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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마을 돌담길
ⓒ 손현희
지난 번에 소개했던 경북 성주군 한 개마을에 이어 이번에는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에 있는 한밤마을로 가보자!

한밤마을에는 마침 나와 오랜 글동무인 선미숙씨가 충남 서산에서 우리가 사는 구미까지 차를 가지고 와서 우리 부부와 함께 갔다. 더운 여름에 수월하게 나들이 할 수 있어 퍽 고맙고 남다른 기쁨이었다.

▲ 한개마을과 한밤마을 사진을 견주어 보자.
ⓒ 손현희
한밤마을은 앞서 소개한 한개마을처럼 돌담길과 전통 옛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개마을이 돌과 흙을 섞어 쌓은 흙돌담이라면, 이곳 한밤마을은 돌만 쌓아 담장을 만들어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이 마을 담장이 모두 돌로 쌓인 까닭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경오년(1930년)에 큰 물난리가 났는데 그때 떠내려온 돌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그것을 가지고 담장을 쌓았다고 한다.

▲ 불로리 전통마을에서 만난 큰 느티나무(나이가 210 살)
ⓒ 손현희
한밤마을 찾아가는 길, 구미에서 떠나 군위군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옛날집이 멀리 보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는가'하고 생각하며 마을에 들어섰더니, 마을 앞을 지키는 큰 느티나무가 우리를 먼저 반갑게 맞았다.

그앞 돌에 새긴 안내글을 읽어보니, 마을에서 보호수로 삼았다고 하는데 나무 나이가 210살이나 된다고 한다.

이 나무 그늘에 넓은 마루가 있고, 거기에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쉬고 계셨다. 여기가 한밤마을이냐고 여쭈었더니, 이곳은 한밤마을이 아닌 '불로리' 이고 행주 은씨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이 마을에는 행주 은씨 재실이 있다고 하면서 자세하게 길까지 가르쳐 주셨다.

은씨 할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찾아가니, 지난번 한개마을에서 본 것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옛집 여러 채가 마을과 잘 어우러져 있다. 또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보기에 퍽 흐뭇했다.

이렇게 한밤마을 가는 길에 뜻하지 않게 경북 군위군 불로리에서 행주 은씨 재실까지 덤으로 구경하였다. 나중에 이곳이 '불로리 전통마을'이란 걸 알았다.

▲ 불로리 전통마을에 있는 행주 은씨 재실
ⓒ 손현희
▲ 불로리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
ⓒ 손현희
다시 차에 타고 부계면 대율리를 찾아갔다. 불로리에서도 30~40분쯤 더 들어갔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퍽 멋스러웠다. 시골풍경이라 더 정겹고 찻길을 따라 넓은 강이 흐른다.

또 강이나 논에서 왜가리가 드문드문 보였는데, 찻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나지막한 산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그 풍경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차를 멈추고 사진도 찍었다. 그만큼 이 마을이 공기도, 물도 깨끗하고 왜가리가 먹을 먹이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곳이 바로 '왜가리 서식지'였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보면서 '이 마을이 퍽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가는 길에 한밤마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정표가 없는 것이 퍽 아쉬웠다. 다만 그 둘레에 있는 '제2석굴암' 이정표만 틈틈이 보였다.

이윽고 대율리에 있는 한밤마을에 닿았다. 가장 먼저 마을 들머리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마실 것을 사면서 한밤마을 이야기를 조금 듣고, 길을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마을 이름이 한밤마을이 된 까닭도 들었는데 옛날에 밤나무가 꽤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한밤마을 가는 길에 만난 '왜가리 서식지'
ⓒ 손현희
▲ 한밤마을 앞에 있는 가게(간판이 퍽 정겹다)
ⓒ 손현희
길을 떠나기 앞서 인터넷에서 살펴본 대로,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돌을 쌓아 만든 담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골목마다 구불구불 나지막한 돌담 위로 담쟁이덩굴이 드리워져 있고 집집이 감나무, 호두나무가 참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호두나무가 퍽 눈길을 끌었다.

이 한밤마을은 신라시대 950년쯤 홍관이라는 선비가 처음 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부림 홍씨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지금은 한밤마을이란 이름이 '대율리'로 바뀌었는데 이것도 1390년 홍로라는 선비가 '대율'로 바꾸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은 '율리''율촌'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바뀐 이름만 봐도 그 옛날 밤나무가 많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밤나무보다 호두나무가 더 많아서 우리끼리 '호두마을', '추자마을'이라고 해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도 거의 전통 옛집 모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집집이 마을 사람이 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성주 한개마을처럼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그다지 없었고 또 열려있다 해도 나그네가 불쑥 들어가기엔 왠지 조금 미안했다. 그래서 바깥에서 담장 너머로 집안을 내려다보았는데 담장이 그다지 높지 않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 옛집과 어우러져 돌담길이 아주 멋스럽다.
ⓒ 손현희
▲ 군위군 대율리 대청(유형문화재 제 262호)사진 맨 아래쪽
ⓒ 손현희
구불구불 돌담길을 돌아 얼마쯤 왔을까? 널따란 빈터가 보이고 꽤 큰 대청마루가 보였다. 바로 유형문화재 제 262호로 지정된 곳인데, 처음 조선 초기에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려 다시 인조 10년(1632년)에 고쳤다는 '군위 대율리 대청'이다.

대청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고, 그 옛날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썼으나 요즘은 마을 어르신이 모여서 쉬는 노인정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를 깎아서 조각 맞추듯이 끼워 만든 큰 마루였는데 거기에 누워 시원한 맞바람을 맞고 있으면 시 한 편이 저절로 읊어지지 않을까.

이밖에도 '남천고택'이라고도 하는 군위 상매댁이 있는데, 부림 홍씨 문중에서 가장 큰집이라고 한다.

한밤마을을 구경하면서 돌담길을 따라 볼거리들이 많아 퍽 즐겁고 기뻤다. 길에서 만난 마을사람들도 이 구불구불한 돌담길처럼 하나같이 부드럽고 착하게 보였다.

아쉽게도 미처 알지 못해 가보지 못한 곳이 있는데, 마을 들머리에 있는 대율초등학교 둘레에 2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많은 숲이 있다고 한다. 여기는 홍천뢰 장군이 임진왜란 때 군사를 훈련하던 곳이기도 한데 4미터 쯤 되는 돌기둥 '진동단'이 있고 해마다 음력 1월 5일에 '동신제'를 지낸다고 한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마을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았을 텐데, 놓치고 지나온 것이 많아 매우 아쉽고 다음에 또 찾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한밤마을 돌담길을 거니는 사람도 퍽 정겹다.
ⓒ 손현희

덧붙이는 글 |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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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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