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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포스터
영화 <괴물> 포스터 ⓒ 청어람
영화 <괴물>은 시사회부터 돌풍을 예고했다. 그 이전부터 중앙이건 지역이건 신문의 연예면에 초점으로 줄곧 다뤄져왔다. 심지어 <괴물>신드롬이 최근엔 사회면과 스포츠면 그리고 사설과 칼럼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영화 <괴물>의 배경과 인물의 분장, 움직임을 구성하는 미장센 중의 하나인 양궁선수의 유니폼 로고와 양궁 촬영장소가 자기지역과 무관치 않다며 미화한 지역신문 기사들은 가히 압권이다. 곧 괴물이 극장가를 집어 삼킬 듯한 기록행진의 괴력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는 보도행태가 경마식 보도와 흡사하다.

선거철, 후보들의 정치적 특성이나 이슈보다는 투표율 예측 또는 어느 후보가 얼마나 앞서고 있는가에 관해서만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국내 언론의 경마식 보도. 가장 경계해야 할 고질적 언론병폐로 지적받아 왔다.

그런 경마저널리즘이 국내 영화를 소개하는 보도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영화감독마저 현재 관객 수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정도다. 언론이 관람객 숫자와 호평으로 수용자들을 강하게 자극시키면서 흥행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극장엔 <괴물>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관객 수 1천만 초읽기'라는 보도를 접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도저히 <괴물>을 보지 않고는 참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역신문에 나타난 <괴물>의 특징은 크게 세 부류다. 흥행돌풍을 예상했다는 듯이 <연합> 및 중앙제휴 언론사들의 관련 기사를 인용해 연일 관객파괴에 초점을 모으는 쪽이 우세하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해당지역과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는 부류 외에 그나마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몇몇 신문사들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영화 괴물 속 양궁장면이 우리지역 빛냈다"

8월 1일자 <경북일보>
8월 1일자 <경북일보> ⓒ 경북일보
영화 <괴물>의 위력은 초반부터 대단했다. 7월 초 시사회를 기점으로 국내 언론은 관객 수에 이목을 집중했다. 개봉하자마자 11일 만에 600만의 관객을 유치하기까지 중앙언론은 연일 지상중계하다시피 했다.

지역언론사들도 예외일 순 없다. 신문사들의 불꽃 튀는 <괴물> 보도경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무더운 가마솥 폭염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괴물>은 전국 각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개봉첫날 79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괴물>은 경북지역에서 예사롭지 않게 다뤄졌다.

경북지역 일간지들은 <괴물>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두나의 양궁경기장면 촬영이 예천의 국제양궁장 이었음에 무게를 두었다. 양궁의 고장 이미지를 영화 <괴물>에서 다시 한번 입증시켜주었다며 크게 반겼다.

8월 4일자 <경기일보>
8월 4일자 <경기일보> ⓒ 경기일보
그런가 하면 수원지역에서도 같은 미장센을 놓고 유리한 해석을 했다. 여자 주인공의 양궁유니폼 로고가 수원시청이었기 때문.

<경기일보>는 8월 4일 "화성행궁이 배경이 된 <왕의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여주인공이 수원시청 양궁팀으로 등장하는 <괴물>이 개봉 7일만에 4백만을 돌파, 수원에서 영화를 찍으면 대박난다는 신드롬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개봉과 함께 전 지역 일간지들은 <괴물>의 관객동원 괴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광주일보>는 '괴물, 왕의남자 흥행기록 깰까?'란 제목의 7일자 기사에서 "개봉 11일 만에 600만을 기록한 <괴물>이 최고 흥행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라일보>는 이에 앞선 1일 '영화 괴물, 제값내고 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싼값에 보려는 관객은 2주후쯤 볼 것을 주문했다.

8월 7일자 <광주일보>
8월 7일자 <광주일보> ⓒ 광주일보
8월 3일자 <국제신문>
8월 3일자 <국제신문> ⓒ 국제신문
"영화 투자, 배급사가 극장의 맴버십 회원들에게 할인혜택을 적용하지 말라는 요구공문을 보냈다"며 불편한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대변하면서도 은근히 괴물의 흥행소식을 전달했다.

"괴물 속 경찰상 현실과 달라... 키워드 많아 부담"

일부 지역신문사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국제신문>은 3일자 오피니언란에서 독자기고를 통해 비판적인 견지에서 내보냈다. "<괴물>속 경찰상이 아쉬웠다"는 내용이 시선을 끌었다. 경찰은 달라지고 있는데 영화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모습을 내비침으로써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게 골자다.

<강원도민일보>의 영화비평 또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괴물>은 너무 많은 것을 담아 부담감을 안겨줬다"며 "<괴물>의 검색키워드가 너무 많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의 초점이 흐렸다"고 비판했다.

8월 5일 <강원도민일보>
8월 5일 <강원도민일보> ⓒ 강원도민일보
8월 3일자 <남도일보>
8월 3일자 <남도일보> ⓒ 남도일보
'옥의 티'를 찾아내 보도하는 곳도 눈에 띤다. 광주의 <남도일보>는 3일자 기사 '괴물도 실수한다?'에서 "현상금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영화대사는 잘못됐다"며 현상금은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대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외에도 영화 <괴물>은 흥행속도만큼이나 무수한 비평을 생산해 냈다. '괴물엔 왜 엄마가 등장하지 않나?', '괴물은 북한이다', '괴물은 미국이다', '괴물은 무능한 한국사회다', '괴물은 조중동이다' 등 다양한 해석들을 낳고 있다.

대자보 화면캡쳐
대자보 화면캡쳐 ⓒ 대자보
11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흥행성이 최우선이었을 것임은 당연하다. 국내 영화 관객 1천만 시대는 의미하는바가 크다.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돌파할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파급 효과가 5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영화계 전반이 고무됐었다.

지나친 해석은 영화 성장잠재력에 찬물 끼얹을 수도

그러나 이러한 폭발적인 기대효과 외에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영향과 다양한 관객층의 변화와 확산, 와이드 릴리즈 방식에 따른 독점에 가까운 스크린 장악 등이 흥행요인으로 분석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대안마련과 인식변화를 공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장르의 획일화 또한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거시적이고 산업적인 사명감을 떠나 일차적으로 다른 영화와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봉착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괴물>은 장르의 차별화가 돋보인다. 사회적인 어젠더(Agenda)를 끄집어들인 대목도 눈여겨볼만한 시도로 보인다. <괴물>이 한국적이며 정치적이라는 시각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군의 독극물 방류사건이라는 실제사건에 기반한 이 영화는 무수한 미군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여기에 권력의 남용이 개인의 권리를 얼마나 심하게 핍박하는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안에서 그려지는 사회에 깔린 공통적 사고와 개념구조를 영화이데올로기라고 한다면 산업적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영화 안에는 당연히 특정 이데올로기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자칫 영화에서 그럴싸하게 묘사된 이데올로기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세계와 그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세계 사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그 영화 속의 이야기를 쉽게 믿게 만든다.

영화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읽어내는 것은 적극적인 영화의 감상태도다. 그러나 지나친 해석과 논란으로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람객 수에만 집중하는 경마식 보도를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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