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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시장측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조명래 교수
이명박 전 시장측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조명래 교수 ⓒ 오마이뉴스
"고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내버스 스마트카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논문에 언급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당한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도시계획 전공) 교수의 반응이다.

조명래 교수는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인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16일 오전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문제가 된 글은 (사)참여사회연구소(참여연대 부설)가 지난달 20자로 발행한 반년간지 <시민과 세계 9>에 '개발정치로서의 이명박의 서울시정'이란 논문.

조 교수는 이 논문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양윤재 전 시장의 수뢰사건은 개발 세력들의 부패적 유착구조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신개발주의 시대 서울 시정의 복마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명래 교수는 이명박 전 시장의 재임 당시 보여준 신개발주의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복원 청계천의 물값 문제▲버스운영체계 개편 적자▲개발 부패로 이어진 도심 고층화 ▲서울광장의 시청부속시설로의 편입 ▲추진 성과 없는 뉴타운 ▲센트럴파크가 되지 못하는 센트럴파크, 뚝섬 숲 ▲반문화적인 문화도시 만들기 ▲수도이전의 정략적 반대 ▲정치적 행보로서 지방과의 자매결연을 그 예로 제시했다.

이 글은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 수뢰 사건이 터진 뒤 조명래 교수가 지난해 6월 9일 YMCA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한 글을 약간 수정한 것으로 7월 24일 미디어다음 블로그 뉴스(http://blog.daum.net/greenbook/)에 게재돼 18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자 다음 날인 25일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인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이 미디어 다음 편집부에 반론권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블로그(http://blog.daum.net/kangnara/)에 똑같은 위치, 똑같은 시간 동안 배치돼 3만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글에서 "이명박 4년은 세련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는 않았지만, 투박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서울의 평범한 일반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조 교수가 지난 몇 년간 똑같이 반복되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하셨지만, 서울시민들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측 "악의적 글쓰기"

하지만 사건은 여기에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논문 내용 가운데 시내버스 스마트카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각주가 이명박 전 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했다.

조명래 교수는 각주에서 "스마트카드 업체로 삼성SDS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LG CNS를 선정한 것은 결정 전에 '이미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소문이 현실화되었던 것"이라며 "이는 이 전 시장의 사돈인 LG를 배려한 것으로 전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 내용은 <한겨레21>이 지난해 5월에 발간한 내용을 인용한 것. <한겨레21>은 '청계천엔 검은 돈이 흐르는가'라는 기사에서 "삼성SDS 관계자들은 "서울시 사람들한테서 '이미 LG쪽으로 사업이 기울어졌으니 너무 힘빼지 말라'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고 전했다"면서 "이 사건을 두고 이 시장이 '사돈'인 LG쪽을 배려한 것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밝혀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조카 사위인 구 아무개씨(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사위, LG창업주 손자)가 LG벤처투자 대표이사로 LG가문인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 측에서는 "서울 시정을 복마전에 빗대 쓴 것부터가 상당히 악의적"이라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쓴 데다 (조명래 교수에게) 너무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해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시민들에게 성공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명박 시장의 시정 운영의 문제점을 거론했던 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면서 "학자적인 입장에서 시장이 진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 비판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 이전에도 공무원 등을 통해서 이명박 시장 비판을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도 담당 경찰에게 상부로부터 전화가 오는 등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약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대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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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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