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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반대, 야스쿠니 신사참배도 반대' 표어를 들고 시위를 벌리고 있는 '잊지못한 기억' 가와사키 시민단체.
'전쟁도 반대, 야스쿠니 신사참배도 반대' 표어를 들고 시위를 벌리고 있는 '잊지못한 기억' 가와사키 시민단체. ⓒ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督剛)
군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 평화통일과 재일 한국인 인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 가와사키 시(市) 공무원인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督剛)씨가 15일 아침 도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시위에 참가한 후 현장 소식과 자신이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이유를 전해왔습니다. 사진도 오다기리 마사타케씨가 직접 찍어 보내줬습니다.

다음은 오다기리 마사타케씨가 한글로 써서 보내온 메일 전문.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시위대.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시위대. ⓒ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督剛)
안녕하십니까? 가와사키의 오다기리입니다. 오늘(15일)은 비가 왔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도쿄에서 열린 집회와 시위에 시민단체 '잊지 못한 기억, 가와사키' 회원들과 같이 참여했습니다. 우익단체들의 방해를 고려해 '가와사키하나' 학생들한테는 참가를 권유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고이즈미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거라는 정보가 있어서 아침 8시 반에 모였는데, 집회 장소에서 도착해서 '아침 7시 45분에 기습참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 그리고 오키나와(오키나와는 현재는 일본 영토이지만, 원래 독립국가였고, 지금도 독립운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그 자주성을 인정하며 일본과 오키나와를 따로 취급하고 있습니다)에서 참가한 약 1000명의 시위대였습니다.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대만어)로 차례로 구호를 외쳤는데 대만사람들은 "Koizumi, Go to Hell!!(고이즈미는 지옥으로 가라)"라고 외쳤습니다. 주변에서 시위대를 지켜보고 있는 일본시민들은 "너무 심한 말이 아니냐"고 생각했겠지만, 고이즈미가 짓밟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아픔을 생각하면 "지옥으로 가라"는 말도 당연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도 나왔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도 나왔습니다. ⓒ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督剛)
시위대에는 '부천하나(2000년 8월 부천고등학교 학생과 일본의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21세기 한일 양국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위해 결성한 모임)' 학생들과 2006년 5월 31일 수요시위에서 만난 이희자 회장님도 오셨고, 1995년에 가와사키에서 증언집회를 개최했을 때 참석해주신 일본군 '위안부' 출신이신 이용수 할머니도 와 계셨습니다.

시위대는 일본의 국회의사당을 향해갔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집회를 정리했습니다. 집회의 실행위원장이신 우치다 변호사는 "8·15는 원래 일본인들도 군국주의에서 해방된 날이다. 아시아 민중들과 함께 해방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는 꼭 야스쿠니신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외쳤는데, 그 말이 바로 내 생각과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따로 야스쿠니 신사 쪽으로 갔는데, 우익단체들이 많이 모여서 선전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민족파 애국단체입니다. 일본국민 여러분,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좌익을 발견하면 통보해주십시오" "그 놈들의 여권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일 겁니다"

일본이냐, 한국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냐, 지도자냐는 문제인데, 왜 자꾸 그런 식으로 하는지 화가 났습니다. 일본의 민중도 다 좋아서 전쟁터로 갔었는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아했었는가? 민족파나 애국자라고 하면서 결국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모멸이 아닌가?

'잊지못한 기억' 가와사키 시민단체.
'잊지못한 기억' 가와사키 시민단체. ⓒ 오다기리 마사타케(小田切督剛)
제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이유는 너무 단순합니다.

첫째,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을 인정하지 않고 전쟁광, 역사광에 문제가 많다.

둘째, 기독교인이나 한국인 등 본인이나 유족들의 의사를 무시해서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합사하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문제가 많다.

셋째, 민중과 전쟁 지도자를 구별하지 않고 있고, 민중도 군인이나 군속이 아닌 민간인의 피해자는 모두 배제되어 있다. 추도시설로서도 문제가 많다.

저희들은 8월 18일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주제로 '부천-가와사키 고등학생포럼 하나'를 대한민국 부천에서 개최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잊지 못한 기억, 가와사키'가 주최해서 11월 18일에 전쟁책임 문제를 주제로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가 아무리 뭐라 하고 우익단체가 뭐라 해도 저희들은 올바른 길로 계속 갈 것입니다.

오다기리 마사타케.
오다기리 마사타케. ⓒ 양주승
오다기리 마사타케씨는 1999년도 부천-가와시키시 간의 교환공무원으로 부천시청에서 1년간 근무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일본 가와사키시 사회진흥계에 근무하고 있다. 부천-가와사키 시민교류의 중심적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의 군부독재시절 한국 인권과 정치상황에 관심을 갖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한국 정통맨이다.

'부천-가와사키 시민교류회'와 '청소년 하나포럼'의 든든한 서포터이며 자원활동가이기도 한 오다기리씨는 지난 수년간 부천과 일본을 오가며 남북한 평화통일과 재일 한국인의 인권,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정신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에는 일본 가나가와현 '민족차별철폐를 위한 시민모임' 방문단과 함께 부천을 방문해 부천시민교류회,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 관계자와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그는 또 부천시와 가와사키 시를 비롯한 한일간의 도시교류가 한일 중앙차원의 교류나 동북아시아 정치상황에 대해 어떻게 관련되어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 연구하고 있다. / 양주승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 기자이며, 2005년 12월 제2회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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