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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전력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모습.
대규모 전력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논란은 엉뚱하게도 이념 논쟁으로 흐르고 있지만,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사안이다.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한국군의 능력 부족'이나 '한미동맹 와해'는 단세포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작통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재편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과 남북관계, 그리고 막대한 국방비 부담에 따른 사회복지 문제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중첩되어 있는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통권 환수의 득실과 그 결과에 대한 차분한 정책 토론 없이, 작통권을 환수하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국민들에게 협박을 일삼고 있는 일부 언론과 안보 전문가들의 행태는 무더위와 맞물려 불쾌지수만 높여주고 있다.

작통권 환수, 차근차근 따져 보자

사실 작통권 환수 문제는 따져볼 것이 너무나 많다. 가장 중요하게는 '왜 미국이 작통권 이양에 적극적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이 글의 '중편' 참조) 이와 관련해 보수진영에서는 '반미감정'을 운운하지만 과연 노무현 정부가 반미 노선을 취해왔는지, 그리고 미국이 기분 나쁘다고 양보하지 않을 것을 양보하는 나라인지는 의문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작전계획에 있다. 계획대로 작통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한미 양국은 독립적인 사령부를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 양국은 작전계획도 독자적으로 수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고로 연합사 체제에서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연합작전계획의 수립·변경 권한을 갖고 있다.

문제는 주한미군 사령부가 연합사 체제에서 분리될 경우, 혹은 연합사 해체이후 주한미군 사령부가 태평양 사령부 예하로 편입될 경우 미국의 대북 작전계획이 한국의 개입 및 통제 범위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연합사 체제에서는 미국이 작전계획 수립 및 변경 권한을 갖더라도 한국과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작년에 논란이 인 바 있는 '작계 5029'에서 알 수 있듯이, 연합사 작전계획은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5029에 대해 한국 정부가 주권 침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가 있어 작계로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이를 개념계획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고, 미국은 작계와 개념계획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이러한 입장을 수용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통권 환수는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계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한미군의 작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국가를 겨냥해 다양한 작계를 수립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방비, 너무 많이 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보수 진영의 지적이 모두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작통권 환수 추진이 막대한 군사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적이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기 위한 '구실 찾기'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대폭적인 군사비 부담이 국민 경제와 복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정성'에서 나온 것인지는 젖혀두더라도 말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집권 이후 국방비가 너무 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매년 9% 안팎으로 국방비를 늘리면서, 남한의 국방비는 이미 북한의 GDP를 추월한 상태이다.

정부는 또 작통권 환수 시점으로 잡은 2012년까지 매년 9.9%씩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6~7위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지난 20년간 북한보다 7~8배 많은 국방비를 쓰고도, 아직도 북한보다 약하다며 국방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막대한 국방비 지출은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틈만 나면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방비를 잡지 못하면 복지국가 건설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방비 증액율을 9%대에서 5~6%대로만 줄여도 향후 5년간 15조원 안팎의 복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돈으로 자주국방하고 작통권 환수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규모 전력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 계획의 문제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강조한 것처럼 정부는 대미·대북 발언권이 강해진다는 것을 작통권 환수의 가장 큰 기대효과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미국에 질질 끌려온 것이나, '작통권도 없는 주제에 군사 문제의 주체가 되려느냐'는 북한의 핀잔을 들어온 한국 정부의 이러한 심정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작통권 환수, 군비경쟁 격화의 신호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적대관계와 군비경쟁을 종식시키지 못하면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이러한 기대효과는 '희망적 사고'로 끝날 공산이 크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리고 이를 위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작통권의 환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차원에서의 상황도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북한에 '말발'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의 전력 증강을 동반하게 될 경우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불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한미동맹군에 대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통해 상쇄하려고 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 모두 전력증강에 나서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에 실패할 경우 군비경쟁과 군사적 적대관계가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대규모의 군비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 계획이 한반도 군비경쟁을 격화시킬 위험성은 없는지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처럼 작통권 환수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작전계획, 그리고 국방비 증액과 연결되어 있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작통권 환수가 한국군의 독립성을 높이듯이 주한미군의 자율성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작통권 환수에 앞서 해야 할 일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미국은 한국의 분쟁 불개입 입장을 존중한다'는 식의 '모호성'을 구체화해서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에 명시된 '방어'로 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작전계획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소한 '상대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함으로써, 연합사에서 분리된 주한미군이 위험한 작계를 수립하는 것을 사전에 제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확한 남북한 군사력 평가를 통해 국방비 및 전력증강 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실시하면 국민 복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계획대로 국방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통권 환수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색이 배제된 남북한 군사력 평가가 절실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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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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