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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그 위험한 자유"(지은이가 쓴 서문 제목)에 대해 말하는 책 <위대한 양심>
"양심, 그 위험한 자유"(지은이가 쓴 서문 제목)에 대해 말하는 책 <위대한 양심> ⓒ 열대림
'양심'이란 것은 과연 있는가? 정말로 '양심'이란 것이 있다면 도대체 무엇을 가리켜서 '양심'이라 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그 실체를 역사의 숲 속에서 찾는다. 한 줄기 빛을 찾듯이 역사의 숲을 더듬는다.

나치에 저항한 '조피 숄',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마녀사냥에 맞선 신부 '프리드리히 폰 슈페', 드레퓌스 사건의 '에밀 졸라', 부당함에 맞선 상인 '한스 콜하제', 유토피아의 '토머스 모어',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 지동설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모두 여덟 명의 양심에 찬 삶들을 이야기한다.

이 중에 '소크라테스'가 우선 궁금하다. 지은이는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소크라테스의 의도된 죽음에서 접근한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정에 선 이유는 자신의 철학을 공개적인 장에서 설파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여러분, 죽음을 피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더 어려운 일이 악을 피하는 것입니다. 악은 죽음보다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내게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나는 이제 떠나지만 여러분에게는 영원히 악과 부정의 낙인이 찍힐 것입니다. 사람을 죽임으로써 진리를 죽이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의 생각은 틀렸습니다."(347쪽)

소크라테스는 세상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철학자라 할 것이다. "참된 것이란 무엇인가? 선한 것이란 무엇인가? 참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무엇인가?"라면서 말이다. 누구든 제각기 답은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답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빈약하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 내가 그것에 대해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이는 어찌 생각하면 양심을 회복하는 일에 닿아 있는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심으로부터 비롯되는 어떤 힘이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 하도록 하는 힘이기도 하거니와 하지 않게끔 하는 힘이기도 할 것이다. 가게 하는 힘, 가지 않게 하는 힘 그래서 양심은 믿음과 교통하기도 하고 의지와 결연하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그릇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제가 아니라 당신입니다."(74쪽)라고 말한 조피 숄의 마음가짐도 바로 이러한 양심에 원천을 둔 신념에서 나온 것이리라.

한때 히틀러소년단의 소녀대원이었던 조피 숄은 곧 혼란을 느끼게 된다. 자유를 억압하고 복종을 강요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히틀러 체제에 반발하게 된 것이다. 결국 조피 숄은 오빠 한스 숄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나치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에 뛰어들어 전단을 유포하며 독일인들에게 깨어날 것을 호소하는 일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체포되어 오빠 한스 숄과 함께 희생당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단 한 점이었던 의혹은 이제 깊은 슬픔이 되고 분노의 불꽃으로 점화되었다. 우리 안의 신실하고 순수한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국을 어떤 모습으로 만든 것인가? 자유가, 꽃피는 삶이, 거기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의 번영과 행복을 원했던 것 아니었나?"(39쪽)

프리드리히 폰 슈페는 마녀사냥에 맞서 진실을 말한 사람이다. 마녀사냥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하여 그것이 마녀재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세상에 영향을 준 한 사람이다. 지은이가 정리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마녀사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과오 중 하나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이방의 관습(마녀신앙)이 배양될 수 있는 토양이 생성되었고, 사제들의 성(性)에 대한 증오와 악마에 대한 공포심(「모세 2경」, "마술사는 살려두어서는 안된다")이 크게 작용했다. 또 당국에서는 재정적인 이익(마녀로 몰린 사람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었다)을 이유로 마녀사냥을 허가해 주었다. 단순무지한 백성들의 마술신앙에 의해 촉발된 마녀사냥은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으로 발전했다. 전 독일에서 수만의 가정에 기막힌 불행을 가져다준 광기였다.(139쪽)

프리드리히 폰 슈페는 그가 쓴 <법적 의문점 경고>에서 이 책은 "이 시대 독일 권력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이고 "군주의 고문관이나 고해신부, 종교재판관, 판사와 변호사, 피고의 고해신부, 성직자 등에게 가장 유용하게 읽힐 것"(150쪽)이라고 하여 당시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양심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책임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면 영혼의 구원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다."(177쪽)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보는 시선은 동정적이다.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으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 이후로 자신의 일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억압하는 세상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비참하고 굴욕적인 삶을 가져다주는가를 역사는 보여준다.

그러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절대적이라 믿었던 기존의 권위와 인식에 도전한 사람이다. 하여 파비안은 갈릴레이의 저서 <대화>에 의해 빚어진 이 사건을 "전통 속에서 경직된 교회와 새로운 과학 사이의 충돌"로 본다.

이 책이 가볍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어느 나라마다 역사의 매 순간순간마다 '양심'이 요청되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지그프리트 피셔 파비안 / 옮긴이: 김수은 / 펴낸날: 2006년 7월 25일 / 펴낸곳: 열대림 / 책값: 18000원


위대한 양심 - 세계를 뒤흔든 인간 양심의 역사

지그프리트 피셔 파비안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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