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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월 作, 영월, 130×100
이계월 作, 영월, 130×100 ⓒ 이계월
공모전 준비를 위하여 작가는 새벽 3시면 깨어나 아래층의 연구실로 내려가 아침 8시까지 작품을 하였다. 계절의 구별이 없었다. 그 대목을 말하는 작가의 얼굴이 한순간 환해졌다. 여름날, 이마에 떨구어진 찬 물방울 한 점이 온몸을 깨어나게 하듯, 작가의 내면에 창작의 길로 향한 문이 열린 것을 경험하였던 그 순간을 잠시 엿보았다.

작가는 한글서예로 초대작가가 되었으며, 20년 전 홍익대학교에서 수묵화를 배우면서 그림을 시작하였고, 8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75점의 서화작품 전시

애초에 작가는 내년에 회갑전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평아트센타의 리모델링공사 계획으로 인하여 첫 개인전을 부득이하게 1년 앞당기게 된 것. 이번 전시회에는 75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글·한문작품 35여 점, 문인화와 실경산수 작품을 더하였다. 한문서예작품은 행서와 예서, 한글작품은 각 체와 한문·한글 혼서 작품도 하였다.

작업 중인 작가 이계월 씨
작업 중인 작가 이계월 씨 ⓒ 이계월
‘어머니’와 관련한 문구를 많이 작품하였으며, <성경>에서도 다수 선문하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가슴 뭉클함으로 다가오는 존재. 그래서 어머니를 소재한 작품에는 유독 촉촉함이 젖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색지를 사용하여 화려함을 부각시킨 글씨, 그림과 글씨를 접목시킨 작품도 하였다. 한편 현대건축의 주거생활 공간 구조를 염두에 두어 작품 크기를 소품으로 하기도 했다.

전명옥 (사)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은 작품집 서문에서 “근본과 용필법 등이 같은 서화를 함께 익힘으로써 ‘화’에는 ‘서’의 운필로서 강하고 활달한 필선이 살아나고, ‘서’에는 ‘화’의 구도를 살려 다양한 장법을 구사해 변화와 통일을 조화롭게 이끌어낸다. 곧 서화를 함께 함으로써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욱 깊고 넓은 작품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분석하였다.

또한 “고아함 또는 유려한 풍모”인가 하면서도 “대범하고 활달한 필치, 파격적 변화를 추구한 작품 등에서 정열적인 성품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이계월 作, 예쁜 모습, 40×20
이계월 作, 예쁜 모습, 40×20 ⓒ 이계월
고통과 힘겨움이 삶과 작품에 대한 치열함으로 표출되어

작가는 평소 시간 부족에 늘 시달린다. 이 땅의 다른 여성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특히 출강 및 학원지도로 인해 창작 시간을 갖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장 좋은 시간에 작품을 하기 위하여 새벽시간을 택하였다.

그러다보니 남편의 지원, 배려, 애정이 작가에게 힘을 더하여 주었다고 한다. “남편의 보이지 않는 내조와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품집 편집 과정에서 작가는 늘 남편과 동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부군께서 안타깝게도 지금 병중이다. 그렇게 말하는 작가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그러한 내적 고통과 힘겨움이 삶과 작품에 대한 치열함으로 치환된 것이 아닐까.

서예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를 질문하자 (사)한국서예협회 한글분과위원장이 되었을 때라고 하는데, 사실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한다. 작가의 활달하고 품위 있는 성품을 짚어볼 때 분명 서단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견해이다.

전시 포스타
전시 포스타 ⓒ 이계월
작가는 한글서예의 세계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메릴랜드 대학 초대전에서의 경험이 이러한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한글서예가 세계화로 가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따른 변화와 동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사회에 맞는 변화, 폭넓은 인지와 수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강의할 때 강조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삶은 목적을 향해 가야 한다.”, “혼자가 될 때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하라.”, “공부하는 모습을 가지고, 또 보여주라.”는 것.

그래서 작가는 빠르고 쉬운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어려움을 대한 생각을 안으려고 한다.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고, 되돌아볼 수 있는 것. 그래서 작가에게 있어서 개인전은 쉼표인 동시에 출발점이기도 하다.

단시간이 아니라 긴 세월 축적을 거치면서 농익은 작품을 생산할 때 비로소 희열을 느낀다는 작가에게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환한 통로를 발견한다.

덧붙이는 글 | * 죽전 이계월씨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이며, (사)한국서예협회 한글분과위원장, 서울특별시지회 이사이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서울서예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주미한국대사관, 중국 호남미술대학교 등의 초대전을 가졌다.

*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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