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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격의 3배가 넘는 돈을 주고 샀습니다.
제 가격의 3배가 넘는 돈을 주고 샀습니다. ⓒ 양중모
그랬더니 그 상인은 중국 돈으로 무려 350위안을 불렀습니다. 환율을 '1위안=130원'으로 잡아도, 무려 4만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디자인은 예뻤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가격을 깎기로 결심했습니다.

중국 돈 100위안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한 저는 오랜 실랑이 끝에 100원을 주고 그 시계를 샀습니다. 무척이나 만족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기숙사로 돌아온 뒤 그 만족은 곧 분노가 되고 분노는 다시 자신을 채찍질하는 소리로 변했습니다.

돌아와서 시계를 싼 값에 싸다고 한껏 자랑했더니 같이 공부하는 형은 저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거 비싸게 줘도 50위안이고 싸게 주면 25~30위안이면 사겠다."

그동안 가격 흥정에서 밀린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고스란히 생돈을 날린 것입니다. 한동안 가격 흥정에 재미를 느꼈지만, 그 날 이후 다시 중국 상인을 심하게 불신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다시는 그런 곳에서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 후, 제가 듣는 프로그램 강사로 조선족분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 조선족 강사는 한국 사람들이 가짜 시장에서 너무한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욱했지만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강사의 말인즉슨, 가게에서 가격을 한 번 물어보면 될 것을 한국인들은 집요할 정도로 끝까지 가격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려면 그게 당연한 것이니 그 조선족 강사도 거기까지는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러고 나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랍니다. 상인이 그 물건을 살 줄 알고 오랜 시간을 그 소비자에게 투자했는데, 값을 한참 물어봐놓고 정작 물건을 사지 않으면 상인도 화가 나서 한국인을 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속으로 욱하는 심정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가격을 말해주면 되지, 어째서 그걸 못 믿는 사람을 욕하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강사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가격을 아느냐"며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는 "일단 가격을 한 번 물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가게로 가라, 그러면 상인이 알아서 가격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각했던 가격이 아니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한 뒤 "더욱이 한국은 특히 정보가 빠르지 않느냐, 인터넷으로 정보 교환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뭐라고 더 말하려던 저는 꾹 참고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외국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불러대는 상인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짜 시장에 갈 때 분명히 원래 가격보다 높게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한편 가격 흥정을 즐기려는 마음도 품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다시 한 번 상인에게 속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애초 가지 않았으면 그만일 것을, 알면서도 당한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주고 살만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산 것이려니 하고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가짜 시장의 수많은 상표들이 사실은 많은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 역시 잘한 것 하나 없었습니다. 중국인들조차 시장에 가서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데, 지난 번 경험만으로 괜히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동대문 시장 같은 데 가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물건을 산 뒤, '한국인들 다 수준 낮다'고 생각하면 제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 뒤 그걸 알고 잘 대처하면 될 일이지, 굳이 한 부분만으로 그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려던 저를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때로 안 좋은 일을 겪어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는 만큼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사실 그래도 때로는 중국의 여러 문화가 이해가 안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안되면 그냥 받아들이려고도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조선족 강사가 한 말이 반말이어서 반말체로 쓴 것이 아니고 중국어로 강의를 했기에 반말체로 간단히 요약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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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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