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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복원해 개방한 청계천. 애초 자전거 통행도 할 수 있으리라던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계천 복원은 서울을 환경친화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도시공간으로 만들면서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것 같다. 개통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1천만 명이 청계천을 다녀갔고, 지난 월드컵대회 때에는 국민적 응원 장소로 활용된 것이 그런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서운한 마음이 적지 않다.

청계천 복원 계획 청사진이 나온 초기부터 개통 직전까지만 해도 "하천변에는 산책로와 녹지가 조성돼 보행자는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오갈 수 있다(<연합뉴스> 2004.12.26, 2005조망⑥ 되살아나는 청계천)">는 등 보행자와 함께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회있을 때마다 홍보되었다.

그러나 개통을 앞두고, 복원되는 청계천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다는 발표가 났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 청계천자전거도로 계획은 시작과 끝이 달랐다.

[청계천] 자전거도로, 시작은 심히 창대했으나

청계천에 자전거도로를 설계한 공사 관계자도, 청계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고 발표한 홍보 관계자도 잘못은 없다. 자전거도로 폭과 도로이용대상 자전거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못한 관련법령이 문제였다.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의 공동부령인 '자전거이용시설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은 "자전거도로의 폭은 1.1m 이상으로 한다, 다만 연장 100m 미만 터널·교량 등의 경우에는 0.9m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시 설계담당자는 도로 폭이 1.1m 이상이라면 관련규정에 적합한 자전거도로 공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공사는 설계대로 진행되었지만, 관계자들은 개통을 앞두고서야 건설된 자전거도로에는 현실적으로 자전거 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전거이용 시민들을 기만했던 원인인 자전거도로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도시] 도로는 좋은데 연결이 안 되네

▲ 고양시 일산구 교통연구원 사거리 자전거 도로.
ⓒ 자전거21
일산을 비롯하여 분당·중동·평촌 신도시는 자전거 이용 여건이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곳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들은 보도 위에 설치되어 있으며, 보도 안쪽(담장 측)과 바깥쪽(차도 측)에 설치한 경우 등 두 가지 형태다.

보도와 자전거도로는 가로수 또는 칼라 투수콘(칼라콘크리트)과 연석선(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돌 따위로 이어진 선) 등으로 나눈다. 이런 형태의 자전거도로들을 해당 구간(이를테면 교차로와 교차로 사이)만 갖고 평가한다면 선진국 자전거도로와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도시 전체 자전거도로들과 연계성을 생각한다면 자전거도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 못하고 있다. 자전거도로를 도시 내 이동 기능보다는 동네(도시 내 블록) 한 바퀴를 도는 운동 공간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인식도 자전거도로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시민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반도로와 별도로 설치하는 자전거도로에는 양측에 갓길을 설치해야 한다. 갓길은 자전거도로 이용 중 교차 주행하는 경우 또는 도로 폭이 좁거나 부득이하게 도로를 벗어날 경우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갓길을 확보하고 있는 도로구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 덴마크 자전거 도시 오덴스의 자전거 도로 지도.
ⓒ 자전거21
[행복도시] 잘만 하면 자전거가 대중교통 앞지를지도

말 많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차비를 갖추었다. '행복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행정중심복합도시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 건설이 목표다.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자족도시, 편리성과 안전성을 함께 갖춘 살기 좋은 인간중심도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쾌적한 친환경도시, 문화와 첨단기술이 조화되는 문화·정보도시 등 4개 부문으로, 도시의 미래상을 표방하며 건설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선 인간중심도시, 친환경도시의 2개 부문에서 자전거 활용을 언급하고 있다. 에너지절약형 도시를 위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도시 내 중심 이동수단으로 하고 도보와 자전거로 도시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도시공간을 확보한다는 내용 등 가히 획기적이다.

