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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아.
‘네드’는 무엇인가를 입으로 꼭꼭 씹은 후 솟의 상처 난 곳에 그것을 붙였다. 분명 그 태도는 모두 솟을 돕는 행동이었지만, 분명 귀에 들리는 것은 웅얼거림에 불과했는데도 그 의미가 전해져 온다는 것이 솟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었다.
-저리 가란 말이야!
-알았어. 지금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
‘네드는 자기 나름대로의 치료를 다 마친 후에야 어디론가 가버렸다. 막상 네드가 사라지자 솟은 언제 다른 짐승이 자신을 덮칠지 몰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솟은 통증을 참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았다. 상처를 입은 배에는 나무의 진액과 함께 짓이긴 곰팡이가 잔뜩 붙어 있었다. 기분이 나빠진 솟은 그것을 확 털어 내려다가 상처를 건드리게 될 것 같아 일어난 자연히 김에 흘러내리도록 이를 유도하기로 했다. 몸에 걸친 가죽이 굳은 피에 절어 거북하게 솟의 살결을 스치었다. 솟은 나무를 잡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봐 어딜 가는 건가?
나뭇가지를 잔뜩 주워 모아온 솟의 뒤에서 네드가 짧고도 굵은 목소리를 내었다. 솟은 손에 잡히는 데로 나뭇가지를 꺾어들고서는 몸을 돌려 사납게 소리쳤다.
-저리가라! 이 더러운 짐승아!
기세는 좋았지만 솟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몸을 힘껏 돌린 충격으로 솟은 복부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고 결국 무릎을 꿇고 볼썽사납게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어으윽......
솟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배어나왔다. ‘네드’는 그런 솟의 곁에 다가가 상처를 살펴보았다. 솟의 상처에 붙여놓았던 나무의 진액과 곰팡이는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건 당분간 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곪지 않게 하려고 붙인 거니까.
네드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기 위해 골라 불꽃을 일으키려고 했다. 솟이 보기에 부싯돌로는 적합하지 않는 돌을 들고서 네드는 불꽃이 옮겨 붙을 때까지 무모할 정도로 돌과 돌을 땅바닥에 내치고 부딪치고 하기를 반복했다. 질릴 정도로 같은 행동을 하는 네드를 보다 못한 솟이 나섰다.
-이봐!
네드는 돌을 부딪치던 손길을 멈추고 솟을 쳐다보았다.
-내가 하는 소리 알아듣겠지?
-물론 알아듣는다. 난 모든 동물의 소리를 알아듣는다.
‘네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기 좋은 부싯돌이 있으니 이걸 써.
솟은 품속에서 부싯돌을 꺼내었다. 그것은 가죽을 겹쳐놓은 곳에 항상 소중하게 간직하는 솟의 애장품이기도 했다. ‘네드’는 그 부싯돌을 받고 한번의 부딪힘으로 불을 낼 수가 있었다.
-내 이름은 ‘키’라고 한다.
‘네드’는 나무를 모아 불꽃을 키우며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솟은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고 했다.
-네 이름은 ‘솟’이군
솟은 깜짝 놀라 다시 키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수이와 헤어지기 전까지 솟의 이름이 불린 적은 없었다. 어쩌면 저 네드족이 모든 상황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솟의 머릿속에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걸 알지?
-이 부싯돌을 잡고부터 알았다. 부싯돌이 애기해 줬어. 이 부싯돌은 네가 매우 아끼는 것이군.
솟은 키에게서 돌려받은 부싯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시 정말로 부싯돌에게 입이라도 달렸는지 싶어서였다. 물론 부싯돌에 입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네가 멀쩡했다면 내가 돕지 못 했을 거야. 너희들은 우리 종족을 보면 무조건 죽이려고 들지. 아까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인간들을 피해 다니는 입장이라 일찍 나서지 못했다.
키는 품속에서 식물의 덩이줄기 같은 것을 꺼내어 불속에 집어넣었다. 솟은 조심스럽게 키에서 말했다.
-그런데 왜 날 도와준 것이지? 널 죽일지도 모르는 종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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