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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브라더스 팜 My Brother's Farm>
<마이 브라더스 팜 My Brother's Farm> ⓒ 시금치
<마이 브라더스 팜 My Brother's Farm>은 유기농과 환경에 대한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뉴욕의 한 청년이 우연히 시작한 유기농 배달사업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야말로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다루었다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3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우연히 유기농 농장을 하는 형의 일을 도우면서 시작한 배달 사업. 저자가 텃밭을 가꾸면서 유기농 채소로 직접 요리를 하며 느끼는 작은 삶의 성찰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재미거리이다.

저자의 풍부한 유머감각은 재미거리를 제공하는데 또 하나의 빼 놓을 수 없는 소스이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제초제를 쓰지 않고 곤충을 이용하는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딱딱한 내용이 되기 쉽지만,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곤충을 파는 회사에서 주문한 2만4천 마리의 벌레들이 냉장고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빨간 몸체에 검은색 점이 찍힌 무당벌레 한 마리는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통에 가득 찬 1만8천 마리의 무당벌레는?

저자는 아이들을 위한 곤충 파티를 계획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정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토마토와 해바라기 위에서 기어다니는 곤충들을 관찰하는 모습은 실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책 <마이 브라더스 팜> 안에는 독하고 인위적인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자정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소개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바다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정책 때문에 양식할 장소를 찾기 힘들다"는 굴 양식장 경영주의 고백은 환경과 산업의 화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개체수가 늘어난 사슴이 농작물을 해칠 때 과연 사냥을 해야 할까? 저자는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낚시 바늘에 뚫린 물고기 입이 안쓰러워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었다는 그의 고백만으로 그의 마음을 알기에 충분하다. 사슴이 나타났을 때 "도망쳐!"를 외치고 싶다는 그의 따뜻한 마음 하나도 아쉬운 세상 아닌가?

'가석방된 범죄자가 아니면서 동성애자가 아닌 미혼남성을 찾기 힘든 맨해튼 거리', '핑크 빛으로 염색하고 아프리카산 하마를 타고 브로드웨이를 돌아다녀도 별 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낯설고 이색적인 뉴욕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거리 중 하나.

저자는 뉴욕에서만 누릴 수 있는 흥미 거리들, 훌륭한 레스토랑과 거리의 퍼레이드를 사랑하는 뉴요커이다. 무엇보다 농사를 짓는 어려움과 힘겨움을 인정하는 그는 아직도 뉴욕의 생활을 쉽게 접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뉴욕의 한 귀퉁이 황무지에 해바라기를 심고 언젠가 꽃이 만발해 사람들에게 꽃향기를 맡아보게 하고 싶은 꿈을 꾸며 그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차가 막히고 주차딱지를 떼이면 화가 나고, 고객에게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는 분명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변화는 그 평범한 일상부터 서서히 오는 것.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곳곳에 소개된 38가지 서양식 자연요리 레시피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을 건 없다. 책의 배경은 뉴욕이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우리 땅에서 난 유기농 채소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 보자. 행복이 그리 거창한 것이랴?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마이 브라더스 팜 -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뉴욕 유기농 채소배달 이야기

더그 존스 지음, 박여라 외 옮김, 시금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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