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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망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바다 풍경.
거제 망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바다 풍경. ⓒ 김연옥

산행 길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금세 온몸이 땀으로 미역을 감은 듯했다. 숲길의 나무들은 따가운 햇살과 어울려 얼룩무늬를 만들고, 초록빛 나뭇잎들도 생기를 잃은 채 축 처져 있었다.

망산 높이만 생각하면 편하고 쉬운 산행으로 여겨지나, 그날 산행이 각지미, 여차등, 내봉산과 해미장골등을 거쳐 망산 정상에 오른 다음 명사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코스라 결코 만만한 산행은 아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이 예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가쁜 숨을 돌렸다.
한 폭의 그림 같이 예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가쁜 숨을 돌렸다. ⓒ 김연옥

나는 간밤에 냉동실에 넣어 얼린 물을 조금씩 마셔가며 계속 걸었다. 숲길에서 잠시 벗어나자 푸르디푸른 바다가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졌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그 예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돌린 뒤에 다시 이어지는 숲길로 들어섰다.

1시간쯤 걸었을까. 갈림길이 나와 거기에 앉아서 더위를 좀 식혔다. 일행 가운데 몇몇은 더위를 먹고 그곳에서 바로 하산하려고 했지만, 나는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 김연옥

ⓒ 김연옥

산행 길에 절묘하게 생긴 기암괴석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이따금 험한 바위도 타야 했는데 묶어둔 로프를 잡고 조심조심 가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날 산행은 쪽빛 바다를 간간이 볼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넓디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덕지덕지 붙어 있던 욕심과 세상 돌아가는 것에 울컥 치미는 울분도 깨끗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든다.

거제 망산 정상.
거제 망산 정상. ⓒ 김연옥

망산 정상의 표지석 뒷면. '천하일경'이라고 쓰여 있다.
망산 정상의 표지석 뒷면. '천하일경'이라고 쓰여 있다. ⓒ 김연옥

평화로운 고요가 깃든 망산 정상에 이른 시간은 오후 1시 10분께. 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는 파란 하늘에는 잠자리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녔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이 여기저기 잠잠히 떠 있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하산하는 길에 본 바다 풍경.
하산하는 길에 본 바다 풍경. ⓒ 김연옥

나는 망산 정상을 뒤로 하고 명사해수욕장(남부면 저구리)으로 가는 길로 내려갔다. 1시간 정도 걸어가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가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니 한산한 편인 명사해수욕장이 보였다.

물이 맑고 모래가 고운 명사해수욕장. 우리나라 해수욕장 가운데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볼 때 가장 깨끗한 곳이라 한다. 모래사장 뒤쪽으로 우거진 소나무 그늘도 참 시원하다. 피서객들이 그다지 붐비지 않아 수영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모래가 곱고 물이 깨끗한 명사해수욕장.
모래가 곱고 물이 깨끗한 명사해수욕장.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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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보트를 신나게 타는 사람들의 모습에 갑자기 나도 즐거워졌다. 그리고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조개를 열심히 캐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그날 저녁 그들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우러난 조개국으로 행복한 식사를 했을 것이다.

우리는 명사해수욕장에서 한참이나 쉬다가 5시 30분께 마산을 향해 떠났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 그런데도 섬으로 산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것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을 있게 한 견내량 해협을 가로지르며 거제시 사등면과 통영시 용남면을 잇는 거대한 다리 때문인 것 같다.

신거제대교.
신거제대교. ⓒ 김연옥

거제도는 1971년에 길이 740m, 폭 10m인 거제대교가 준공되어 육지와 연결되었다. 1999년에는 거제대교와 나란히 길이 940m, 폭 20m인 신거제대교가 또 개통되어 거제도로 들어가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날은 찜통더위와 싸웠던 산행이었다. 어쩌면 내 게으름과의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견내량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신거제대교를 신나게 달리던 그날이 벌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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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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