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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서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맹비난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이 이번 UFL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8월 22일자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에 잘 나타나 있다.
"조선인민군측은 미국이 이번에 벌이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이 전례 없이 조선반도 주변에 대규모 해·공군 연합훈련을 벌인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으며,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가까이에 대기시켜놓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심중한 주목을 돌리고 있다."
담화문은 이번 UFL이 대규모 해·공군 연합훈련과 시기를 같이 하고 있으며, 항공모함 타격집단이 대기된 상태에서 행해진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한편, UFL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 가운데 8월 16일자 <노동신문>과 21일자 <평양방송>의 반응은 일상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노동신문>과 <평양방송>은 북한의 관점에서 UFL의 성격을 규정한 뒤에 이에 대한 대응 의지를 천명하는 식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먼저 <노동신문>은 UFL을 "무모한 불장난", "조선침략전쟁 도발을 위한 선행작전", "조선반도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는 반평화적인 군사적 도박"이라고 규정하였다. <평양방송>도 "용납 못할 군사적 도발이며 평화파괴행위", "극히 위험한 불장난" 등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UFL에 대한 대응의지 천명 차원에서 <노동신문>은 "미 호전세력은 그 어떤 군사적 소동으로도 우리 인민을 절대로 놀래울 수 없으며 침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평양방송>은 "미국이 힘의 몽둥이를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우리는 힘에는 힘으로, 침략의 칼에는 정의의 검으로 더욱 단호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위에 언급된 인민군 대변인의 발표문에는 심상치 않은 부분이 담겨 있다. 바로 '자위적인 선제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이다.
북한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자위적 선제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2일 발표문은 군부가 발표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과, 그 내용 속에 단순히 군부의 임의적 의지만으로는 삽입하기 힘든 부분이 담겨 있다는 점 때문에 예사롭게 넘기기 어렵다.
담화문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이번 전쟁연습을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인민군측은 앞으로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군사적 조치들을 주동적으로 취하는데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언명한다."
"상대방에 대한 선제적인 군사행동은 미국만이 할 수 있는 독점물이 아니며, 자신의 방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결정적인 시각에 적에 대한 자위적인 선제행동을 단행할 수 있는 권리는 인민군측에도 있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천명했다."
인용문에 따르면, 인민군은 이번 UFL을 "전쟁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전쟁행위"로 간주한 다음에, 인민군 자신도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한번 이러한 선언을 한 이상 북한 인민군이 앞으로 정전협정의 유효를 전제로 한 행위를 취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나타난 결과로 볼 때 북한은 같은 경고를 여러 번 되풀이 한 다음에 상대방이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나 자신들의 경고를 행동에 옮겨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 인민군이 정전협정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자신들이 언제라도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 인용문에서 "필요한 군사적 조치들을 주동적으로 취하는 데에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과 "자위적인 선제행동을 단행할 수 있는 권리는 인민군측에도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북한처럼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나라에서 군부가 마음대로 '결정적 시각'을 운운하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고도의 신뢰와 충성심에 바탕을 두고 있는 북한 군부가 마음대로 그런 표현을 사용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이미 북한 지도자와 군부 사이에 '결정적 시각에는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판문점 대변인 담화가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경고를 단순한 '위협' 정도로 치부한다면, 북한은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자신들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려 할 것이다. 미국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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