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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시간>의 포스터.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이 스크린 상영관을 독점하면서 폐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은 스크린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특히 <시간>의 감독 김기덕씨는 "어쩌면 한국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내 영화"라며 배급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영화 <괴물>과 <시간>의 포스터.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이 스크린 상영관을 독점하면서 폐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은 스크린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특히 <시간>의 감독 김기덕씨는 "어쩌면 한국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내 영화"라며 배급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가운데, 영화 <시간>의 개봉을 앞둔 김기덕 감독이 '독과점'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한국영화계에는 스크린쿼터 사수 논쟁에 더해 '프린트 제한 쿼터' 논쟁에 불이 붙었다.

<괴물>과 <시간>, 두 편의 영화가 한국 영화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김 감독의 영화 <시간>은 국내 예술영화 전문업체가 '수입'하는 형태로 이달말 국내 개봉된다. 김 감독은 시사회에서 "어쩌면 한국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제 영화"라고 선언, 배급구조의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논쟁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김 감독이 출현한 MBC <100분 토론> 인터넷 게시판에는 '문화 다양성' 논쟁으로 뜨겁다. 김 감독은 토론회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에선 10만명이 봤지만 자신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32만명이 들었다고 말했다. <빈집>의 경우도 유럽에선 20만명이 봤지만 국내에선 2800명에 그친 점도 대조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스크린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천영세 의원은 ▶5개 이상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를 30% 이하로 제한 ▶8개 이상 스크린 보유 멀티플렉스에 1개 이상의 대안영화관 설치 의무화 ▶한 영화에 대한 최소의무상영일수를 최소 7일 이상으로 규제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18일 국회에선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도 열렸다. 발제에 나선 목수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괴물>이 전국 스크린의 40% 전후로 독점한 비율을 들어 "2003년 전세계에서 개봉된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의 미국 내 스크린 독점은 16% 선에 그쳤을 뿐으로 한국의 블록버스터 독점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적별 영화 다양성도 급격히 위축되었다고 지적했다. 목 연구위원은 "2006년 상반기까지 한국영화, 미국영화가 아닌 다른 나라 영화가 한국영화시장에서 차지하는 객석 점유율은 3.7%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0년 12.8%, 2001년 7%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수치다.

18일 국회에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주최로 열린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간담회.
18일 국회에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 주최로 열린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간담회. ⓒ 오마이뉴스 박정호

"국적 다양성과 내부 다양성 함께 가야 할 때"

하지만 참석자들은 "다양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연 그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김미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국내 영화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외화의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과연 그 이익을 누가 가져가겠나"라고 반문했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닌 정책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관객의 선택을 제한하는 역차별의 문제도 남는다. 가령 '대박'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은 표가 없어 돌아가고, 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대안영화관은 파리 날리는 상황을 들 수 있다.

김수경 <씨네21> 기자는 "대안상영관을 의무화하는 것은 상업영화적 접근"이라며 "예술영화에 대한 저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이 얼마나 대안상영관을 찾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별도의 독립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박형섭 변호사 "7일 이상의 최소의무 상영일수를 못박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아래로부터 다양성을 확보해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해 '관객 운동' 몫으로 돌리기도 했다.

반면, 스크린 점유율 제한 비율을 20%대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최영재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국장은 "국적 다양화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내부 다양성의 문제가 중첩돼 스크린쿼터운동이 질책을 받기도 한다"면서 "스크린 쿼터를 원상 회복하는 문제와 내부 다양성의 문제가 같이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영화제작자협회 회장은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것은 변칙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며 "좌석수로 제한하는 것이 보다 실효성을 높인다"고 규제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다양한 영화가 걸릴 수 있는 내실 있는 조치로 '상영영화 수 쿼터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정 영화의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것 보다 상영해야 하는 영화 수를 50, 60%로 하는 게 다양한 영화가 걸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천영세 의원은 "영화 <괴물> 때문에 갑자기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게 아니"라며 "오래 전부터 영화의 '쏠림 현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고 올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시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아직 민주노동당의 당론이 아니다. 천 의원은 좀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배급사들과 극장주들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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