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복장을 한 미국 앞에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선수가 있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을 선수로 설정한 것은 두 나라가 대립적인 관계임을 보여 주려는 게 아니다. 미국이 동북아의 패권국가 즉 심판임을 강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을 선수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심판과 선수 2명 뒤에 ‘주의! 북한’이라고 쓰인 문구가 흥미롭다. 미국 주도의 동북아 국제질서 하에서 북한이 ‘공공의 적’으로 몰려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과 한·미·일 사이에 담장을 설정한 것은 그만큼 한·미·일 3국이 북한 정보에 어둡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공은 미·일 사이에서만... 한국은 배제
동영상 화면이 아니라서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실제의 카툰 동영상에 보면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만 공이 오고간다. 한국도 선수지만, 심판 미국과 선수 일본은 한국을 배제한 채로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는다. 한국을 배제한 채 미·일 양국이 주요 문제를 결정하고 있는 지금의 한·미·일 관계를 빗댄 것이다. 중동 사람들의 눈에도 한국이 한·미·일 동맹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비쳐진 모양이다.
북한으로 넘어간 공
미국과 일본이 공을 주고받던 중에 일본이 실수로 잘못 찬 공이 그만 북한 영역으로 넘어가고 만다. 담 넘어 가는 공을 빤히 쳐다보는 무표정한 미국과 당황한 표정의 일본이 눈에 뜨인다. 일본의 대북 압박이 그만 ‘선’을 넘고 말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공을 주우려고 성역을 건드린 한·미·일
일본이 실수로 찬 공이 북한으로 넘어가자, 한·미·일 3국이 몸을 담에 걸치고 집안을 들여다본다. 미국은 키가 커서 선 채로 담 안을 들여다보고, 일본은 ‘방정맞게’ 엉덩이를 쑥 내밀고 있다. 중동 사람들에게 일본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은 북한에게 공을 달라고 손짓한다.
담 안에는 대포동 2호가...
담 안을 들여다본 한·미·일 3국의 관심을 끈 것은 정작 공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9기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발사 대기 상태에 있다. 그리고 그 중 1기에는 발화가 준비되고 있다. 일본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마지막에 일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누구든 도와줘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확인한 일본의 반응은 당혹 그 자체였다. 그래서 튀어나온 말이 “누구든 도와줘~요!”다. 당황해서 말까지 약간 어눌하다. 공 주우려 했다가 못 볼 것을 보고만 것이다.
미국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이지만, 이것은 미국이 담담하다는 점을 나타내려는 게 아니다. 일본의 당황한 표정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미국의 표정을 무표정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중동인의 제한된 시각으로 동북아를 바라본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동북아에 대한 중동인의 시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카툰이라 생각한다. ‘납치 피해자’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다가, 어느덧 ‘납치 문제’보다는 북한 미사일 문제에 휘말려들어 두려움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일본인들의 심정을 표현한 카툰이라 생각한다.