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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좌측 7번째) 수석대표등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단이 지난 6월 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김종훈 대표의 브리핑이 끝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료 조사 : 최상진 최훈길 허환주 인턴기자(가나다 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본협상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곧 농업과 의료서비스·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FTA 국내 협상단이 '통상 드림팀'이라는 정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산업자원부는 한미FTA와 관련해 A4 3장짜리 장문의 반론문을 언론사에 뿌렸다. 정책홍보관리본부장 이름으로 나온 이 문건은 산자부의 한미FTA 협상팀 일부가 교체된 배경을 담았다. 7월 서울 2차 협상을 앞두고, 일부 언론에서 협상팀 교체와 졸속 협상 우려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산자부의 협상팀 교체를 계기로 FTA 국내 협상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한미FTA 추진을 반대하는 쪽에선 "친미 개방론자들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일부에선 협상팀의 전문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한다.

ⓒ 오마이뉴스 성주영
FTA 협상 분과장 29명, 서울대-미국 유학파 대부분

과연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정부 각 부처로부터 협상팀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했다. 일부 분과장 등은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를 들며 자료 제출을 꺼리기도 했다.

한미FTA 국내 협상단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 80여명을 포함해 24개 부처 공무원과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나온 27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협상단은 다시 17개 분과와 2개의 작업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협상팀의 핵심은 김종훈 수석대표를 포함한 분과장(작업반장)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대개 각 부처의 국장, 팀장, 과장 등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29명. 협상팀의 각 분과장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이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 오마이뉴스 성주영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14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3명, 한양대와 성균관대가 2명씩이었으며, 나머지는 강원대·경북대·서강대·원광대 등이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분과장도 있었다. 이들 분과장들이 학부에서 전공한 분야는 경제학이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행정학·영문학·법학 등이 뒤를 이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들이 대학원 이상의 학업이나 주요 경력을 어디에서 마쳤느냐다.

각 분과장 29명 가운데 외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은 모두 24명. 이 가운데 미국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았거나, 대학원을 수료한 사람이 18명이다. 유학파 가운데 미국 박사 출신이 80%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밖에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2명, 3명이었고, 핀란드에서 공부를 마친 분과장은 1명이었다.

'협상 드림팀'이라고... 통상협상 경험과 전문지식은 '글쎄'

문제는 이들의 협상 능력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FTA 협상단을 "각 부처에서 통상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통상 전문가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통상 협상의 드림팀"이라는 말로 협상단에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협상 드림팀'에 '글쎄'라며 물음표를 찍는다. 협상 경험이나 전문지식에서 봤을 때 미국 쪽과 상대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미국 협상단의 각 분과장의 경우 평균 10년 이상 외국과 양자·다자간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고, 분야별 전문지식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성주영
'협상의 대가'로 불리는 김종훈 수석대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외시 8회로 32년차 베테랑 외교관인 김 대표는 협상단의 야전사령관이다. 지난 2000년 한중 마늘파동과 유럽연합(EU)와의 선박 분쟁 협상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32년의 외교부 생활 가운데 협상전문가로 뛰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주로 의전담당관이나 참사관 등을 지내면서 통상보다는 정통 외교 관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통상 업무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동안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장 활동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상품무역 분과장인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도 외교부 안에서 통상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00년 북미통상과장을 맡았다. 이에 앞서 98년 한미 투자협정, 99년 쇠고기 협상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02년 인도네시아 참사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통상업무와 거리를 두게 됐다. 통상협상에 다시 뛰어들게 된 것은 올해 초 지역통상협력관으로 국내에 복귀하면서부터다.

자동차, 농업, 의약품 등 일부 분과장 뒤늦게 협상단 합류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2월 2일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한미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 개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미FTA 협상의 핵심으로 떠오른 자동차·농업·의약품 등의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분야는 외교부의 김해용 지역통상국 심의관과 김용래 산업자원부 자동차조선팀장이 맡고 있다.

김 심의관의 경우 95년부터 통상업무를 담당하면서 나름의 전문성을 가져왔다. 다만 자동차나 조선 분야의 전문성은 약하다는 평이다. 산자부 김 팀장은 지난 6월 새롭게 분과장으로 들어왔다.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96년부터 99년까지 정보기술 관련 국제협상에 참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후 별다른 국제협상 경력이 없는 점, 자동차조선팀장을 맡은 지도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점 등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농업분야 분과장은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이다.

배 국장은 95년부터 2001년까지 통상협력 과장 등을 지내면서 농산물 분야 통상의 전문가로 꼽힌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대표를 지냈고, 한-칠레FTA 협상 때는 '한국에서 본 농업통상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배 국장 역시 지난 2001년이후 통상 관련 업무를 떠나 있다가 지난해 초 국제농업국장으로 복귀했다.

2차 협상때 논란이 됐던 의약품 분야는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FTA 국장이 맡았다.

미국의 경우 애로 오즈럿과 톰 볼리키 등 2명이 테이블에 나선다. 복지부 한방정책관도 함께 맡고 있는 전 국장은 주로 연금보험과 관련된 보험정책에 간여해왔다. 2002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 파견됐던 경력 이외 별다른 통상 경력이나 경험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협상 전문가인 서창수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장은 "각 부처별로 보직을 자주 바꾸다보니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국내에 각 분야별 통상전문가가 극히 드문 것도 이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 GM의 대우자동차 인수협상의 예를 들면서 "미국은 정부나 기업 모두 협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매우 치밀하게 체크하면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놓는다"며 "미국 쪽은 협상을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전문성 등에서 뛰어나다"고 전했다. 서 단장은 이어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미FTA 협상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주 바뀌는 공직사회의 보직문화... 미국식 사고방식도 견제해야

▲ 한미 FTA 2차 협상 첫날인 7월 10일 오전 협상장인 서울 신라호텔 부근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 분야 이외 지적재산권·금융서비스·섬유 분야 등도 미국과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황규연 산자부 섬유생활팀장도 지난 6월 인사 개편과 함께 뒤늦게 협상팀에 합류했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97년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땄다. 2003년 한중 과학기술 협상과 2004년에 미국 유럽 기업 상대로 병원 유치 협상에 나선 경험이 있다.

금융서비스는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이, 지적재산권은 이건태 외교부 지역통상국장과 박민권 문화부 저작권과장이 참여하고 있다.

신 심의관은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로 2002년 국제금융과장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문화부 박 과장의 경우는 9월에 예정된 3차 협상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문화부 내부에서 다른 분과장을 추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이외 경쟁서비스 분과장을 맡고 있는 유명희 외교부 서비스교섭과장이나 남영숙 FTA 제2교섭관 등은 각각 미국 벤더빌트 법대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통상 전문가들이다.

이해영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한신대 교수)은 "협상팀의 전문성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부처에선 뒤늦게 협상팀을 바꾸는 등 졸속 협상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장은 이어 "특히 협상팀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거나 공부를 했던 사람들로 꾸려져 있다"면서 "교섭본부장을 비롯해 FTA 추진론자들이 친미개방론자라는 비판 속에 협상팀 대부분도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던 점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미FTA 협상 대표단 각 분과장 주요 이력사항
ⓒ 오마이뉴스 성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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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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