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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학생 구타 장면. 비단 영화 속만의 일은 아니다.
ⓒ 싸이더스

지난 14일 대구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 2명이 지각 등을 이유로 교사로부터 100대에서 200대를 맞고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체벌을 한 교사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학교구타(체벌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이제 신문 사회면에 단골손님처럼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얼마 전에는 담임교사가 초등학생의 뺨을 때리고 공책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구타가 체벌이라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바뀔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경험했던 구타에 관한 기억이 형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모든 곳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학교만은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경험했던 것과 지금 사건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악습은 왜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에 제가 경험했던 구타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장면 1

초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우리 반 선생님은 학교에서 많은 구타를 하는 것과 숙제를 많이 내주시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당시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집에서는 숙제를 돌봐줄 분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통제를 받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이 스스로 숙제를 하는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놀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고 등교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손바닥에 불이 납니다.

"지금부터 숙제 검사 하겠다 숙제 안 한 사람들 앞으로 나와."

저 말 한마디가 저를 공포에 질리게 했습니다. 앞으로 나가면 여지없이 지휘봉으로 손바닥을 내려칩니다. 1대, 2대, 3대… 10대. 그렇게 10대를 맞고 나면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울면서 매달려도 끝까지 때리고서야 자리로 보내줍니다. 8살 어린아이에게 그 지휘봉은 너무나 크고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숙제를 내주니 매일 같이 맞았습니다. 불과 8살 때부터 매를 견디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공포감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장면 2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우리 담임선생님은 유도를 전공한 건장한 체육선생님이었습니다. 덩치만 보고 있어도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지요. 더구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우리 반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왜냐하면 전교 석차가 떨어진 만큼 매를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선생님의 매는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매였습니다. 그 덩치와 그 매로 학생들을 책상에다 엎어놓고 곤장 때리듯이 내려치는 것입니다. 시험이 끝나면 선생님이 성적표를 가져옵니다. 그리고는 1번부터 부릅니다.

"이놈, 35등이나 떨어졌네 한 10대 맞아야겠다."

그때부터 공포는 시작됩니다. 창가에는 다른 반에서 구경온 학생들까지 몰려 있습니다. 내려치기 시작합니다.

"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맞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공포스럽습니다.

맞는 친구들은 선생님께 매달려 울기도 하고, 심지어 교실 밖으로 도망까지 나갑니다. 14살 어린 나이에 유도를 하셨던 선생님의 매를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 번호는 26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보면 온 몸이 땀으로 푹 젖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 입니다.

"이놈도 한 40등 떨어졌네. 넌 12대쯤 맞아야겠다."
"퍽퍽퍽~"

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입 안에다 종이까지 말아서 물고 있습니다. 12대를 연속해서 맞습니다. 종이를 너무 깨물어 입 안에 피까지 납니다. 엉덩이는 완전히 피에 엉겨붙어 난리가 났습니다. 그 뒤에는 며칠동안 제대로 앉지 못하고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장면 3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무서웠던 한문 선생님 시간에는 언제나 초긴장입니다. 어떤 이유로 맞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나면 왜 그렇게 때렸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선생님 특기가 공포의 100대 때리기입니다. 지각을 하거나 시험성적이 떨어졌거나 머리가 길거나 하면 가차 없이 각목으로 100대를 때립니다. 하도 맞아서 100대쯤 맞는 것은 맷집으로 견딜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견딜 수는 있지만 그 뒤에 후유증은 한 달 이상 지속됩니다.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그 선생님에게 이런 매를 맞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본인이 때리다 지치면 가혹행위(일종의 고문)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증 집게로 코 집기 ▲수업하다 말고 머리채 잡고 흔들기 ▲말로 온갖 모욕주기 ▲가위로 머리밀기 등. 특히 학생증 집게로 코를 잡혔을 때의 아픔과 그 모욕감은 지금까지도 분노로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참으며 한문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길게는 25년, 짧게는 14년 전 얘기지만 모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예전의 추억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공포스러운 경험들입니다. 위의 대표적인 3가지 사건 이외에도 정말 수없이 맞고 또 맞았던 경험이 생생합니다. 단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렇듯 맞아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런 매들이 저의 인간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대구는 제가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나온 도시입니다. 또한 사건의 당사자인 교사도 나이 또래가 저와 비슷합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와 공간에서 교육을 받았겠지요. 어쩌면 그 교사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일종의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며 때렸을지도 모릅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유발합니다. 군대도 구타 가해자에게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는데 도대체 학교에서 왜 구타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도대체 사랑의 매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몇 백 대를 때리면 그 학생이 개과천선해서 모범생이라도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3살밖에 안 된 제 아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고민을 벌써부터 해야 하는 이 현실이 그저 싫을 뿐입니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마음 놓고 2년 동안 군대를 보낼 수 있도록 군대개혁도 중요하지만, 12년 동안이나 보내야 하는 학교개혁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기회에 학교 구타를 과감히 근절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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