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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근씨
배석근씨 ⓒ 윤형권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지저분한 가로수 주변 때문에 상쾌했던 기분이 달아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로수 주변이 지저분한 것은 가로수 보호판이 깨지거나 파헤쳐져서 잡초가 자라거나 오물이 발생해서다. 가로수 보호판은 나무뿌리의 수분증발을 막아 나무의 생육을 도와주고 잡초발생이나 외부충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의 가로수 보호판은 주철로 만든 것이라서 잘 깨지며 도난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한 발명가가 깔끔한 가로수 보호판 개발에 성공하여 공원과 거리의 가로수 주변이 말끔하게 정비될 것 같다.

배석근(52세·필그린 대표)씨는 저밀도폴리에틸렌과 울트라바이오렛이 함유돼 복원력이 뛰어나고, 자외선을 차단시켜 색상변화가 적은 인조잔디개발에 성공해 2004년 특허를 받았다.

배씨는 자신이 개발한 인조잔디를 점토벽돌에 부착시켜 가로수 보호판과 골프연습용 인조잔디, 운동장 구획라인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배씨가 개발한 인조잔디는 친환경적인 소재로 알려진 폴리에틸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배씨는 여느 발명가들처럼 발명에서 신제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 아이디어에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마련인데, 자본금이 적은 개인이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더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배씨는 IMF 여파로 운영하던 기계공장을 문 닫고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댔다. 배씨가 인조잔디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2002년께 골프연습장 골조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인조잔디를 알게 됐는데, 인조잔디의 수명이 2~3개월 정도밖에 안돼 자주 교체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지출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인조잔디는 나일론 소재로 되어 있어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릴 때 골프채와 잔디가 부딪히는 마찰열로 변형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배씨는 자나 깨나 인조잔디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기막힌 것을 보았다. 다 떨어진 벼를 담는 자루 끝이 풀어헤쳐진 것이 마치 누런 잔디와 같아 보였다. 배씨는 그동안 한시도 잊지 못했던 인조잔디 개발에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자루 끝을 풀어헤쳐 여러 겹으로 묶어서 본드를 발라 뒤판에 고정시켜서 골프연습용 매트를 만들어 보았다.

배씨는 골프연습장 여러 곳을 다니며 자신이 만든 인조잔디 매트를 시험해 보았다. 반응은 좋았다.

"기존의 매트에 비해 공이 빠져 나가는 느낌이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골퍼들의 반응이 좋게 나오자 인조잔디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자금 없이 신제품 개발하기가 어려운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배씨는 우선 특허를 신청했다. 아이디어를 낸지 3년만의 일이다. 2004년 6월에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하고 그 이듬해인 2005년 2월에 특허청으로부터 골프매트에 대한 기술을 인정받아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만 등록하면 다 될 줄 알았지만 정작 어려움은 이때부터였습니다."

특허등록증이 나오자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선뜻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애태웠다. 아무리 아이디어 좋은 특허를 냈다고 해도 개인이 추진하는 사업인지라 투자자 구하기가 어려웠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다행이도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배씨의 특허에 관심을 갖고 신제품개발에 대한 지원을 해주었다. 배씨는 막혔던 물꼬가 트인 것처럼 제품생산 준비에 돌입했다. 배씨가 개발한 인조잔디 개발로 골프매트와 가로수 보호판, 운동장 구획라인 등을 개발했다. 이들도 특허청에 등록했다.

배씨가 개발한 가로수 보호판은 천안시청, 논산시청, 아산시청 등 가로수에 일부 설치했다. "기존 가로수 보호판에 비해 외관이 뛰어나며 가격경쟁에서도 해볼 만합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배씨가 자신이 개발한 신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고민은 다른데 있다. 가로수 보호판과 같은 관공서 납품이 대부분이 특수한 품목의 경우 일반시장경쟁원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값싸고 디자인과 질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는 먹혀들어 가지만 관공서 납품을 위주로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게 우리나라 현실이잖아요?"

'사람이 자원인 우리나라'라고들 한다. 배씨와 같이 특허로 신제품을 개발해 성공하는 일이 많을수록 '사람이 자원인' 나라가 되지 않을까?

배석근(52세, 필그린 대표)씨가 개발한 가로수 보호판(왼쪽)과 기존의 가로수 보호판(오른쪽)
배석근(52세, 필그린 대표)씨가 개발한 가로수 보호판(왼쪽)과 기존의 가로수 보호판(오른쪽)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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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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