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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 연속극 <소문난 칠공주>.
KBS 주말 연속극 <소문난 칠공주>. ⓒ KBS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칠공주네 둘째딸 '미칠이'와 '설칠이'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며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남자주인공 '유일한'은 마루 바닥재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패턴과 소재 등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일한'의 주 생활반경이 사무실과 집이다보니 업무관련 대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시공 전 샘플 바닥재를 고르거나 신개발 제품에 대한 품평을 하는 모습 등은 드라마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문제는 유일한과 그의 회사동료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무실에 하는 일은 동료의 전화 내용을 엿듣거나, 그의 연애를 가십거리로 삼아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내기를 하는 등 현실의 회사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것들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소문난 칠공주> 41회에서 이들 사무실 직원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업무를 한꺼번에 하려는 듯, 공장 견학을 나온다.

평소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열심히 일을 한 나머지 간접광고를 걸러내지 못해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엔 안 하더니, 갑자기 너무 열심히 광고성 공장견학

남자주인공 유일한.
남자주인공 유일한. ⓒ KBS
첫번째 장면(공장안):

'OO자연마루'라는 업체명이 보이는 조끼를 입은 현장직원을 따라 공장 견학을 하는 사무실 직원들. 공장의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 메모를 해가며 공장을 진지하게 둘러본다.

두번째 장면 (공장밖):

직원들 공장을 나오며 "공장 무지하게 크네."
"우리 마루가 많긴 많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게 틀린 말이 아냐."
"이런 다양한 제품을 순전히 국내 기술로 다 만들어 낸 다는 거 그게 기가 막힌 거죠."
"그렇지요. 결국은 디자인. 기술력, 생산력 이것들이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느냐가 경쟁력 아니겠어요?"


유일한과 그의 동료가 제품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대사와 등장인물 뒤로 'OO자연마루'라는 협찬사의 로고가 언뜻언뜻 보이도록 구사하는 카메라 테크닉이 현란하다.

이 장면은 시청자가 보기에는 한편의 완벽한 광고화면과 다르지 않았다. 직접 광고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노골적인 간접광고를 보면서 시청자로서 불쾌감을 느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문난 칠공주>의 간접광고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 방송된 38회 사무실 장면에서도 신개발 제품인 조립식마루를 품평하면서 "시공이 간편해 고객들이 며칠씩 기다렸다 입주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느니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제품"이라느니 하는 광고성 대사를 늘어놓아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준 일도 있다.

MBC <불꽃놀이>도 간접광고로 징계

KBS 드라마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는 기업 협찬비를 경우 드라마 외주 제작사와 KBS가 서로 나눴으나, 현재는 부족한 드라마 제작비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외주 제작사에 협찬비 전액을 모두 지급하고 있다"며 "대신 드라마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공주>에서 방송된 업체명 노출 등에 대해 그는 "제작 현장에서 일일이 간접광고가 들어가는지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지만 카메라가 스쳐가며 협찬사의 상표가 노출될 수도 있고, 또 현장에서 제작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청자의 이해를 구했다.

드라마 속 간접광고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제작사의 간접광고를 통한 제작비 충당 욕구와 시청자의 보고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권리, 방송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송위에서 공중파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드라마나 쇼 프로 등에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제작지원이나 소품 등을 지원하는 협찬이나 드라마와 연관된 그 어떤 기업이나 제품도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제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방송법에 명시하고 있다"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내는 화면을 지속적으로 방송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최근 방송위에서 내려진 간접광고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26일 방송위에서는 MBC-TV <불꽃놀이> 등 4개의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65조 제1항에 의거 '권고'를 의결했다.

MBC-TV <불꽃놀이>중 협찬사의 상호명을 유사하게 변경한 문구를 건물 내외부에 노출시킨 장면, 이벤트 행사를 하면서 화장품 모형의 대형 용기에 협찬주의 화장품명을 그대로 노출한 화면 그리고 현재 협찬주가 모집하고 있는 '뷰티 카운셀러'의 역할과 솜씨가 좋다는 내용을 대사로 처리한 것에 대한 방송위 차원의 경고였다.

<불꽃놀이>
<불꽃놀이> ⓒ MBC
홈쇼핑 방송인가, 드라마인가

그러나 이러한 방송위의 노력에도 불구 간접광고 사례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지난 7월 방송위원회에서 발표한 '2006년 상반기 지상파 심의의결 통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의 간접광고 위반 사례가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의하면 지난 1~6월 지상파 방송사3사의 협찬고지위반(34)건이 전체 위반(101건)의 33.6%를 차지해 방송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간접광고(15건)의 경우도 지난 해 위반건수 11건(간접광고)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런 간접광고에 대해 제작자들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인기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소문난 칠공주>를 방송하고 있는 KBS만 해도 2005년 협찬수익이 600억(2004년 373억)에 이른다니 간접광고가 시청자의 요구를 무시한 '자발적 노력'이라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마당에 지난 7월 산업자원부는 기업이미지 강화 등 한류 붐 조성을 위해를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간접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조만간 시청자들은 홈쇼핑방송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광고가 난무하는 드라마를 보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방송은 국민의 것이며 국민은 분명 상표나 광고가 난무하는 방송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공영방송이라면 이러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읽고 간접광고 없는 깨끗하고 품격 있는 방송을 선도해야할 의무도 있을 것이다.

무분별하게 방송되고 있는 간접광고. 방송사는 눈앞에 보이는 수익에 매달려 광고가 난무하는 드라마를 양산하는 제작 행태를 반성하고 시청자의 권익을 생각해 양질의 화면을 서비스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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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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