대중교통 활용도를 감안하여 환상형 도시구조에 도시 둘레를 20km 내외로 한다는 안을 보면 도시 내 이동거리가 5km 이내임을 예상할 수 있다. 도시 내 어디든지 자전거로 이동 가능해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오히려 대중교통을 앞지를 수도 있다. 행복도시의 교통은 자전거가 담당하며 자전거도시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건설기본계획의 기초 자료만 분석해도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자전거도로 정비 등을 추진하면서 신도시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자전거도로의 생명은 안전성·신속성·연속성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 프랑스 파리의 도심 자전거 도로.
ⓒ 자전거21
[외국] 도로 폭도 네트워크도 우리와 달라

선진국 자전거도로는 도시 내를 연결하거나 광역 또는 전국을 연결하는 두 가지 형태다.

도시 내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전용차로(Cycle Lane) ▲일반도로와 함께 설치된 자전거도로(Cycle Track) ▲일반도로와 별도로 설치된 자전거도로(Green Cycle Path) 등으로 구분된다.

광역 또는 전국적인 자전거도로는 ▲일반도로 보도구간을 보행자와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도로 ▲일반도로와는 분리되어 있으면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자전거도로(Green Cycle Path)가 있다.

도시 내 자전거도로들은 도로 규격·노면 포장·안전표지 설치·교차로 통행로 확보·도로 보수 등 정비가 되고 있지만, 도시간을 연결하는 도로 중엔 비포장상태 도로도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자전거선진국과 우리나라 자전거도로가 다른 점은 도로 폭과 구조, 도로연결 즉 네트워크구축 등이다.

일본은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 제원을 길이 190cm, 폭 60cm로 정했다. 그리고 법적용 대상 자전거가 이용할 자전거도로 폭은 자전거 전용인 경우 2m 이상, 자전거보행자 전용은 보행자의 교통량이 많은 도로는 4m 이상, 그 외는 3m 이상으로 규정한다. 다만 다리·터널 등 자전거를 위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될 수 없는 곳에서는 각각 1.5m와 2.5m로 규정하고 있다.

도로구조와 도로 연계 여부도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 신속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이들 나라들은 버스정류장 통과, 이면도로와 분기점, 교차로, 도로변 자동차주차장 설치 구간 등 세부 사항들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한다.

이것이 진짜 자전거도로다

런던시자전거타기실천계획(London Cycling Action Plan)에서는 자전거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와 런던시 계획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환경·건강·교통·에너지는 물론 여가·경제·지역개발·문화 등 무려 16개 분야에서 활용가치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여가활동이나 운동기구가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는 어떻게 정비해야 할까?

[① 도로 폭] 보행겸용은 3m는 확보해야

▲ 노르웨이 오슬로의 도심 자전거 도로.
ⓒ 자전거21
도로교통법 적용대상 자전거를 기준으로 도로 폭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관련법령 미비로 한국산업규격에서 규정하는 일반자전거의 폭(70cm 이내)을 기준으로 하여 제안한다.

자전거전용도로는 일방통행도로와 양방향통행도로로 나눌 수 있다. 일방통행도로는 자전거 한 대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자전거를 추월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 1.5m의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100m 미만의 다리라든지, 터널 내에선 추월을 금지하는 것이 교통관례이므로 1m 정도만 되더라도 비교적 안전하다.

차도와 구분되어 설치된 양방향통행 자전거전용도로의 폭은 2m 이상으로 한다. 폭 70cm의 자전거가 교차 통행하고도 자전거 좌·우측에 각각 15cm씩, 즉 자전거와 자전거 사이 간격이 30cm는 돼야 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전거의 교차통행은 물론 보행자의 교차통행도 가능해야 한다.

자전거와 자전거의 교차통행에 필요한 공간은 최소 1.5m, 보행자 역시 교차통행을 위해서는 1.5m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전거·보행자가 동시에 교차통행할 만큼의 교통량이라면 별도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보행 겸용도로의 폭은 3m 이상이면 무난하다.

