은 '독일'에 가 있는 정동영 전 의장에게 "제2기 열린우리당이 다시 국민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는 정치세력으로 일어서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기대한다"며 "재충전하고 돌아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김 의장과의 인터뷰는 4일 오후 영등포 당사 의장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정치현안 관련 일문일답이다.
- 취임 이후 두 달, 매사 힘들게 가는 모습이다.
"쉽지 않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결단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느낌이지만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는다. 운명이다. 지난날 역사의 전환점에 섰을 때처럼 '간다,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비장하다.
"비장하지 않다. 하다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된다."
- 대선 주자 지지도가 높아졌다. 기쁘지 않나.
"듣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처지나 내 처지나 그런 것을 주목할 여유가 없다."
- 네티즌들 사이에서 '노무현 댓글놀이'라는 게 유행이다. 대통령의 처지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다고 보나.
"우선 아프고, 또 그것 때문에 손해 보는 게 많다. 정권 교체, 재창출에 대해 국민이 기대했던 게 상당히 높았다. 그에 비해 실현된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니 실망을 한 것 같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을 야유하고 비판하는 세력이 득세하면서 대대적인 민심 이반이 발생했다."
"반노? 비노? 할 일 없는 사람들의 말장난"
- 범여권의 '헤쳐모여식 통합신당'이 논의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유지하는 게 모순된다.
"그렇지 않다. 142명 열리우리당 의원과 대통령이 본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과 당이 함께) 중심적 역할을 해야 미래가 있다고 자부하고,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 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함께 하겠다는 뜻인가.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지만, '역사'를 향해 가는 대통령과 '재집권'이 목표인 당 사이 현실적 괴리가 존재한다.
"당이 잘못 하는데 대통령이 높게 평가받는 경우는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로 보는 시선이 좀 다르다. 당은 선거가 끝나면 그 다음 선거로 시선이 이동한다. 단임제 대통령제에서는 한 번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거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난다.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정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인간의 한계 때문에 역사에 묻는다는 것은 당대의 평가로부터 비껴갈 수 있다. 당대의 높은 평가를 통해 역사적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 그게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렵다. 단임제 대통령제의 결함이다."
- '반(反)노냐, 비(非)노냐' 하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게 상당한 부담 아닌가.
"쉬운 게 뭐가 있겠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듯, 혼자 혹은 몇 개 그룹이 연합해서 살아남지 못한다.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가 모아져야 그 결과로 의원도 총선에서 살아남는다. 작은 차이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반노? 비노?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만든 말장난이다."
- '뉴딜'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재계로부터 성과를 끌어낼 복안이 있나.
"난관이 있다. 우선 9월이 되면 정기국회, 이후 국정감사 등에 전념해야 한다. 그때까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출발을 만들지도 걱정이다. 그래서 일단 재계·노동계 등이 춤 출 멍석을 까는 것까지 할 수 있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재벌 총수를 개별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국민의 공감대 없이 만나면 이상하게 된다."
- 매듭 시점은 언제로 보나..
"8월말, 9월초에 1단계 매듭을 지을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는 1년 국정 운영에 대한 감사와 조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당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 10월 재보선이 있다. 여당이 참패의 기록을 한번쯤 뒤바꿀 수 있을까.
"솔직히 재보선이 없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우리당에게 쌓인 게 많다. 그것이 외면과 미움 등으로 바뀌어서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시 따스한 눈길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때 또 한번 좌절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이다."
완전 국민경선제에 대한 'GT 생각'
- '책임론'이 일 수도 있다.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최대한 노력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년 1, 2월까지 꾸준하고 확실하게 담대한 선택을 하는 게 좋다. 그래서 국민들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 국민의 결단을 요청하는 것이지, 아직 쳐다보지 않는데 다시 사랑해달라는 것은 문법에 어긋난다."
- 책임지고 물러나라면?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 기간당원제가 대폭 손질되었다. 굳이 지금 시점에 손댔어야 하나.
"정략적인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를 끝내고 '당비를 안 내겠다, 안 내게 해달라'는 분이 늘어나서, (기간당원이) 30만에서 18만명 정도로 감소했다. 이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당비와 당 행사에 참여하는 당원들 중심으로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 게 맞지만, 과도하게 문턱을 높임으로써 반작용이 발생됐다."
- 핵심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다.
"우려가 있다. 초기에 과도하게 한 데 대한 앙갚음으로 보인다. 기간당원제의 방향과 지향은 옳지만 실제로 당비를 대납하는 '종이당원'을 양산하는 등 우리의 기반을 최소 한도로 유지하게 만든다. 일반당원으로 탈바꿈하는 기준 완화가 불가피하다."
-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에 동의하나.
"우리당이 확대 발전하기 위해 당내 잠재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들의 기득권을 보장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지는 복잡한 문제고, 국민의 뜻을 담아야 한다. 다만 '당직은 당원들이, 공직 후보는 국민들이 (선출)하자'는 큰 지향에는 동의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원은 어떤 역할을 할 지 고려해야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입당원서를 써야 한다. '종이 당원'과 비슷한 지지 당원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 공개 지면을 통해 정동영 전 의장에게 한 말씀해달라.
"독일에 간 지 보름 가까이 됐는데, 건강하고 여러 가지를 느끼고 돌아오길 바란다. 떠나기 전 봤을 때 의견 교환한 것처럼, 제2기 열린우리당이 다시 국민들의 사랑과 기대 받는 정치세력으로 다시 일어서고,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재충전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