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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v가 아닌 110v에 맞춰 생산되었기 때문에 이 선풍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압기라는 것이 필요하다. 220v 전기를 110v로 전압을 낮추는 장비다.
이 선풍기는 30년 전에 쌀 세 가마니 값을 주고 샀다고 한다. 지금 쌀값을 15만원으로 계산하면 45만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꽤 비싼 가격으로 당시에는 정말 큰맘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물건이었다고 한다.
30년 전 밭 하나를 논으로 개간을 했는데 그 땅에서 처음 나온 쌀로 이 선풍기를 구매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시골집에 선풍기 있는 집이 별로 없었는데 너무 덥고 아이들이 지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산 물건이라며 어머니는 이 선풍기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선풍기는 지금도 다른 선풍기와는 다르게 파워가 넘치고 요즘 선풍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역풍이라는 기능도 있다. 역풍은 선풍기 날개가 뒤로 돌아가는 식인데 이 기능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 선풍기를 뒤로 돌려도 조금 시원하기는 하다. 시간 조절은 아날로그 타이머로 되어 있다. 물론 모든 기능이 잘 된다.
집에는 이 선풍기 말고도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선풍기가 한 대 더 있다. 하지만 이 선풍기는 무슨 문제인지 회전만 시키면 정지가 되고 타이머 기능은 30분을 3분으로 이해해서 자동으로 멈춰버린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다.
오래된 물건이니만큼 여름에 이 선풍기를 꺼내 놓으면 볼 때 마다 참 명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이 선풍기는 여름을 보내기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선풍기는 요즘 에어컨에 밀려서 점점 초라한 위치로 전락하고 있다. 에어컨 바람을 환기시키는 보조 장비로써의 역할로 밀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물건 중에 하나로 천장형 선풍기를 선정하기도 했는데 모양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 선풍기 역시 에어컨에 비하여 에너지도 적게 사용하면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효율적인 장비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9위 국가로 세계 기상이변에 9번째로 기여하는 환경변화 가해국이다. 에어컨의 평균 전력소비량이 1100만~2500만w 정도로 선풍기의 60W에 비해 30배에 해당하는 높은 전력을 소비하여 온실가스 배출율을 높이게 된다.
올해 발생한 폭우 역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라고 볼 때 에어컨을 켜는 사람은 선풍기를 켜는 사람에 비하여 수재민을 만드는데 기여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한 열섬현상까지 심화시켜 도시를 더욱 무덥게 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최첨단 에어컨을 켜고도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년 된 선풍기만으로 무더운 여름밤의 열기를 식히는 사람도 있다.
또한 새로운 물건만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물건을 아껴서 오래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자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과 자연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수해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하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와 SBS유포터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