[② 도로 연계] 구역간 연결도 고려해야

▲ 고양시 일산구 교통연구원 사거리.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는 네트워크 구축 면에서 취약하다.
ⓒ 자전거21
도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도로 연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자전거도로를 보도에 설치할 때는 차도 측이어야 한다. 교차로와 교차로 또는 간선도로와 간선도로 사이를 블록으로 하는 경우, 블록 내와 블록 간 연계가 필요하다.

자전거횡단도 설치가 여의치 않을 경우(횡단구간이 짧은 경우)는 자전거통행구간임을 알려주는 노면 표지를 할 수 있다. 노면표지는 점선에 의한 통행구간 표지와 색깔로 표시하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블록 내 연계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생활·운동·가벼운 여가를 위해서다. 하지만 블록 간 연계는 자전거가 도시교통 요소의 하나임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안전과 신속한 이동을 위해 자전거횡단도의 동선이 중요하다.

[③도로 안전성] 자전거 속도제한 필요

자전거도로구간의 다리와 주변 안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자전거도로의 다리들은 잠수교 형태인데, 난간이 설치된 곳이 드물다. 다리 난간이 매우 중요하지만 소홀히 관리되는 시설 중 하나다.

자전거도로의 커브구간에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커브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와 함께 강제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전거도로의 이용대상은 어린이에서부터 노인, 자전거동호인, 선수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장비를 살펴보더라도 아동용자전거에서 산악용자전거, 도로경기용자전거까지 자전거속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다.

그래서 자전거도로에서의 속도 제한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자전거도로의 설계기준은 전용도로 시속 30km,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시속 20km다. 그러므로 대규모 자전거도로에서의 최고속도는 시속 30km 이하로 하여야 한다.

▲ 일본 교토부 대규모 자전거 도로(위), 서울 송파구 자전거보행자 도로(아래).
ⓒ 자전거21
[④ 도로 기능성] 자전거통행공간은 차도 높이로

자전거통행공간을 별도로 지정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보행자가 선호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물론 자전거도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전거도로가 보도 안쪽에 설치된 경우 차도에서 먼 쪽, 즉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차도 측에 설치되어 있음에도 보행자가 차도 측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보도블록을 사용한 보도보다도 칼라 투수콘을 사용한 자전거도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이 아닐까?

자전거와 보행자를 분리하는 것은 보행자의 안전과 자전거의 신속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분리는 도로구조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존 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공간은 단지 연석선만으로 구분돼 있다. 그래서 자전거이용자나 보행자는 자전거도로를 아무런 개념없이 넘나들고 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행공간과 자전거통행공간과 높이를 다르게 하면 된다. 보행공간은 기존 높이를 유지하고, 자전거통행공간은 차도와 높이를 맞추면 된다. 자전거이용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차도와는 연석에 의해 분리하면 된다.

이것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로개설 초기부터 도입하고 있는 방법이다. 자전거도로(Cycle Track)들이 이런 방법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이 방법의 도입에 따른 전제조건은 자전거가 교통요소의 하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⑤ 도로 재질] 우레탄 재질 오히려 방해

도로 재질만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자전거도로는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자전거선진국 도시들의 자전거이용시설들을 돌아보면서도 아직까지 우레탄을 깔아 놓은 자전거도로는 접해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교통이동공간으로서 우레탄 재질의 자전거도로는 오히려 이용자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자전거도로 배수를 위해 투수성 자재를 권장하는 규정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투수콘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 검증을 언제까지 해야 답을 얻을 것인가. 다른 도로와 구별이 쉽도록 색깔을 달리 포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좇아서 만들어진 새로운 재질은 기존 재질보다도 예산이 더 많이 든다.

도로 재질 때문에 자전거 이용 인구가 증가한다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값비싼 재질보다는 일반적인 재질을 사용하더라도 자전거도로 정비를 1m라도 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이는 글 | 오수보 기자는 (사)자전거21 사무총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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