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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의 상처는 생각보다 빨리 아물어 가고 있었다. 키는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솟을 대신해 연실 먹을 것과 마실 물을 먼 곳을 마다않고 오고가며 구해왔다. 솟은 그러한 키에게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 가질 거 없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키는 항상 그렇게 말하며 자연에 대한 알 수 없는 얘기를 늘어놓고는 했다. 솟은 그 얘기들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듣는 와중에 졸고는 했지만 키가 중간에 얘기를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키의 몇몇 얘기는 솟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짐승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더군.

솟은 그것을 조금은 이상하게 여겼다. 부상당해 약해진 짐승이 있으면 사냥을 하는 짐승은 이를 금방 알고 근처에서라도 맴돌기 마련이었다.

-너를 해치지마라고 얘기를 해두었다. 널 해치면 큰 재앙이 내린다고 얘기해두었다.

믿기지 않는 얘기였지만 분명히 당장 키가 자신과는 통할 수 없는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에 솟은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키가 되풀이 하는 얘기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런 존재가 있는가?
-지금도 우리 몸과 바람 속에 있다. 이 땅에도 있다.

키는 땅에 엎드려 머리를 숙였다.

-모든 생명을 경배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하나였다. 생명은 희생과 도전으로 살아왔다.

‘생명을 경배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와 하나이다.’라고 키가 되풀이 하는 말은 솟에게 와 닿은 소리는 아니었다. 솟에게 있어 모든 생명은 잡아먹어야 할 대상과 자신을 잡아먹을 지도 모르는 대상, 그리고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나뉠 뿐이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솟은 인근에 있는 굵은 나뭇가지 끝을 뾰족하게 돌로 다듬기 시작했다. 인근에서 가끔 보이던 체구가 작은 영양무리를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으로 사냥을 하는데 나뭇가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일단 사냥감에게 치명상을 주기 어려웠고 가까이 다가가 사냥감을 찔러대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솟은 나름대로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솟은 뾰족하게 다듬은 굵은 나뭇가지의 머리에 나무줄기를 벗긴 후 그것으로 자그마한 돌을 꼼꼼하게 묶었다. 그런 후에 나뭇가지의 뾰족한 부분을 불에 살짝 그슬려 단단하게끔 만들었다. 솟은 이것을 주의가 산만한 영양의 새끼에게 던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무기는 큰 영양에게는 이것이 상처를 주기 어려웠지만 영양 새끼에게는 충분히 상처를 내어 허약하게 만든 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솟은 먼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영양을 다른 곳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돌을 던져 주의를 끌었다. 동료들이 있다면 사냥이 한층 더 쉬울 터였고 어쩌면 키의 도움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솟은 계속 도움만 받은 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 가장 큰 보답은 먹을 것을 구해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그간 키는 덩이식물이나 열매 등을 가지고 왔지만 사냥한 짐승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 아마 다른 것은 몰라도 키가 사냥에 서툴기 때문이라고 솟은 짐작했고 그렇기에 영양의 고기는 아주 큰 보답이 될 수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솟의 의도대로 어미 영양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돌에 대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사이에 새끼 영양은 어미 곁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솟은 재빨리 새끼 영양을 뒤 쫓아 가서 있는 힘을 다해 나뭇가지 창을 던졌다. 창은 힘차게 날아가 새끼 영양의 연약한 뒷다리에 상처를 내었다. 새끼 영양은 비틀거리며 어미에게 도움을 청하는 새된 소리를 질렀지만 먼저 달려온 것은 날카로운 돌을 든 솟이었다. 솟은 온 몸을 던져 새끼 영양을 쓰러트린 후 손에 든 돌을 정확히 목 아래에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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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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